모든 시민은 기자다

G20 유감(遺憾)

들려오는 소식들에 대한 단상(斷想)

등록|2010.11.12 09:54 수정|2010.11.12 09:54
(이 글의 사건의 나열 순서는 글쓴이의 의도와 관계없음을 밝힙니다. 그리고 글쓴이의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상식'에 어긋나는 사건들에 대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자제하고, 거리에 보이는 차들도 줄이고, 분뇨차량도 금지하고, 공무원들과 자원봉사자들 동원해서 거리를 청소하고, 재물손괴죄로 낙서도 규제하고, 바람에 날아갈까 감열매를 철사로 묶어놓고, 가건물 파출소에 겉에 세트장을 세우고, 행사장 주변 집회금지, 1인가두집회 금지, 등등.

올림픽과 월드컵을 개최했던 우.리.나.라.에서 2일 간 20개국 정상들이 방문한다는 이유때문에 사전에 벌였던 '국가적 준비'의 모습들이다. 넘쳐나는 이미지(images)의 홍수 속에 어느 샌가 국가도 이미지로 평가받는다는 것은 '국가 브랜드 가치'라는 단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통령도 이 단어를 아무런 비판없이 사용하고 있으며, 어느 설문조사에서는 일반 국민들도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에 대한 희망찬 포부를 찾아볼 수 있다.
 
"세계적인 정보미디어 기업 닐슨컴퍼니 코리아가 최근 서울 및 4대 광역시(대전, 대구, 광주, 부산)에 거주하는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2.4%가 G20 정상회의를 통해 '국가 브랜드 가치 상승' 효과를 기대한다고 응답했다. 다음으로는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13.6%)과 '경제 부가가치 상승'(13.4%)을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브랜드 순위(NBI)'라는 단어에서 '브랜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brand'는 "특정한 매주(賣主)의 제품 및 서비스를 식별하는 데 사용되는 명칭·기호·디자인 등의 총칭"(네이버 백과)이다. 따라서, '국가 브랜드 순위'를 받아들이는 데에는 지각이 필요하지, 이해가 필요하진 않다.

서두의 '국가적 준비'의 모습들에서 필자는 초등학교 시절 장학사의 습격을 떠올렸다. 아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장학사의 방문에 대비해서 안 하던 수업형식을 예행연습하고, 환경미화를 했으며, 화장실 청소를 세 배 더 공들여 해야만 했으며, 용모 검사를 받았다. 교실의 죽어가던 화분들을 교체하거나 잠시 동안 생생하게 보이게 페인트 칠도 했었다. 선생님들은 갑자기 존대말을 하기 시작했고, 수업시간 때 잡담과 쉬는시간 때의 지나친 소음을 규제했다. 우.리.나.라.는 19개국의 정상들을 장학사로 본 듯하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그래서 필자의 어린 시절 장학사들은 겉모습만 보고 갔다. 겉모습이 좋으면 허허 대접받고 교육청으로 돌아 갔다. 우리 영부인도 정상들 영부인들을 열심히 접대하고 있다. 그런 장학사들의 일회적 방문으로는 절대 교육이 변하지 않음은 상식적으로 알 수 있다.

그래서 외신기자들이나 다른나라 정상들도 깨끗하고 조용한 코엑스 주변과 숙소 그리고 분뇨시설을 가동중단함으로써 깔끔한 공항에까지의 길만 다니면서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게 평가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수뇌부들은 매우 영리하다. '이미지'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문제는, 관습이 상식처럼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상식은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 일반적 견문과 함께 이해력, 판단력, 사리 분별 따위가 포함된다."(네이버 국어사전)이다. 인간이 제품처럼 취급되는 것이 상식인가? 개인의 브랜드 가치, 단체의 브랜드 가치, 국가의 브랜드 가치, 등 개인과 그 개인들의 합으로 이루어진 집단의 '브랜드'라는 표현이 상식적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다시 무한경쟁으로 내모는 '신자유주의' 테제 아래에서나 그것은 관습적이지, 그것이 보편의 상식인지에 대해서는 철학적 사유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러한 사유가 부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제국가가 아니라 민주공화국이고 사상의 자유를 헌법에는 명시하고 있다.
 
"제2장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제19조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제22조
①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② 저작자·발명가·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 "

하지만, 이번 G20 기간 동안은 '국가 브랜드 가치 높이기'의 목적에 달성하도록 국민들에게 강요했다고 본다. 우리 세대는 제도권 교육에 실망해 왔으며 그것은 다양성 보장의 실패가 원인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교장이라도 되듯이 언행해 왔다.

그런데 교장의 한마디에 좌우되는 학교에 미래가 없듯이, 전제정치의 향기를 풍기는 정권에도 미래가 없다. 국민들은 수족이 아니라, 기업적 마인드로 비유하자면 각자가 서비스를 받을 고객이자 이익을 창출해 낼 개인 기업쯤 되는 것이다. 기업적 마인드를 강조하는 대통령과 그 수뇌부들은 잘 사용하는 이중잣대를 이런 데에는 왜 사용하려 들지 않는 것일까.

이제 몇시간 뒤면 우.리.나.라.를 방문하신 장학사분들이 출국하게 된다. 그리고나면 다시 똑같아진다. 대륙에서 접근하는 황사는 어떤 은유를 담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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