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에서 건진 청새치회, 그 맛은?
[정선이의 세계일주2] 보스니아에서 만난 한국인 여행객
요트(yacht)의 어원은 네델란드 야겐(Jagen)에서 유래된 '사냥하다, 쫓는다'의 뜻을 담고 있습니다. 바람의 방향과 상관없이 어떤 방향으로도 자유자재로 달릴 수 있는 요트.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우리나라는 천혜의 조건을 가진 해양국가입니다. 요트도 문화이듯 국민소득 2만 불의 시대에는 요트산업이 도래한다고 합니다. 여수엑스포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1년 6개월간 요트로 세계일주에 나선 한국의 마도로스들이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 요트로 세계일주 여행을 떠나볼까요? 기자는 향후 이들과 주고 받은 메일과 이들의 블로그를 통해 얻은 정보로 요트여행기를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기자의 말
"히빙투, 히빙투."
"대물이다. 배 세워 배. 스톱! 스톱!"
지중해에서 세일링을 마치고 돌아오는 미녀 요트 속 '바바리아 49호'에는 다급한 일이 벌어졌다. 항구로 돌아오는 길에 트롤링 낚시를 하던 지산 크루의 다급한 목소리였다. 캡틴은 그렇지 않아도 풍랑 속 급정지기술인 히빙투를 시도해 볼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던 터였다. 이후 히빙투가 시도됐고 배는 잠시 뒤 강한 바람 속에서 정지 기술인 히빙투가 정확히 먹혀 들어갔다.
바바리아 49 요트를 타고 현지에서 세계일주 감각을 익히고 있는 정선씨 일행은 이곳에서 만난 한국 관광객을 초대해 직접 세일링을 해가며 지중해 앞바다 여행을 떠났다. 이윽고 일행은 Tacking(태깅: 뱃머리부분을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돌리는 바람전환 법)과 자이빙(Gyving: 스피드를 떨어트리지 않고 배 앞부분을 풍하로 방향 전환하는 상급 세일링 방법) 시범을 보이며 항구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런데 장난하는 줄 알았던 지산님 낚싯줄을 자세히 보니 정말 줄이 깊숙이 물고 들어가 있었다. 이후 낚싯줄을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설마 하는 모두의 기대감 속에 줄은 점점 감겨왔고, 마침내 물속에서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형체를 드러낸 주인공은 입 부분이 뾰족하게 튀어나온, 등이 아주 푸른 60cm 정도의 대물이다. 어렸을 때 책에서 읽은 본 바다생선 중 가장 빠른 속도를 가진 '청새치'라는 물고기였다.
일행이 바뀌다 "떠난 장성진 일행과 돌아온 초하지산 크루"
부선장 정선씨는 블로그와 이메일, 그리고 로밍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곳 소식을 종종 전해왔다. 그런데 한동안 소식이 뜸해 필자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사연인즉 그 동안 세계일주에 합류한 일행 중 은제진, 장성진 크루가 내부사정으로 하선, 여행을 좋아하는 초하지산(49) 크루가 새롭게 승선했다는 소식이었다.
이들은 현재 미녀요트 바바리아 49에서 24시간 숙식을 하고 있다. 그 동안 여행 중 배에서 필요한 물품과 장비들을 구매하고 항해에 필요한 기술들을 하나하나 습득해 나가고 있는 과정으로 하루 일과를 보내고 있다. 부선장 정선씨의 얘기다.
"어제는 크로아티아에 있는 두브로브닉의 백미이자 유럽풍 도시의 진수인 '올드타운'을 걷다 한국 사람을 만났어요. 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맥주도 한 잔하고 친해질 수 있었죠. 이들 일행은 2명씩의 남녀 커플로 잠시 여행에서 동행하는 사이였어요. 저녁에는 우리와 함께 요트에서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눴어요. 이후 마리나의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지산님이 가져오신 로얄 살루트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죠. 내일은 이들을 요트로 초대해 함께 세일링을 나간답니다."
그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다음날 파도는 너울이 커서 멀미가 좀 날 법했지만 바람도 제법 적절히 불고 좋았죠. 특히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처음으로 트롤링 낚시도 했고 이때 별 기대는 하지 않았으나 참치와는 형 동생 하는 생각지도 않은 청새치를 낚아 올려 고급 회를 먹을 수 있어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기 힘들었죠."
"그런데 이날 기분이 들떠 사고가 발생했어요. 요트 접안 과정에서 갑자기 엔진이 부앙~ 하고 돌아가며 배의 옆 부분이 마리나의 시멘트로 된 폰툰을 강하게 긁고 지나갔죠. 이후 선체에는 큰 스크래치가 생겼고 펜더(배의 옆에 대는 충격완화 주머니)가 찢어지며 바다로 떨어졌어요."
이들은 모두 순간 패닉 상태에 빠졌고 바로 이때 폰툰에 있던 요트관리원 아르사트가 잽싸게 배로 달려와 접안을 마무리 시켰다. 이후 배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배의 옆에는 약 50cm 가량의 큰 긁힘이 생겼으나 외부의 한 겹 부분만 긁힌 것으로 보아 이 배가 얼마나 튼튼한지 알 수 있었다고. 이후 스크래치는 3일간에 거쳐 세 겹으로 겔코트를 발라 메꿔 깔끔하게 마무리됐다.
항구에 도착하자 지산님은 날렵한 손동작으로 청새치를 다듬었다. 이후 뜬 회를 초고추장과 간장에 찍어먹자 옆에 있던 현지인 요트 관련 대학생들이 눈살도 찌푸리고 쳐다 보았지만 개의치 않고 마지막 한 점까지 맛있게 회를 비워냈다는 얘기에 군침이 감돈다.
그는 청새치에 대한 맛을 이렇게 전했다.
"청새치회는 마치 조개의 게지처럼 약간 질긴 쫄깃한 식감입니다. 강하고 빠른 생선이라 그런지 근육이 발달하여 결이 매우 진하게 생겼어요. 회는 썩 후한 점수를 줄 만큼은 아니었으나 이런 고급 어종의 생선을 싱싱하게 회로 맛본다는 것 자체가 정말로 즐거웠어요. 다음날 남은 뼈다귀로 제법 훌륭한 매운탕을 맛볼 수 있었어요."
부선장 정선씨는 "그동안 인원 변동과 여러 사정이 생겨 루트도 변경되었다가 다시 변경되는 등의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다는 항상 겸손해야 하므로 무조건 애초 계획대로만 밀고 나가는 위험한 행동보다는 융통성을 갖고 겸허하게 항해계획을 짜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관심을 가지고 바바리아 49 항해를 지켜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여수 해양엑스포를 알리고 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세계 일주에 나선 28세 청년 정선씨. 그의 일행은 지금 바바리아 49 요트를 타고 지구 한 바퀴를 돌기 위해 지구의 반대편 지중해에서 아름다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처럼 그들은 사람으로 인해 첫 시련을 겪었다. 하지만 그들 앞엔 늘 이보다 더 큰 도전과 새로운 모험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단지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 두브로브닉의 백미인 올드타운'에서 만난 한국 관광객과 지중해에서 세일링중 바바리아 49 요트에서 정선씨(우)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심명남
"히빙투, 히빙투."
"대물이다. 배 세워 배. 스톱! 스톱!"
바바리아 49 요트를 타고 현지에서 세계일주 감각을 익히고 있는 정선씨 일행은 이곳에서 만난 한국 관광객을 초대해 직접 세일링을 해가며 지중해 앞바다 여행을 떠났다. 이윽고 일행은 Tacking(태깅: 뱃머리부분을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돌리는 바람전환 법)과 자이빙(Gyving: 스피드를 떨어트리지 않고 배 앞부분을 풍하로 방향 전환하는 상급 세일링 방법) 시범을 보이며 항구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 초산지하님이 바다생선 중 가장 빠른 속도를 가진 대형'청새치'를 트롤링 낚시로 올리고 있다. ⓒ 심명남
그런데 장난하는 줄 알았던 지산님 낚싯줄을 자세히 보니 정말 줄이 깊숙이 물고 들어가 있었다. 이후 낚싯줄을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설마 하는 모두의 기대감 속에 줄은 점점 감겨왔고, 마침내 물속에서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형체를 드러낸 주인공은 입 부분이 뾰족하게 튀어나온, 등이 아주 푸른 60cm 정도의 대물이다. 어렸을 때 책에서 읽은 본 바다생선 중 가장 빠른 속도를 가진 '청새치'라는 물고기였다.
일행이 바뀌다 "떠난 장성진 일행과 돌아온 초하지산 크루"
부선장 정선씨는 블로그와 이메일, 그리고 로밍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곳 소식을 종종 전해왔다. 그런데 한동안 소식이 뜸해 필자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사연인즉 그 동안 세계일주에 합류한 일행 중 은제진, 장성진 크루가 내부사정으로 하선, 여행을 좋아하는 초하지산(49) 크루가 새롭게 승선했다는 소식이었다.
이들은 현재 미녀요트 바바리아 49에서 24시간 숙식을 하고 있다. 그 동안 여행 중 배에서 필요한 물품과 장비들을 구매하고 항해에 필요한 기술들을 하나하나 습득해 나가고 있는 과정으로 하루 일과를 보내고 있다. 부선장 정선씨의 얘기다.
"어제는 크로아티아에 있는 두브로브닉의 백미이자 유럽풍 도시의 진수인 '올드타운'을 걷다 한국 사람을 만났어요. 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맥주도 한 잔하고 친해질 수 있었죠. 이들 일행은 2명씩의 남녀 커플로 잠시 여행에서 동행하는 사이였어요. 저녁에는 우리와 함께 요트에서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눴어요. 이후 마리나의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지산님이 가져오신 로얄 살루트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죠. 내일은 이들을 요트로 초대해 함께 세일링을 나간답니다."
그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 두브로브닉 올트타운에서 만난 한국인 여행객이 지중해에서 세일링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심명남
"다음날 파도는 너울이 커서 멀미가 좀 날 법했지만 바람도 제법 적절히 불고 좋았죠. 특히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처음으로 트롤링 낚시도 했고 이때 별 기대는 하지 않았으나 참치와는 형 동생 하는 생각지도 않은 청새치를 낚아 올려 고급 회를 먹을 수 있어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기 힘들었죠."
"그런데 이날 기분이 들떠 사고가 발생했어요. 요트 접안 과정에서 갑자기 엔진이 부앙~ 하고 돌아가며 배의 옆 부분이 마리나의 시멘트로 된 폰툰을 강하게 긁고 지나갔죠. 이후 선체에는 큰 스크래치가 생겼고 펜더(배의 옆에 대는 충격완화 주머니)가 찢어지며 바다로 떨어졌어요."
이들은 모두 순간 패닉 상태에 빠졌고 바로 이때 폰툰에 있던 요트관리원 아르사트가 잽싸게 배로 달려와 접안을 마무리 시켰다. 이후 배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배의 옆에는 약 50cm 가량의 큰 긁힘이 생겼으나 외부의 한 겹 부분만 긁힌 것으로 보아 이 배가 얼마나 튼튼한지 알 수 있었다고. 이후 스크래치는 3일간에 거쳐 세 겹으로 겔코트를 발라 메꿔 깔끔하게 마무리됐다.
항구에 도착하자 지산님은 날렵한 손동작으로 청새치를 다듬었다. 이후 뜬 회를 초고추장과 간장에 찍어먹자 옆에 있던 현지인 요트 관련 대학생들이 눈살도 찌푸리고 쳐다 보았지만 개의치 않고 마지막 한 점까지 맛있게 회를 비워냈다는 얘기에 군침이 감돈다.
그는 청새치에 대한 맛을 이렇게 전했다.
▲ 청새치 회맛은 마치 조개의 게지처럼 약간 질긴 쫄깃한 식감으로 결이 매우 진하게 생겼다. ⓒ 심명남
"청새치회는 마치 조개의 게지처럼 약간 질긴 쫄깃한 식감입니다. 강하고 빠른 생선이라 그런지 근육이 발달하여 결이 매우 진하게 생겼어요. 회는 썩 후한 점수를 줄 만큼은 아니었으나 이런 고급 어종의 생선을 싱싱하게 회로 맛본다는 것 자체가 정말로 즐거웠어요. 다음날 남은 뼈다귀로 제법 훌륭한 매운탕을 맛볼 수 있었어요."
▲ 바바리아 49 요트를 타고 지구 한 바퀴를 돌며 여수엑스포를 알리기에 나선가 정선씨가 지중해에서 아름다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 심명남
여수 해양엑스포를 알리고 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세계 일주에 나선 28세 청년 정선씨. 그의 일행은 지금 바바리아 49 요트를 타고 지구 한 바퀴를 돌기 위해 지구의 반대편 지중해에서 아름다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처럼 그들은 사람으로 인해 첫 시련을 겪었다. 하지만 그들 앞엔 늘 이보다 더 큰 도전과 새로운 모험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단지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덧붙이는 글
전라도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