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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 위량초교 김호일 선생님의 마지막 수업

"날이 추우니까 마음까지도 쓸쓸해지는구나"

등록|2010.11.13 11:47 수정|2010.11.15 11:12

▲ 3학년 학생들과의 마지막 수업에 앞서 김호일 교사가 그동안 정들었던 학생들에게 편지를 전해주자 소리없이 읽고 있다. ⓒ 조정훈


미안하다, 사랑한다

"제일 먼저 하고 싶은 말은 어느 TV드라마 제목처럼 '미안하다 사랑한다'이구나. 선생님으로서 너희들이 마지막이 된다 생각하니 더 목이 메어지는구나..."

김호일 교사는 마지막 수업의 시작을 학생들에게 편지를 주고 읽게 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은 숨소리까지 죽여가며 편지를 읽어 내려가고 정적이 이어졌다.

"오늘부터 날이 갑자기 쌀쌀해졌구나. 지난번 너희들에게 이야기 한 것처럼 헤어져야 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는구나. 날이 추우니까 마음까지도 쓸쓸해지는구나..."로 시작된 김호일 교사의 편지는 A4 두 장 분량으로 어린 학생들한테 당부하는 말과 헤어져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말로 이어졌다.

▲ 3학년 학생들이 김호일 교사와의 마지막 체육시간에 피구놀이를 하며 이별을 아쉬워하고 있다. ⓒ 조정훈



편지를 읽은 아이들은 아직 선생님과의 이별을 실감하지 못하는 듯 했다. 금세 장난기 있는 얼굴로 "선생님 피구해요"라고 졸라댔고, 김 교사는 "그래, 너희들 하고 싶은 거 하자"며 공을 준비하고 편을 갈랐다. 수업시간 내내 피구놀이를 했고 이제 그만하자는 선생님의 말에도 아이들은 "더 해요"라고 졸라댔다.   이런 아이들을 두고 떠나야 하는 김 교사의 얼굴은 웃고 있지만 그늘져 보였다. "징계위에 해임되기 며칠 전에라도 미리 알려달라고 부탁했는데 어제 통보를 받았다"며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학생들에게 상처를 안주고 새로운 선생님이 오면 빨리 적응하도록 했을텐데 바로 어제 통보해 줘서 너무 당황스럽다"고 했다.   김 교사는 "헤어진다는 게 실감이 안난다. 저 어린 아이들이 힘들어 하지는 않을런지 걱정스럽고 빨리 적응했으면 좋겠다"는 말로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었다.   "선생님, 당당하게 일어서서 힘 내세요"   3학년 수업이 끝난 후에는 4학년 체육수업이 이어졌다. 김 교사는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일일이 편지를 나눠주고 "너희들도 오늘이 마지막이구나. 그동안 즐거웠다"며 수업을 시작했다.   김 교사는 편지를 통해 아이들에게 "항상 꿈을 가져라. 친구들의 마음을 잘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어려운 사람을 잘 도와주었으면 한다. 당당하고 자신있게 살아라"고 당부했다.  

▲ 4학녀 한 어린이가 김호일 교사가 준 편지를 읽고 이에 대한 답장의 편지를 쓰고 있다. ⓒ 조정훈


"저 설민이에요. 선생님이 편지로 쓰셨던 것처럼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살아라'라는 노래도 있죠. 저는 매일 그 노래를 듣고 매일 기죽지 않고 당당하잖아요. 선생님도 당당하게 일어서서 힘을 내시면 돼요."   편지를 읽은 정설민 양이 노트에 바로 답장의 편지를 썼다. 그 모습을 보는 김 교사의 콧등이 시큰해 보였다. 김 교사는 "특별한 날 연락해라. 크리스마스날, 설날, 집에서 맛있는 거 먹는 날..." 하며 웃었고 "헤어질 때 어떻게 해야 하지?" 라는 말에 아이들은 "웃으면서 보내요" "붙잡아요" 했다.    김 교사는 아이들에게 "너희들에게 마지막 부탁이 있는데 선생님 한 번씩만 안아줄래?"라고 하자 아이들이 나와 김 교사를 안아주었다. 그리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연필이며 볼펜, 찰흙, 샤프심 등을 선생님한테 선물이라며 내놓았다.  

▲ 4학년 마지막 체육시간에 김호일 선생님이 학생들을 일일이 안아주고 있다. ⓒ 조정훈


아이들은 금방 숙연해질 것 같았지만 선생님에게 축구하자고 졸라댔고 김 교사는 아이들을 데리고 운동장으로 향했다. 몇 안되는 아이들은 언제나처럼 밝은 얼굴로 두 팀으로 나뉘어 축구를 하고 운동장을 내달렸다.   김호일 교사의 마지막 수업을 지키기 위해 전교조 경북지부의 교사들과 대구지부의 임전수 지부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아침 일찍부터 학교를 찾았다.  

▲ 해임통보를 받은 김호일 교사가 재직하고 있는 김천 위량초등학교 앞에서 전교조 경북지부 및 대구지부 위원장과 선생님들이 징계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 조정훈


경북교육청, 11일 해임통보 하고도 쉬쉬...  
경북도교육청은 전국에서 제일 먼저 징계의결한 정당가입 교사의 해임을 확정하고 11일 김호일 교사가 근무하는 김천위량초등학교에 통보했다. 이에 해당 교사 및 전교조 경북지부는 강력 반발했다.

전교조 경북지부 김임곤 지부장은 "경북도교육청은 해임 통보를 하면서 당사자에게도 쉬쉬하고 모르게 할 수 있느냐? 교사가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고 내보내려 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하수인 노릇만 하겠다는 것을 만천하에 보여주는 것만 같다"고 비난했다.

한편, 경북도교육청의 서서규 인사담당 장학관은 "징계 결재가 나면 지체없이 통보하는 게 규칙이고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아이들의 수업에도 지장이 없다"며 "학교장이 기간제 교사를 구하거나 아니면 교육청에서 구하더라도 다음 월요일 쯤이면 수업에 참여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위량초등학교 장병철 교장은 "교사 구하는 게 콩 볶아 먹듯이 금방 할 수 있는 쉬운 일이냐"며 "교사를 모집할 시간도 안주고 갑작스럽게 통보를 해서 당황스럽다. 갑작스럽게 떠나는 선생님도 그렇고 아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평화뉴스(www.pn.or.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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