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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문학상' 박노정 시인 "죽도록 절망한 게 다행"

경남문인협회, 제22회 경남문학상 시상식 열어.. 박노정 시인 <눈물공양> 선정

등록|2010.11.14 10:31 수정|2010.11.14 10:31
"한때나마 죽도록 절망하고 방황한 적이 있으므로 얼마나 다행인가. 모두가 이겨라 이겨라 하고 부추길 때 내게 지라고 가르친 건 오직 시(詩)뿐이니 니 또한 얼마나 고마운가. 그리하여 말씀의 절집(詩)에 고개숙여 드는 일과 가장 당순하게 보는(禪) 일로 내 시라고 무딘 삶을 존중코자 한다. 오래도록 진주의, 경남의 토박이 시인으로 살다갈 일이 또 얼마나 큰 영광인가."

배대균 신경정신과 의원․ 경상남도의 후원을 받아 경남문인협회(회장 김복근)가 시상한 제22회 경남문학상을 수상한 박노정 시인이 밝힌 소감이다. 경남문협은 13일 오후 진해 경남문학관에서 시상식을 가졌다. 박노정 시인은 지난 7월 펴낸 <눈물공양>으로 선정되었다.

▲ 올해 '경남문학상'을 수상한 박노정 시인이 13일 오후 진해 경남문학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윤성효


이광석, 전문수, 정목일, 이우걸씨 등 심사위원회는 올해 나온 4명의 작품집을 놓고 심의를 벌여 투표 끝에 박노정 시인의 <눈물공양>을 수상자로 선정했던 것. 심사위원들은 "<눈물공양>은 세상의 비루함과 슬픔을 비판하되 냉소주의에 그치지 않고 실천의 의지가 꼿꼿하다는 평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문학평론가 구중서씨는 박 시인에 대해 "승속(僧俗)을 넘나느는 듯 선시풍(禪詩風)의 언어와 가락을 쓰고, 나그네 바람이 문풍지를 퉁기는 데서 묵언을 듣기도 하고, 마음을 비운 자리에 비로소 시가 고봉을 담기는 것도 안다"고 소개한 적이 있다.

<눈물공양>에는 시로 쓴 요즘 시대 인물들이 여럿 등장한다. "731부대는 뭐냐"고 묻자 "항일독립군인가요"라고 대답해 세인의 우스개 대상이 됐던 정운찬 전 총리에 대해, 박 시인은 "731 부대 따윈/몰라도 괜찮아요/당신 없어도 대한민국/거덜 나지 않아요/이제 그만 혹세무민 집어치우고/하루빨리 집으로 돌아가/푹 쉬면 돼요/당신이나 대한민국이나 훨씬 더 편해져요"라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또 박 시인은 진주민예총 회장이던 2005년 친일화가 김은호(이당)가 그려 진주성 의기사에 걸려 있던 '미인도 논개'(일명 논개영정) 복사본을 강제로 뜯어내 기소됐다가 법원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자화상'이라는 부제가 붙은 "벌금 오백만원정"이란 제목의 시도 시집에 실려 있다.

"뭉게구름의/투성이 먼지의/천둥벌거숭이/거두절미(去頭截尾)/벌금 오백만원정."
(시 "벌금 오백만원정" 전문).

당시 박 시인을 포함한 시민단체 대표 4명은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벌금을 낼 수 없다며 노역장을 택하기도 했다. 검찰과 법원은 논개영정을 제대로 그려 봉안해야 하고 민족혼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고 의기사 '침입'과 논개영정 '훼손'의 이유만 들어 기소하고 선고했다. 이에 박노정 시인은 '거두절미 벌금 오백만원'이라 표현했다.

▲ <눈물공양>을 펴낸 박노정 시인(왼쪽)이 13일 오후 진해 경남문학관에서 열린 경남문학상 시상식에서 김복근 회장과 배대균 원장으로부터 상패와 상금을 받고 있다. ⓒ 윤성효


이날 시상식에서 전문수 시인은 "시장에서 살아 있는 뱀장어를 사와 요리하기 위해 머리부터 자르면 몸둥이가 파닥거리며 튀는 것과 같이, 박노정 시인의 시는 살아있고 압축되어 있다"고, 이광석 시인은 "사회고발성이 함축되어 있고, 구도자의 고뇌가 보인다"고 말했다.

박노정 시인은 <호서문학> 회원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시집으로 <바람도 한참은 바람난 바람이 되어>와 <늪이고 노래며 사랑이던> 등이 있다. 제1회 진주민족예술인상(2008년)을 수상했고, 현재 '진주(신문)가을문예'․'이형기문학상' 운영위원장으로 있다.

경남문학상은 수필가인 배대균(배신경정신과의원 원장)씨가 기금을 출연해 운영되고 있으며, 그동안 전기수 정동주 임신행 정목일 김교한 이광석 강희근 김언희씨 등이 수상했다.

한편 이날 경남문협은 올해 우수작품집상으로 이창하 시인(게이코 요시다의 노래를 듣다가), 유명숙 수필가(너도 바람꽃 나도 바람꽃), 정영선 수필가(시간여해)를 뽑아 시상했다. 또 올해 '경남문학 신인상'은 김덕자(시), 이영혜(시조), 신연화(동시), 김라희(수필), 최미래(소설)씨가 받았다.

▲ 경남문협은 13일 오후 경남문학관에서 제22회 경남문학상 시상식을 열었다. 사진은 김복근 회장이 인사말을 하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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