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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선생님, 우리 아버지 좀 살려 주셔요

의사를 신뢰하는 환자는 병을 고친다

등록|2010.11.14 12:33 수정|2010.11.14 12:33
오늘은 누워서 침 한번 뱉어보자. 남들은 누워서 침 뱉으면 제 얼굴에 떨어진다 하건만 나는 무식해서 무슨 말인지 잘 모른다. 어찌 되었든 침하면 나도 일가견이 있는데 사연인즉슨 아침에 일어나보면 밤새도록 흘리고 잔 아밀라아제가 베갯잇을 흥건히 적시고 있음이다. 아! 나 또 영어 썼다. 그것도 의학용어를.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 때문에 유별나게 병원을 많이 들락거리는 사람이다. 울 부모님처럼 의학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신 분들도 사실이지 드물게다. 울 아버지 병원을 너무 다니셨는가? 박사가 다 되셨는데 의사선생 앞에 서면 일단은 자가진단부터 내리신다. 그리고는 처방도 스스로 내리신다. 처방전대로 약을 지어오시면 약봉다리 펼쳐놓고 당신께서 새로 조제를 하신다. 뺄 것 빼고 보탤 것 보태신다는 말이다.

환자가 의사를 가르치는 어처구니없는 일로 병원에서 쫓겨난 일도 두어 번 있다. 그러나 자식이 무엇인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게 자식이지! 하여간 나는 아버지 덕분에 의사선생 앞에서 빌기도 수 없이 빌어본 사람이다. 울 아버지 내치지 마시고 살려달라고. 그 덕분에 아직까지 용감하게 살아계신다. 헐헐...

뭐 여기까지는 그래도 살맛난다. 문제는 아버지께서 여러 가지 대수술을 몇 번인가 받으셨는데 수술만 하시면 예전의 몸으로 돌아오는 줄 착각 하신다는데 있다. 의자다리 부러져 새로 다듬어 끼워 넣은 것도 아닐 텐데 그저 목수가 집 고쳐놓으면 몇 십 년은 끄떡없을 줄 그리 아신다.

.. ⓒ 조상연



.. ⓒ 조상연


연세가 칠십이 넘으셨으면 주위에 먼저가신 분들을 보아도 사람의 수명에 한계가 있음을 아실 터인데 그 유한성을 인정하기 싫으신 게 분명하다. 나이가 들수록 삶에 대한 애착의 골이 깊어져만 가는가? 옆에서 지켜보는 자식의 눈에는 안타깝기가 한이 없다. 그리고 나 역시 크고 작은 수술을 세 번 받아 보았지만 내가 아는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오로지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만이 그 병을 이겨낼 수 있다 여긴다. 아무리 훌륭한 의사라도 환자가 의사를 신뢰하지 않으면서 병이 낫기를 바란다면 좀 우습지 않은가?

내 몸은 내가 잘 안다하여 의사 앞에서 자가진단을 내리고 처방을 받아와 약봉지 뜯어놓고 뺄 것 빼고 보탤 것 보태는 행위야말로 의사에 대한 철저한 불신의 행위인 것이다. 이러한 불신 앞에서는 세상에 어떤 명의라도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열 번 스무 번 강조하거니와 환자가 의사를 철저하게 신뢰한다함은 내 몸의 병을 반은 스스로 고쳤다 여겨도 좋을 터이다. 이것은 내가 연세 칠십을 넘기신 나의 아버지와 팔십을 넘기신 장인어른의 너무 나도 대조적인 병원생활에서 보고배운 지혜이다.

.. ⓒ 조상연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세상이 무어라 입방아를 찧어도 환자가 의사를 철저하게 신뢰한다함은 내 몸의 병을 반은 스스로 고쳤다 해도 좋을 터이다. 그리고 인간은 유한하다는 것을 잊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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