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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흡착물질, 폭발 결과물로 볼 수 없어"

정기영 교수 <한겨레 21> 통해 밝혀 ... "100℃ 이하서 생성된 알루미늄황산염수화물"

등록|2010.11.16 09:29 수정|2010.11.16 09:29

▲ 쌍끌이 어선이 백령도 사고지역 근해에서 수거한 천안함 폭발의 결정적 증거물인 어뢰추진체. ⓒ 유성호


천안함 선체와 '결정적 증거물'로 제시된 어뢰 추진체에서 발견된 백색물질이 어뢰 폭발로 인한 것이 아니라 100℃ 이하에서 생성되는 알루미늄황산염수화물이라는 제3의 전문가의 분석 결과가 나와 파문이 예고되고 있다.

15일 발간된 <한겨레 21>은 정기영 안동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의 이 같은 분석 결과를 전했다. 

"천안함 백색물질, 100℃ 이하서 생성된 알루미늄황산염수화물"

<한겨레 21>에 따르면 정 교수는 지난달 중순 언론3단체 천안함 보도 검증위원회(아래 검증위)가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실을 통해 국방부로부터 확보한 흡착물질 시료를 넘겨받아 분석을 했다.

정 교수는 천안함 선체 3곳과 어뢰 추진체 2곳 등 모두 5곳의 흡착물질 시료를 가지고 주요 성분과 화학 조성 비율을 분석했다. 현미경 분석, 엑스선회절분석(XRD), 에너지분광분석(EDS)과 같은 기초적인 분석뿐만 아니라 전자현미화학분석(EPMA), 원소분석(EA) 등 총 11가지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 결과 정 교수는 흡착물질을 '바스알루미나이트'라고 규정한 양판석 캐나다 매니토바대 지질과학과 분석실장의 분석과 같다는 결론을 얻었다. '아시'라고 불리는 알루미늄황산염수화물과 바스알루미나이트는 동일한 물질을 뜻하는 다른 이름이다.

그는 흡착물질 내 알루미늄-황-산소의 비율이 아시에 있는 각 성분의 비율과 거의 일치함을 확인했다. 국방부는 흡착물에서 발견된 알루미늄과 산소 성분만을 부각시켜 알루미늄산화물이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정 교수는 같이 발견된 황 성분을 놓치지 않았다.

또 정 교수는 주사전자현미경(SEM)으로 미세구조를 분석한 결과, 분말 형태의 물질이 결정 상태로 흡착된 게 아니라 바닷물 속에 녹아 있던 물질이 점액질 상태로 흡착됐다고 밝혔다.

이는 어뢰 속 폭약이 터지면서 고열과 고압으로 알루미늄산화물이 발생해 선체와 어뢰에 흡착된 것이 아니라 흡착물이 해수에 녹은 상태에서 침전됐다는 뜻이다. 흡착물질은 대체로 일정한 방향성을 띠면서 쌓였다. 폭발이 있었다면 '규칙성 없이 무질서하게 쌓이는 흡착'이었겠지만 그와 다른 양상이었다는 것. 정 교수는 "한 층 한 층 쌓이면서 만들어진 구조로 볼 때 폭발을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또 "아시는 알루미늄과 해수에 녹아든 황이 만나 결합된 것"이라며 "형태를 봤을 때 뭔가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 '환경 변화'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100℃를 넘지 않은 상태에서 아시가 만들어졌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황의 기원에 대해 정 교수는 바닷물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알루미늄에 대해서는 흡착물질 시료만으로는 기원을 밝힐 수 없다고 결론을 유보했다. 흡착물질이 선체와 어뢰 부품 어디에 어떤 형태로 흡착됐는지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시료 분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흡착물질이 아시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흡착물질이 폭발재라는 국방부의 결론은 기각된다고 <한겨레21>은 강조했다.

정 교수는 국방부가 XRD, EDS 등 기초적인 실험만 하고 웬만한 대학·연구소에 다 있는 일반적인 장비를 통한 실험으로 넘어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간이 모자라서였든, 아니면 다른 상황이 있었든 좀 더 다양하게 분석했다면 중요한 정보를 놓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천안함 언론검증위도 보도자료를 내고 검증위와 <한겨레21>의 분석 결과를 종합할 때 흡착물질은 흡착이 아니라 화학적 침전물질로 민군합동조사단이 주장했던 것과는 달리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언론검증위는 백색물질에 대한 분석 결과 '비결정질 바스알루미나이트'와 매우 유사한 구성의 물질이라고 발표했다. 언론검증위는 아울러 민군합동조사단이 실시했던 에너지분광기(EDS) 엑스레이회절(XRD) 분석방식만으로는 물질의 정체를 규명할 수 없다는 사실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양판석 "백색물질, 폭발 아닌 경유와 해수 섞여 만들어낸 침전물"

언론검증위는 또 캐나다 매니토바대 양판석 박사의 흡착물의 알루미늄이 어디서 왔는지를 추가로 조사한 2차 보고서도 공개했다.

양 박사는 천안함 함체와 어뢰추진체에서 발견된 '백색물질'이 폭발이 아니라, 천안함에 저장돼 있던 경유(디젤유)가 해수와 섞이고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면서 '바스알루미나이트' 성분의 침전물을 만들어낸 것이라는 가설을 새로 제기했다.

양 박사는 보고서에서 "천안함 연료탱크 내부에 경유 분해 미생물로 인해 산성수용액이 생성됐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이 산성수용액 속으로 들어온 부유성 점토광물이 산에 의해 흔적 없이 부식됐고, 이 산성 수용액이 탱크를 나와 보통 해수와 만나 용해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침전이 일어난 것"이라고 흡착물질의 생성 과정을 설명했다.

언론검증위는 양 교수의 가설을 학계가 검증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국정조사 등을 통한 천안함 사건 전면재조사를 요구했다. 언론검증위는 또 명백한 과학적 분석 결과에도 불구하고 '백색물질'이 어뢰 폭발로 생성된 흡착물질이라고 국방부가 주장한다면 "공개적이고 투명한 재조사를 통해 합조단의 분석결과가 '세계 최초의 발견'임을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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