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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 14개월 만에... 미쓰비시 자동차, 광주서 철수

근로정신대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208일 동안 1인시위... "패배주의 딛고 승리"

등록|2010.11.16 17:40 수정|2010.11.16 19:50

▲ 16일 미쓰비시 자동차 광주전시장 간판이 내려지고 있다. ⓒ 시민모임


미쓰비시 자동차가 16일 광주 전시장을 완전 철수했다. 문을 연지 14개월 만이다. 광주에서 다른 나라 기관이나 시설이 시민들 요구와 투쟁으로 철수한 것은 미국 문화원, 미군 패트리어트 미사일 시설에 이어 세 번째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대표 김희용 목사)'을 비롯한 광주시민들은 208일 동안 미쓰비시 광주 전시장 철수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해왔다. 2차 세계대전 전범기업인 미쓰비시가 근로정신대 할머니 문제와 관련 진심어린 사과와 정당한 배상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미쓰비시 자동차 전시장, 개장 14개월 만에 광주서 철수

지난 해 9월 25일 미쓰비시 자동차 광주 전시장이 문을 연 이후 208일 동안 이어진 1인 시위에는 연인원 약 2000명의 시민이 함께 했다.

김희용 시민모임 대표는 "1인 시위에 회원과 같은 마음으로 동참해 주신 시민들의 마음과 미쓰비시 자동차를 구매하려고 전시장을 찾았다가 1인 시위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접어주신 분들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져 이런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면서 공을 시민들에게 돌렸다.

김 대표는 "작은 승리에 도취되지 않고 남은 싸움도 열의와 진실함을 다해서 하겠다"며 근로정신대 할머니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김 대표는 한국 정부에겐 "이런 국민들의 애국심을 뒷받침 삼아 이 문제에 적극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일본 정부에겐 "미쓰비시 전시장 철수 사례가 이번 한 번으로 그칠 것으로 생각지 말고 과거사 청산에 적극 나서 달라"고 요구했다.

양금덕 할머니는 열세 살 어린 나이에 미쓰비시에 근로정신대로 끌려갔다. 양 할머니는 미쓰비시 자동차 전시장 철수 소식을 전하자 "잘 했구만, 우리가 이겼네"하며 "결국은 우리 가슴에 못 박더니 그렇게 떠나네"라고 소회를 말했다.

양 할머니는 특히 "미쓰비시 자동차 전시장이 철수돼서 마음은 시원하고 좋은데 그동안 1인 시위했던 시민모임 회원들과 시민들 생각하니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교차한다"고 말끝을 흐렸다.

"일본 문제는 이미 지나간 것? 패배주의 딛고 일군 성과"

▲ 미쓰비시 자동차 광주전시장에 전시돼있던 자동차들이 트럭에 실려 16일 광주를 떠나고 있다. ⓒ 시민모임


당시 <오마이뉴스> 기자로 재직하면서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근로정신대 문제를 보도하고,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 결성을 주도한 이국언 사무국장의 소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 국장은 "일제하 과거사 문제라면 지나간 문제라고 정부와 정치권부터 기정사실화해 버리는 뿌리 깊은 스스로의 패배감이 한국엔 있다"며 "이미 포기한 싸움, 이미 진 싸움이라는 지독한 역사적 패배주의를 딛고 승리한 싸움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고 짚었다.

이 국장은 "(미쓰비시 자동차가 광주 전시장에서 철수한 것은) 잘못을 저지른 기업은 '역사의 심판엔 시효가 없다'는 말처럼 언제든지 민중들로부터 호된 심판받을 수 있다는 하나의 큰 선례를 남겼다"며 "미쓰비시뿐 아니라 일본의 여러 전범기업에게 역사적 경각심을 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한편 미쓰비시 자동차 전시장을 광주에서 철수시킨 괴력을 발휘한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은 2009년 3월 첫발을 뗐다. 이후 이들은 미쓰비시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208일 동안 주도했다. 또한 전국에서 13만4162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 6월 23일 미쓰비시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며 본사에 전달하기도 했다.

일본 시민들로 꾸려진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지원모임(이하 나고야 지원모임)'과 한국 시민모임의 끈질긴 노력으로 미쓰비시는 처음으로 "근로정신대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2010년 6월 24일)"했고, 7월 14일엔 "근로정신대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의 장'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한국과 일본의 시민모임이 거대 전범기업을 사과와 배상으로 가는 역사의 심판대 위에 세운 것이다. 정부가 외면한 일을, 정치권도 하지 못한 일을 지방에서 태동한 작은 시민모임이 일궈내고 있는 것이다.

▲ 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208일 동안 광주시민 약 2000명과 함께 미쓰비시 자동차 전시장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사진은 초등학생들의 1인 시위를 격려하고 있는 양금덕 할머니와 이를 지켜보는 김희용 목사. ⓒ 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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