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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선물, 이제는 바꾸자

등록|2010.11.17 09:28 수정|2010.11.17 09:28

수능 상품. ⓒ 조을영


해마다 수능철이 되면 한철 장사로 반짝 나오는 것이 있다. 이른바 '수능 대박 기원 선물'이다. 이제 수능 선물은 마음을 담아서 합격을 기원한다는 것을 넘어서서 일종의 특별한 의미를 가진 것으로 자리매김해 있다.

하지만 어느 명절이나 기념일 선물 보다 화려하게 치장한 수능 선물의 내용물은 겉과 다르게 간소하기만 하다. 찹쌀떡, 휴지, 포크, 엿 등 지극히 일상적인 내용물을 갖가지 포장지와 꽃장식으로 공들여 포장하고 나면 그 선물은 가히 명품이라 할 만한 대접을 받게 되고 우리는 그것을 아무 거리낌 없이 사고 있다.

수능을 하루 앞 둔 시내 거리를 걷다보면 제과점 마다 수능 상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하지만 이 상품들이 가격 만큼 질이 우수하다고는 보기 어렵다. 겉표면이 다 말라서 갈라진 찹쌀떡, 잘 팔리지 않는 비인기 초콜릿을 묶음으로 넣어서  값비싼 가격을 매긴 경우 등이 비일비재 하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반드시 화려한 선물을 해야만 자신의마음을 전달할 수 있을까? 또한 수능일 역시 매달 펼쳐지는 무슨 무슨 '데이(day)'의 일종으로 취급 받아서 우리는 값비싼 값을 치르며 얼결에 공동 구매에 동참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이다.

정성이 담긴 자신만의 선물을 수줍게 고르고 밤새 서툰 문장으로 마음을 담은 카드를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던 옛 시절 추억들은 촌스런 짓, 시간 낭비란 허울을 쓴 채로 대기업들이 내세우는 '데이 '열풍'에 동참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게다가 주 내용물은 큰 상관없이 얼마나 화려한 포장을 하였는지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느라 겹겹이 싸일 수밖에 없는 포장 박스와 장식 리본이 환경을 얼마나 파괴하게 될지에도 눈을 돌려야 할 시점이다.

수능 선물용 초컬릿. ⓒ 조을영


이제 달마다 다가오는 특정일의 풍습에 우리 모두 새로운 대처법이 필요하다. 남들이 하니까 꼭 따라해야 할 것 같아서 무조건 추종한다거나 현시대의 흐름이니까 제일 세련된 방식이지 않을까 별뜻없이 동참하며 저가의 제품을 값 비싸게 구입하며 환경까지 훼손하는 것은 21세기 글로벌 한국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남이 만들어 놓은 아이디어, 남이 포장해 놓은 선물 보다는 나만의 감각이 묻어나는 특별한 선물이 오히려 값진 시대라는 것을 잊지말자. 갑갑한 교복을 벗고 곧 자유의 세계로 나가거나 또다시 성숙한 도전을 하게 될 수험생들에게 교복처럼 일괄적이고 똑같은 선물을 안길 것이 아니라 이제부턴 무한 자유와 도전을 향해서 가란 의미로 개성있고 창의적인 선물을 직접 골라서 예쁘게 포장하는 노력을 선물해 보는 것은 어떤가?

그 일례로 수험생을 위해 따뜻한 밥 한끼라도 직접 지어서 예쁜 보자기에 싸서 선물하며 마지막까지 건강을 기원한다는 의미를 담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도시락 통은 씻어서 계속 사용할 수 있고, 보자기는 다른 선물에 또다른 포장재로 사용되어 기쁜 마음을 전하게 되니 환경 오염도 줄어든다.

세상은 같은 사안이라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무한정의 아이디어와 즐거움을 선사하게 된다. 수능은 이제 수험생만의 행사가 아니다. 그러기에 다같이 동참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이고 개성적인 나만의 아이디어와 이를 실현하는 노력 역시  필요하며, 작은 변화를 통해서 세상은 조금씩 바뀌어간다는 것도 알게 될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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