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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도서관, 정부만 문제야? 인천시 정책은?"

인천시, 사서 공무원 뽑아놓고 도서관은 위탁운영

등록|2010.11.17 18:46 수정|2010.11.17 18:46
인천시가 공공도서관을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는 방안을 또다시 추진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는 지금까지 인천문화재단에 위탁해 운영하던 시립도서관 3곳을 비영리법인을 설립해 그 법인에 운영을 맡길 것이라고 지난 9일 밝혔다.

시는 위탁기관으로 인천광역시도서관협회를 설립키로 했으며, 이를 두고 '전국 최초 시립공공도서관 비영리법인 출범'이라고 한 뒤 "그동안 공무원 총액인건비제도에 걸려 도서관 직원에 대한 공무원 채용이 어려워 위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극복한 '새로운 해법'이자 '노력의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러한 시의 자평과 달리 시민사회와 지역 도서관의 시선은 싸늘하다. 인천어린이도서관협의회 김미진 사무국장은 시가 민간에게 다시 위탁하려는 것을 두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주민을 위해 제공해야할 문화·복지 공공서비스 책임을 경제논리에 맡기는 행위로, 사실상 책임을 방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시는 수탁 운영 주체를 인천문화재단에서 비영리법인인 인천시도서관협회로 바꿔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고 했다. 총액인건비제도에 막혀 있는 현실을 나름대로 타개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든 인천시도서관협회가 운영하든 방식에선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이 시민사회의 반응이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시가 직영하는 미추홀도서관처럼 인천시 공무원 정원규정의 보호를 받으면서 직접 운영하는 방식이 아닌 이상, 위탁은 위탁일 뿐"이라며 "오히려 시와 송영길 시장은 공공도서관 정책이 없다고 고백하는 편이 낫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시의 공공도서관 정책 부재"

현재 인천시에는 시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는 4곳의 도서관(직영 1곳·위탁 3곳)을 비롯해 시교육청 소속 도서관 8곳(교육청 직영 5곳·시 건립 교육청 운영 3곳)이 있다. 그리고 군·구립 작은 도서관 19곳(직영 12곳·위탁 7곳)이 있다.

물론 여기에는 민간운동차원에서 도서관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건립한 인천어린이도서관협의회 소속 작은 도서관은 누락돼있다.

시가 안고 있는 문제는 공공도서관에 대한 정책이 없다는 점이다. 시는 총액인건비제도 탓에 민간에 위탁했다고 하지만 이는 인접한 서울시나 경기도와 비교해 보면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서울시의 경우 문화예술과 산하에 도서관정책팀과 도서관운영팀을 두고 있으며, 경기도는 교육국 산하에 도서관정책팀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인천시는 공공도서관과 도서관정책 등을 전담하는 부서가 없다. 시 스스로 정책 부재를 방증하는 셈이다.

또, 시 공무원 중 사서직은 총28명(미추홀도서관·인천대도서관·시청 자료실 등)이다. 그런데 정원은 17명이니, 과잉인원이 11명이나 되는 셈이다. 현행 공무원 정원이 17명으로 묶여, 뽑아놓긴 했지만 11명은 신분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시는 이 역시 총액인건비제도 탓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두고 인천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은 "사서 공무원을 뽑아놓고 위탁운영을 하니 그러는 것 아닌가? 도서관 서비스의 질을 좌우하는 것은 해당 도서관의 사서들이다. 따라서 사서들의 안정적인 근무환경은 필수요건"이라면서 "총액인건비 운운하며 소수직렬 공무원들을 그 희생양으로 삼기 전에 정책이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시의 도서관 정책이 없다는 것은 도서관 운영 수탁기관만 봐도 알 수 있다. 시립도서관의 경우만 보더라도 한 곳만 직영하고, 나머지 3곳은 전에 인천문화재단을 통해 운영했다. 군·구의 상황의 더 천차만별이다. 시설관리공단, 농협, 경영자총협회, 교회 등이 운영을 맡고 있다. 체계적인 운영과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도서관 전담부서가 절실한 상황이다.

"총액인건비가 문제면 정부에 대응해야"

2008년 12월 문화관광체육부의 '도서관 민간 위탁경영 제도 개선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보고서 역시 '총액인건비제도 속에서 도서관 개관과 운영인력 확보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그럼에도 저렴한 노동력을 확보해 공공도서관을 위탁하는 경제논리는 삼가야한다'고 한 뒤 '민간위탁 공공도서관을 직영할 수 있는 정책개발이 필요하다'고 했으며, 결국 '사서들의 고용안정을 보장하지 않는 한 민간위탁 운영체제는 지역주민의 서비스 질 저하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총액인건비제도는 참여정부가 지난 2005년 도입한 것으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2008년부터 본격 실시됐다. 시의 주장대로 '총액인건비제도'에 대해 문화관광체육부의 '도서관 민간 위탁경영 제도 개선에 관한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천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은 "답은 민주주의다.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그 국민이 누려야할 공공서비스를 수행하는 데 '총액인건비제도'가 문제라면 정책을 수립해 타 지자체와 공동으로 총액인건비제도 철폐를 주장하는 게 옳다"며 "또 정부만 탓할 게 아니라 공공도서관 정책을 세워 시가 할 수 있는 일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도서관협회가 '도서관 직영을 위한 비영리법인'이며 '공무원 총액임금제에 대한 해법'이기에 '기존 인력을 활용'해 '사서직을 포함한 직원'이 정규직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의 해석과 달리 '공무원 파견'제도를 악용한 편법에 불과하다는 게 시민사회의 주장이다.

김송원 사무처장은 "공공도서관의 운영과 정책을 전담할 사서직 공무원이 파견이 아닌 정원 안에서 보호받고 안정적으로 일하는 것이 곧 시민이 누릴 공공서비스의 안정이다. 이들이 총액인건비제도의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된다"면서 "시는 오는 2013년까지 공공도서관 60여개를 건립하겠다고 했다, 송영길 시장은 민간위탁을 위한 행정절차를 중단하고 공공도서관 정책부터 수립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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