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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 "세계가 지켜본다? 어쩌라고요..."

'우리 이야기' 담을 수 있는 마포 FM, 정부지원 끊겨 재정 위기

등록|2010.11.18 21:51 수정|2010.11.19 10:12

▲ 18일, 마포 FM 후원의 밤 행사에 참석한 김제동. ⓒ 이주연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라고요. 부모는 일하러 가고 어린 남매만 있는 집에 불이나 목숨을 잃는 것이 현실입니다.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어도 아이들을 지켜볼 수가 없습니다. 누가 지켜봐줘야 하나, 공동체입니다. 내 이름이 나오는 라디오와 TV가 필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방송인 김제동씨의 말이다. 18일 오후 마포구청에서 열린 '100.7MHz 마포 FM 살리기 후원의 밤'에 강연자로 나선 김제동씨는 "국회의원은 만날 자기만 나오는 방송이 있는데 국회방송을 또 가지고 있다"며 "대신 우리는 우리 모습이 나오는 방송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그래야 우리 이야기가 점점 올라가서 여론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지원이 끊겨 방송국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포 FM이 살아나야 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김제동씨는 '우리 동네 방송'이 중요한 이유를 재차 강조했다.

"'우리 집 바로 옆에 있는 슈퍼는 우리 아이가 가면 사탕 하나 쥐어주는 고마운 곳인데 저 집 옆에 홈플러스인가 뭔가 들어선단다. 그 할아버지 어찌 사노.'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지역 방송입니다. 반도체까지 다 해먹으면서 골목에 들어와 이제 피자까지 팝니다.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지역 공동체입니다. 내 할아버지, 내 아버지, 우리 형의 이야기 담을 수 있는 방송, 그래서 중요한 것입니다."

김제동씨는 "강의료를 돌려드리도록 하겠다"며 "대신 훌륭한 지역공동체 라디오를 만들어서 제게 돌려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우리 이야기 담을 수 있는 마포 FM 재정 위기

▲ 마포 FM 살리기 후원의 밤 포스터. ⓒ 이주연

김제동씨가 강조해마지않는 '우리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방송', 이것을 실현하고 있는 '지역 공동체 라디오' 마포 FM이 재정 위기에 처했다.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월마다 받던 500만 원의 지원금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기존 방송과의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이유"에 지난해부터 지원금 지급을 중단했다.

김제동씨의 강연에 앞서 만난 송덕호 마포 FM 운영위원장은 "지역 라디오는 시장 경쟁으로는 살아남을 수가 없는데 방통위는 기존 미디어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며 광고로 수익을 창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포 FM을 비롯한 관악FM(서울 관악구), 영주FM(경북 영주시) 등 8곳의 지역 공동체 라디오의 출력은 1W로 반경 5km이내에서만 청취가 가능하다. 청취 구역이 제한되는 만큼 '광고'의 효과를 크게 바랄 수 없고 때문에 광고로만 방송국을 꾸려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다행히 구청에서 연 2700만 원의 지원금이 나오지만 이것으로는 제대로 된 운영을 할 수 없다. 사무실 월세 등 한 달에 드는 비용만 2000만 원인 상황, 이 때문에 진 빚은 7000만 원에 달한다. 매달 차곡차곡 100만 원에서 150만 원의 빚이 쌓여감에도 공동체 라디오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김제동씨가 말한 "동네 이야기를 하는 동네 방송국이 마포 FM"이기 때문이다.

"어느 언론사에서도 보도하지 않은 마포구 합정동 이야기 마포 FM이 전해"

▲ 18일 오후 7시 반, 마포구청에서 '마포 FM 살리기 후원의 밤' 행사가 열렸다. ⓒ 이주연


동네 시사프로그램 '쌈박 시사'에서 어르신들이 진행하는 '행복한 하루', 마포 주부들의 일상 이야기가 녹아드는 '톡톡 마주보기'까지. 지역과 지역 문화,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가 마포 FM에 담긴다. 특히 쌈박 시사는 중앙 언론에서는 다루지 못하는 정말 '지역 시사'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

쌈박 시사를 진행하는 송 위원장은 "합정동 균형발전촉진지구 지역의 상가가 재개발로 철거될 위기에 처해 용역이 세입자들에게 폭행을 가하는, 용산과 같은 일이 벌어졌지만 그 어느 신문에도 관련 내용이 보도되지 않았다"며 "어제(17일) 방송에서 세입자와 전화 연결을 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전했다"고 설명했다.

'지역' 라디오 방송답게 지방선거 때에도 제 역할을 발휘했다. 지난 6.2 지방선거 때에는 구청장 후보자 토론회를 2회나 열었다. 송 위원장은 "방송국 초기에는 지역 속으로 많이 들어가지 못했는데 이제는 주민 참여가 많이 확대됐다"며 "방송을 통해 지역 일에 관심을 갖게 되고, 관심이 참여로 이어져 지역 자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동체 라디오로서 공동체를 만드는 미디어로서 기여하는 것"이라며 "지방자치 시대인데 이럴 때일수록 이런 공동체 방송이 더 많이 있어야 성숙한 사회가 더 빨리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정부가 공동체 라디오가 풀뿌리·주민자치를 살릴 수 있는 미디어임을 인식하고 공동체 라디오를 위한 재정·정책적인 측면에서 종합적인 그림을 그려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2006년부터 마포 FM에서 활동한 최장수 자원활동가 김미정(29)씨는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해 활동을 시작했다"며 "처음에는 말하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듣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씨는 "정부 지원의 측면보다 중요한 것은 라디오를 듣는 사람, 마포 FM이 없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시민이 기반이 되는 방송국이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덧붙이는 글 마포 FM 후원을 원한다면, 02-332-3247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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