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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안성은 '아름다운가게' 시대

아름다운가게 안성점, 전국 최초로 시민들의 힘으로 일궈내

등록|2010.11.20 16:06 수정|2010.11.20 16:06

준비위원아름다운가게 안성점을 위해 함께한 준비위원들과 박세준 매니저(왼쪽 첫번째)가 한자리에 모였다. ⓒ 송상호



11월 19일, 이날은 안성에서 아름다운가게 시대가 열린 날이다. 아름다운가게로서도 서울 개봉점(109호점)에 이어 110호점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그보다 전국 최초로 순수하게 시민들의 노력과 땀으로 일궈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안성점이 오픈하기까지 숨 가빴던 지난 1년.

이날 아름다운가게 안성점이 오픈을 하기까지 숨 가쁘게 달려왔다. 지난해 4월부터 시민들 몇 명이 매월 모여 아름다운가게를 안성에 내도록 논의를 했다. 사실 그 전부터 안성시민들 몇 명은 '안성에 아름다운가게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해왔던 터였다. 같은 해 6월 7일 '안성 아름다운 가게 준비를 위한 사업 설명회'가 이뤄졌다. 이 이후 총회추진위원 5인(김경신, 박승준, 하재호, 김보라, 윤남희)을 선정해 같은 해 9월 11일을 창립총회의 날로 삼고 준비했다.


오픈식 하객매장에서 이뤄진 오픈식에 참여한 하객들이다. 안성의 유명인사들과 시민들이 참여했다. ⓒ 송상호



같은 해 9월 22일, 안성의료생협 무지개 회의실에서 아름다운가게 운영진 4명(아름다운가게 그물코사업부 이동환 처장, 그물코 전략국 전상준 국장, 경기 인천팀 강미희 팀장, 평택 안중점 이희경 간사)과 안성시민 4명(박승준, 윤남희, 김보라, 하재호)이 '아름다운가게 안성점 사전협약서'를 체결했다.

드디어 9월 11일, 안성시청 대회의실에서 역사적인 창립총회를 가졌다. 이날 공동대표는 윤남희·정원일·조현선씨가 선출되었으며, 김경신·김보라·김동현·박승준·서용재·왕선희·윤순옥·이상복·하재호씨가 운영위원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일사천리는 없었다. 아름다운가게를 하려면 당장 매장이 필요했지만, 준비된 건 없었다. 당장 물건 쌓을 곳을 물색하다 한 택배회사 창고 옆을 빌렸다. 매장이 없으니 지역에서 매달 열리는 녹색장터를 떠돌며 천막장사를 시도했다.

장돌뱅이이날 안성점 매장이 오픈되기까지 시민들은 녹색장터를 떠돌며 마치 장돌뱅이처럼 아름다운가게 천막장사를 했다. 준비하고 장사하고 다시 정리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 송상호



2010년 1월 22일엔 '하루 찻집'을 열었다. 좀 더 폭넓게 지역에 아름다운가게를 알리고, 그해 12월에 매장 개설을 위한 금액의 씨앗을 심기 위해서였다. 이 찻집엔 지역의 목사, 신부, 스님 등이 맘을 하나로 모았고, 지역의 시민 자원봉사자들이 뜻을 같이 했다.

시민들의 땀은 군데군데 배어있었다

이렇게 숨 가쁘게 달려오면서 군데군데 여정에 시민의 자발적인 숨은 봉사가 있었다. 처음 아름다운가게를 안성에 오게 하려고 시민들 중 몇 명이 자발적으로 본사를 찾아가 문의를 했다. 잘 된다고 하는 아름다운가게의 다른 지점들을 돌아보았다.

시민들이 기부해준 물건을 수시로 창고에서 정리를 하곤 했다. 적지 않은 물량을 정리하려면 10명에 가까운 시민이 나와 반나절 이상 고생을 해야 했다. 장돌뱅이처럼 녹색장터를 전전하며 장사를 할 때는 몇 배의 수고가 필요했다. 창고에서 물건을 미리 정리준비하고, 현장에 천막을 설치하고, 물건을 진열하고, 하루 종일 서서 물건을 팔고, 창고로 들이고, 다시 정리하고. 이런 일들을 거의 매달 반복을 했다. 

옷정리수시로 이뤄지는 옷정리도 만만찮은 작업이었다. 여러 명이 달라붙어 반나절은 해야 했다. 녹색장터로 장사를 나갈라치면 이런 정리는 두 세배로 많은 양이 이뤄졌다. ⓒ 송상호



자원봉사자를 모으는 것도 준비위원들을 비롯한 시민들의 노력이 담겨있다. 자신들의 지인에게 아름다운가게를 홍보하고,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도록 독려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뜻을 같이한 사람 중에는 지역신문에 줄기차게 아름다운가게의 활동을 기사로 쓴 기자도 있었다. 디자인을 잘 하는 한 시민은 직접 광고문안과 광고디자인을 작성해 홍보에 나섰다.

자원봉사자들은 그 외에도 매월 정기 모임을 통해 아름다운가게 매장 개설의 의지를 다졌고, 소모임(친환경 생리대 만들기, 천연비누 만들기 등)을 통해 화합을 다졌다. 아름다운가게 자체에 목적을 두기보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나눔의 문화를 실현하자는 의지가 이를 가능케 했다.

매장 개설, 결코 쉽지 않았다. 좋은 길목, 넓은 매장이 관건 이었지만, 무엇보다 자금이 문제였다. 보증금과 월세가 만만찮았다. 수개월 동안 시민들은 매장 자리를 보러 다녔다. 괜찮은 매장은 비싸고, 싼 매장은 길목이 별로거나 좁았다. 극적으로 현재의 자리가 물색되었지만, 보증금의 문제는 넘어야할 큰 산이었다. 이에 준비위원들이 큰맘을 먹고 십시일반 했다.

문전성시이날 오픈식이 끝나자마자 물품 사기를 기다렸던 시민들이 대거 매장에 몰려 문전성시를 이뤘다. 아름다운가게 안성점의 희망이 보이는 듯. ⓒ 송상호



오픈 첫날부터 문전성시

이런 모든 고생을 잘 말해주듯 아름다운가게 오픈식 소감을 말하던 윤남희 씨(아름다운가게 준비위원 상임대표)는 잠시 눈시울을 붉혔다. 마음고생 몸 고생을 함께 했던 자원봉사자들도 잠시 숙연해졌다.

김학용 국회의원 등 지역의 유명인사 등이 아름다운가게 오픈식을 축하해주러 왔다. 짧은 축하 공연도 안성시민  중에서 선발되었다. 축가도 안성점 1대 매니저인 박세준 씨가 불렀다. 이날 자원봉사는 본사와 안성의 자원봉사자들이 하나가 되어 이뤄졌다.

이제 시작이지만, 오픈식이 끝나자마자 바깥에서 물건구입을 기다리던 시민들이 대거 몰려 삽시간에 문전성시를 이루는 모습은 아름다운가게 안성점의 미래를 밝게 했다. 구매가 곧 기부라는 나눔의 정신이 안성에 본격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이제 안성은 아름다운가게 시대가 왔다.

타일아름다운가게를 위해 기부한 안성시민들의 이름이 일일이 적혀있는 기념 타일이 아름다운가게 안성점 입구에 게시되었다. 오픈식 당일에 이 타일 오픈 이벤트도 했다. ⓒ 송상호


아름다운 가게 안성점 http://cafe.daum.net/bs-as
기부·자원봉사 문의 :031) 676-0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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