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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제 많이 간소화 했는데도 힘듭니다

35분의 조상님 제삿밥, 한 그릇에 담으면 안 되나요

등록|2010.11.22 18:23 수정|2010.11.23 10:45
음력으로 10월은 시제를 모시는 달이다. 어른들 말씀에 의하면 시제는 가을 곡식을 수확하여 일정한 날을 정하여 5대조 이상의 조상님 산소로 찾아가 마련한 음식을 차려놓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묘제를 올리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면서 이러한 관습도 많이 변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집안의 경우만 봐도 8대 조부를 정점으로 5대 조부까지 할아버지 16분에 할머니가 19분 해서 시제로 모셔야 할 조상님이 총 35분이시다. 그러니 35분의 묘소를 옛날 방식대로 별도의 제사음식을 마련해서 찾아다니며 시제를 모시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제각8대 조부를 배향한 제각으로 이곳에서 시제를 모십니다. ⓒ 양동정


그래서 우리 집안은 4년 전부터 8대 조부를 배향한 제각에서 날을 받아 후손 모두 모여 시제를 모시고 있다. 가장 어른이신 8대 조부 한 분과 할머니 두 분의 제사 음식은 별도로 준비하여 모시고, 그 다음 7대 조부 3분 이하는 계파별로 제물을 준비하여 한 자리에서 한꺼번에 모신다. 그래서 총 네 벌의 제사음식을 준비하고 두 번의 시제를 지내는 셈이다. 그렇게 많이 간소화 되었는 데도 또 복잡하다고 젊은 후손들의 항의가 만만찮다.

제기시제를 모시기 위해 정성스럽게 닦아놓은 제기 ⓒ 양동정


축문 검토시제에서 독축할 축문을 문중 어른들이 사전 검토 하고 계십니다. ⓒ 양동정


간소화 하자는 문제는 이렇다. 총 서른 다섯 분의 조상님 시제를 모시는 데, 공통적인 제사 음식인 과일 떡 고기 같은 것은 여러 분이어도 한 접시씩 마련하면 되는 데, 밥과 국과 술이 문제다. 즉 밥 35그릇. 술 35잔. 국 35그릇을 각자 떠 놓아야 한다.

떠 놓을 자리도 부족하지만 술잔을 올리고 내리는 일이 보통이 아니다. 그리고 시제를 모시러 오는 후손이 기껏해야 30명 안짝인데 서른 다섯 그릇의 밥을 해서 떠놓고 난 후 남은 밥과 국 처리 문제도 보통이 아니다. 시제 모시고 나서 고기나 과일 등이야 집집마다 포장해서 나누어 주는 것이 미덕이지만 따라 놓은 술이나 국물은 처리가 정말 곤란하다.

시제 상32분의 밥과 국과 술을 따라 놓은 시젯상. ⓒ 양동정


시제를 모십니다.후손들이 정성스레 조상님들께 절을 합니다. ⓒ 양동정


그래서 젊은 층의 후손들이 조상님들께 죄송스럽기는 하지만 내년부터는 밥과 국도 큰 그릇을 만들어서 한 그릇씩만 퍼 놓고 모시자고 한다. 그리고 대신에 현대식으로 국그릇과 밥그릇을 조상님 숫자대로 준비하자고 한다. 말하자면 지금의 뷔페식인 셈이다.

음복시제가 끝나고 시제음식으로 음복을 하는 후손들입니다. ⓒ 양동정


하지만 아직은 문중 어른들께는 말도 꺼내지 못했다. 젊은 후손들끼리 이런 것은 정부에서 "요즘 좋아하는 가이드 라인 같은 것을 정해서 권장해 주면" 그 핑계를 대고 어른들께 건의 드리기가 쉬울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내년에는 과연 문중 어른들을 설득시켜 실행이 될지는 모르지만 목기로 만든 멋지고 큰 밥 담을 제기를 준비하는 변화가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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