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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딸은 '전두환 각하' 덕에 잘 살고 있네요? '추징금 1672억' 다 갚을 때까지 장수하십시오

['공정사회' 대한민국?②] 이명박 대통령 '공정사회'에 일조하시길

등록|2010.12.10 18:40 수정|2010.12.11 12:22

▲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 8월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제65주년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권우성


전두환씨에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이 인분 테러로 더럽혀진 것이 지난 11월 14일이었습니다. 지난 2월 초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 방화 사건에 이은 통탄할 만한 참극이었죠. 휴일 저녁 메인 뉴스에서 짧게 처리했다고, 당신이 그 사건을 모르고 있지는 않겠지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습니다. 특히나 지난 11월 초, <그것이 알고 싶다>가 당신 가족의 단란한 한때를 포착했더군요. 휴일의 연희동 길을 차남 재용씨의 부인 박상아씨와 '땡전뉴스'의 단골 주인공이었던 부인 이순자씨 그리고 다섯 살, 세 살이라는 두 아이들이 여유롭고 한가롭게 거닐던 모습 말입니다. 미국 부동산의 명의자라는 며느리와 부동산 투자업체 주주로 이름이 올라가 있다는 두 손녀의 발걸음은 광고 속 단란한 가정 그 자체더군요.

네, 그 화면을 보는 순간 이명박 대통령의 '공정사회'를 떠올리지 않을 도리가 없었습니다. 땅에 묻혀서도 '똥덩어리'를 뒤집어쓰며 모욕을 당해야 하는 전직 대통령과 천문학적인 추징금은 나 몰라라 한 채, 떵떵거리며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당신. 공정(公正)이란 좋은 뜻이 이렇게 훼손되는 사회구나 해서지요.

▲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 SBS


다른 나라 사람이 봤다면, 한국 사회는 전직 대통령들 사이에도 무슨 계급이 존재하는 줄 알지 않겠습니까? 사실 공정은커녕 명백한 범죄자를 제대로 처벌하지도 못하고, 법원에서 판결한 추징금도 제대로 환수하지 못하는 나라가 작금의 대한민국이지요. 불공정의 메커니즘을 자신의 온 몸과 인생도 모자라 자식들을 통해서도 입증해 내고 있는 사람이 전두환씨 당신 아니십니까?

와인도 팔고 책도 파는 자식들, 잘 키우셨습니다

아, 그나저나 축하가 늦었습니다. 착각 속에 빠져 '국격'을 높였다고 현직 대통령이 그리도 자랑스러워했던 G20 서울정상회의 만찬과 재무장관 만찬장에 막내 아드님이 납품한 포도주가 깔렸다면서요?

군대도 다녀오지 않은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를 당신께서 개인적으로 어찌 평가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한 다리만 건너면 반갑게 인사할 사이시더군요. 만찬장에 사용된 와인을 생산한 '다나 에스테이트'는 운산그룹 이희상씨가 오너지요? 당신의 셋째 아들인 재만씨의 장인이기도 하고요.

이 정부 들어 30억 원 이상 출연받았다는 '다나 에스테이트' 이희상 회장과 현 대통령은 정치가와 재계의 간접적인 혼맥으로 이어졌다고 하니, 뭐 반갑게 인사해도 좋을 사이가 맞겠지요?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은 재만씨의 동서인 효성그룹 조현준씨의 사촌동생 조현범씨의 장인이라면서요. 아, 그런 혼맥을 떠나서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 깍듯이 인사를 받는 게 '공정'하다고요?

여하튼 '국격'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는 MB정부가 전통주를 만찬주로 대접하던 국제행사 관행을 버리고 와인을 대접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다죠? 재미있는 사실은 또 있었어요. 재미언론인 안치용씨의 기사에 따르면, 그 회사는 지난해 12월 MBC <후플러스>의 취재를 통해 외환관리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 곳이라고 하더군요.

▲ G20 특별 만찬 및 문화행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만찬주로 건배를 하고 있다. ⓒ 청와대


그래서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사회 곳곳에서 아드님들이 맹활약하고 계시니 얼마나 뿌듯하시겠어요. 그도 모자라 족벌언론들도 계속해서 관심을 가져주고 또 아버지와 다르게 성공한 사업가들로 조명해 주고 있으니까요.

사업이 기지개를 켜고 있는지, 그도 아니면 전직 대통령 아들의 후광 덕택인지 <동아일보>는 지난달 '다나 에스테이트'에 관련된 특집기사를 실었더군요. 또 한 달 전인 9월에는 <중앙일보>가 장남 재국씨의 특집 인터뷰 기사를 내보내면서 제목을 "대통령 아들로 사는 것, 너무 힘들었다"고 뽑았어요.

5000만 원을 투자해 직원 2명으로 시작한 시공사가 매출액 2000억 원에 600명이 넘는 직원의 최고 출판사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을 눈물겹게 묘사했더군요. 인터뷰 기사만 보면, 재국씨는 아버지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고 자부하는 것처럼 보이고요. "청와대에서 같이 산 동거인"이란 표현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그런 아버지와 "일요일마다 연희동 부모님 집에서 형제들과 다 만난다, 우리는 교회에 간다고 표현한다"며 여전히 돈독함을 자랑하더군요. 재국씨 입장에서야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들에 억울하다는 토로도 가능하겠지만, 일반 시민들이라면 과연 그 아버지의 후광이 없었을까 의심해보는 것이 인지상정 아닐까요? 왜, 막내 재만씨는 정부가 단군 이래 최대 국제 행사라고 했던 G20에 외국 술인 와인도 팔지 않았습니까.

300만 원 내고, 살림살이 좀 나아졌나요?

이토록 '공정한 사회'에서 가족들이 모두 승승장구 하고 계시니 기쁘시겠습니다. 그러나 사실 자식들의 후광에 대한 의심은 상식을 갖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국격'에 맞게 누구나 한 번쯤 해봐야 할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럼요, 추징금 때문이지요. 아직도 1672억 원이 남았다고요? 1931년 생이니 우리 나이로 올해 팔순.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있으니 꼭 다 갚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혹시 청문회 자리에 나온 후보들마냥 기억이 잘 나지 않으시나요? 그럼 기억을 되짚어 드리지요. 그런데 <그것이 알고 싶다> '안 내는가 못 내는가' 편을 보셨는지 모르겠네요. 여하튼, '본인'께서는 1995년 5·18 특별법에 불복하고 합천으로 줄행랑을 치셨지만, 결국 12·12사태와 5·18 민간인 학살로 인한 반란수괴 혐의와 불법자금 조성 혐의로 체포되는 촌극을 연출했지요. 

이후 1996년 8월 1심에서 사형,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 원을 판결 받았지요.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돈을 받지 않으면 기업인들이 되레 불안을 느꼈고, 기업인들은 그 정치자금으로 정치 안정에 기여하는 보람을 느꼈다"는 삼류소설에나 나올 법한 발언을 했더군요. 그래서 상상하기도 힘든 1조 원을 꿀꺽한 겁니까? 정치안정을 위해서?

그 후 1997년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의해 특별사면을 받은 뒤 2003년 추징금과 관련해 "통장에 29만 원밖에 없다"라는 역사에 길이 남을 명언(?)을 남기셨습니다. 그런데 방송을 보니 납부기록이 재미있어요. 2000년 벤츠 승용차와 콘도 회원권 강제 집행, 2003년 임의납부(29만 원), 1억 7000만 원 강제 집행, 연희동 별채 강제경매(16억 4000만 원), 이순자씨 199억 5000만 원 대납, 2008년 4만 7000원 등 총 530억 원이 징수됐더군요.

▲ 대구공고 동문들이 체육대회 운동장 바닥에 엎드려 전 대통령 부부에게 큰절을 하고 있다. 대구공고 동영상 화면 캡쳐. ⓒ 대구공고


그런데 웬일인지, 지난 10월 11일에 300만 원을 납부했다면서요? 대구공고 졸업 30주년을 맞은 50기 동문들이 주최한 행사장에서 전직 대통령 예우에 걸맞은 휘황찬란한 호사를 누리셨더만요. 10월 10일 동문체육대회에서는 수많은 인파가 당신 부부에게 큰절을 올렸고요. 

그런데 그 행사 기간 동안 자발적으로는 처음으로 중앙지검 집행과에 300만 원을 납부했어요. 왜 지금이었을까요? <그것이 알고 싶다>의 취재 결과, 이 의문의 300만 원은 4박 5일의 행사기간 동안 동문회가 낸 거마비더군요. 결과적으로 대구공고 동문회가 당신의 추징금을 대납한 거지요. 참으로 돈독한 학연이요, 선배사랑입니다.

더 중요한 건 1672억 원의 남은 추징금 중 300만 원을 내면서 추징시효가 2013년 10월까지 늘어났다(당초 시효는 2011년 6월, 추징금 시효는 3년으로 추징금을 조금이라도 내면 돈을 낸 시점부터 시효가 3년 연장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법정대리인은 "사회적 약자인 전두환씨가 추징시효가 늘어나면서 피해를 입는다"고 발언하더군요. 이번 납부를 '자진납부'라고 한 검찰이 과연 앞으로도 추징을 공정하게 집행할 의사가 있는지도 의문이고요.

부정부패 의혹을 받던 1988년 11월 대국민 사과에서 당신은 이렇게 말했지요?

"지난 9개월 동안을 피나는 반성과 뼈아픈 뉘우침 속에서 지냈습니다. 이 재산은 정부가 국민의 뜻에 따라 처리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기업인들에게 1조 원의 비자금을 받았다는 것이 재판에 의해 밝혀졌지만, 돌아온 답은 "전 재산 29만 원" 발언이었죠. 그 말을 듣는 순간 허탈함과 분노를 느꼈습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약속을 기억이나 합니까?

추징금 좀 내며 '공정한 사회'에 일조하세요

▲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 SBS


글을 마칠 때가 됐군요. 참으로 좋으시겠습니다. 사면 이후 가족 친지들도 여전히 떵떵거리고 살고 있고, 또 추징금 환수 운동도 시들해졌으니까요. 그런데 1991년 두 아들에게 증여한 서초동 부지가 땅값만 130억 원이 됐다더군요. 재국씨는 출판계에서 승승장구하는 것도 모자라 허브농장을 지었다고 들었습니다. 그 땅도 당신이 부인에게 넘겼다가 재국씨가 다시 증여받은 것이라지요. 그 시기가 2004년 차남 재용씨의 계좌 수사로 시끄러웠던 때고요. 와인사업 한다는 막내 재만씨도 크게 다르지 않더군요. 일일이 열거하기 낯뜨거운 수준입니다.

혹시 연좌제라고 아십니까? 엄혹한 80년대를 이끄신 수장이었으니 모르지 않겠지요. 그 연좌제를 엄격하게 적용해야 할 이들은 바로 당신과 당신의 아들들일지 모릅니다. 그건 사상이 아니라 추징금을 납부할 의무를 피해 자식들에게 재산을 빼돌리고 증여한 파렴치한 범죄자에게 적용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네요.

그럴 때 현 대통령이 얘기하는 '공정한 사회'가 좀 더 빨리 피부로 와 닿을 수 있겠지요. 재벌그룹 총수, 전직 대통령 등 고위급 인사들로만 빼곡히 채워진 고액 추징금 미납자 현황을 보면 한숨만 나오지만 말이지요. 게다가 1999년 이후 미집행률은 97~99%라지요?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라든지 '정치가 다 그렇지 않느냐'는 취지의 망언은 이제 좀 그만 하고 조용히 사세요. 신임총리나 정치인들 예방 받으며 정치 훈수 두는 것도 제발 그만 두기를 권합니다. 무엇보다 레임덕도 모른 채 열심히 일하는 현직 대통령의 기대에 부응해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같이 좀 노력해 주길 바랍니다.

자식, 손자들에게 열심히 나눠 준 돈, 친척들이 도와주는 돈, 여전히 떠받드는 지지자들이 후원해 주는 돈, 그리고 숨겨둔 비자금 십시일반 모아 추징금 좀 내는 것이, 권력을 찬탈하고 민중을 학살한 전직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을 도와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길 아니겠습니까?

이제 곧 12월 12일이 '또' 다가옵니다. 그리고 또 해가 지나면 봄이 오고 5월이 오겠지요. 명심하십시오. 20여 년이 훌쩍 흘렀지만, 그때 그 시간을 여전히 잊지 않고, 아니 차마 잊을 수 없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도 그걸 다시 한 번 환기시켰고요.

변함없이 세를 과시하며 여든 살을 넘겨 장수를 누리는 당신. 죗값을 치를 만큼 치렀다고 생각하는 당신. 더 이상 바라지 않겠습니다. 이다지도 '공정'한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 이상 바라지 않겠습니다. 남은 1672억 원은 꼭 모두 갚길 바랍니다. 1980년대에 그렇게나 좋아하던 연좌제를 적용해서라도 모두 갚고 무덤으로 향하길 바랍니다. 오로지 그것이야말로 당신이 이 '공정' 사회에서 후손들에게 기여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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