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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비박산 난 교회, 어떻게 회복하나

론 수섹의 <교회의 갈등과 회복>

등록|2010.11.23 13:40 수정|2010.11.23 14:21

책겉그림〈교회의 갈등과 회복〉 ⓒ 포이에마

30년 된 교회에 젊고 유능한 목사가 부임한다면 어떨까? 교회로서는 대환영일 것이다. 외모도 잘 생겼고, 언변도 좋고, 학식도 뛰어나 교회부흥에 탄력이 붙을 것 같은 예감 때문에. 그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청빙받은 지 5년 뒤에 교인이 배로 늘었다면 모두 놀라지 않을까.

문제는 거기에 암초가 있었다는 것이다. 젊은 목사가 목회경험이 없다는 것. 자라온 삶이 열등감에 붙잡혀 있다는 것. 교회 부흥이 말씀과 기도라는 본질보다 실용적인 마케팅 기법을 주를 쓰고 있다는 것. 더욱이 교회가 학교와 양로원 사업을 벌이고 있고, 점차 식당과 의료센터같은 데에 손을 뻗칠 전망이라는 거다.

이럴 때 교회는 어떤 상황에 직면하게 될까? 교회는 외적으로 성장하는 것 같지만 내부는 서서히 곪아가지 않을까? 새로 부임한 목사도 5년을 넘어 10년이 지나면서 교회의 내실보다는 다른 일로 더 바빠질 테니 말이다. 교회 내 조직을 통합하는 일이라든지, 교우들의 문제를 고심하기보다 바깥일에 더 몰두할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론 수섹의 <교회의 갈등과 회복>은 그와 같은 초기 문제에서부터 활활 타오른 뒤 잿더미만 남긴 교회를 서서히 회복시킨 실제 경험담을 들려준다. 갈등의 불씨는 앞서 말한 그대로였다. 청빙위원회의 입맛에 맞는 섣부른 청빙절차가 그 첫째 요인이요, 고목과도 같은 옛 향수에 젖어 있는 교인들을 한꺼번에 바꾸려던 젊은 목회자의 변화가 그 둘째 요인, 외부지향적인 성장과 성공 일변도의 목회스타일이 그 셋째 요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성숙한 목회자라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 보통은 조화와 균형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섣부른 구도자 예배를 도입하기보다 그 중간 지점의 균형을 찾는 것 말이다. 교인이 증가할 때도 그들을 양육할 토대를 마련토록 했을 것이다. 그리고 문제가 붉어진 것들도 하나하나 정리를 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 중앙침례교회 스티브 게이츠 목사는 교회 운영위원회의 경종을 무시한 채 자기 주장만 내세우다 결국 상처만 남기는 걸 보여준다.

그가 부임한 지 15년 만이었나? 예배인원 3천 명을 넘어선 때가. 어쩌면 그 이유가 그의 세련된 방송설교와 젊은 찬양단의 열렬한 예배활동, 그리고 교회에서 운영하는 학교와 양로원 사업 등 여러 홍보업적들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던 그 요인들이 결국은 활화산이 되었고, 그 일로 교인 3분의 1가량이 빠져나간다. 그가 사임할 때는 600명만 남았고, 재정도 모두 파탄 난 상태다.

"헤럴드는 중앙침례교회의 역사를 인정했고, 스티브에 대해 좋게 이야기 했으며, 부채를 갚기로 한 교회의 결정을 칭찬했다. 이 세 가지 문제를 뭉뚱그린 것은 의도적이었다. 교회는 지난 역사를 통해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많은 열매를 맺어왔다. 사나운 불길이 스티브를 포함해 모든 사람의 실패를 부각시킨 건 사실이지만, 이들 모두는 하나님의 자녀로서 존중받을 가치가 있었다. 교인들이 과거로부터 선한 것들을 발견하면서 비통함은 천천히 사라졌다." (88쪽)

그들은 그렇게 교회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잿더미를 떠안고 있던 교인들이 주축이 되어 모든 사업과 건물들을 청산하고 빚을 갚아나갔다. 아울러 헤럴드라는 은퇴 목사를 임시목사로 청빙하여 갈등을 봉합하고, 비전과 사역에 초점을 맞추었다. 더욱이 모든 교인들로 하여금 예배와 봉사에 참여하도록 주력했다. 처음엔 불만도 있었지만 시간이 흘러갈수록 모두가 한 데 뜻을 모았다. 그것이 풍비박산 난 교회의 진정한 회복책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그와 같은 상황들을 6단계로 그려준다. 불꽃이 일어난 제 1단계, 불이 붙는 제 2단계, 격렬히 타오르는 제 3단계, 불꽃에 바람까지 불어오는 제 4단계, 타다 남은 잔불의 제 5단계, 그리고 잿더미에서 다시금 회복하고 올라서는 제6단계가 그것이다. 그것이 제 1부라면, 제 2부는 갈등의 원인에 대해, 제 3부는 갈등의 해결책에 대해, 제 4부에서는 회복의 방법에 대해 지혜를 모은다.

사실 교회는 중소형교회도 문제점이 없지 않지만 대형교회는 더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갈등의 불꽃이 타오르기 전에 그 싹을 예방하는 것은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이 책에 근거할 때 무엇이 예방책일까? 현대교회가 벌이고 있는 많은 외부 사업들을 정리하는 것, 실용적인 마케팅 기법을 벗어나 교회의 본질을 추구하는 일에 박차를 가하는 것 등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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