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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가 북핵 방치? 남 탓만 하는 MB정부"

정진석 정무수석 '책임 전가' 발언에 민주당 발끈... 대북정책·철학 두고 논쟁 격화?

등록|2010.11.24 15:43 수정|2010.11.24 15:43

▲ 24일 오전 전날 오후 발생한 북한의 포격으로 큰 피해를 입은 연평도 주택가의 모습. ⓒ 해양경찰청 제공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태를 두고 현 정부의 대북정책 효과에 의문이 제기된 가운데,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HEU) 핵프로그램 개발 방치 책임을 두고 24일 논란이 일고 있다.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사실상 북핵 개발을 방치한 것'이라며 '책임 전가'에 나서자 민주당이 발끈한 것.

정 정무수석은 23일 <중앙일보>와 한 통화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인사들이 우라늄 핵개발 의혹에 대해 '미국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이 조작한 것'이라고 북한 편을 드는 주장을 했는데 지금이라도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중앙일보>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말을 빌어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 정세현·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임동원 전 국정원장 등이 미국의 정보에 대해 부정하는 발언을 해온 게 사실"이라며 실명까지 부각시켰다.

북한의 원심분리기 공개·연평도 포격 등으로 인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현 한반도 정세에 대한 책임을 과거 정부의 대북정책 탓으로 돌린 것. 특히 일각에서 '이명박 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거부하는 사이 북한이 핵개발을 진전시켰다'는 책임론이 제기된 것에 대한 '선제적 조치'로 평가된다.

이에 민주당은 정 정무수석의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하고 즉시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분통 터진 민주당 "정진석, '망언' 사과하고 물러나라"

▲ 송민순 민주당 의원 (자료사진) ⓒ 남소연


전현희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정 수석은 돌아가신 전직 대통령을 무책임하게 무고한 것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해야 한다"며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원심분리기는 이명박 정부 이후에 설치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 미국의 힐 차관보가 북한을 방문해 핵 검증을 한 뒤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한다고 발표했다"면서 "(정 수석이 언급한) 당시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개발이 있었다면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됐을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전 원내대변인은 이어, "청와대 정무수석의 역할은 청와대와 야권의 소통을 이끌어내서 대통령의 정국 운영을 도우라는 것인데 근거도 없는 발언으로 야당과의 불화·불신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면 그 역할과 책임을 망각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누가 되는 청와대 정무수석은 물러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름이 거론된 송민순 민주당 의원도 2007년 외교부 장관 재임 당시 내·외신 브리핑 자료를 공개하며 청와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송 의원은 "노무현 정부는 9.19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프로그램들을 포기하기로 약속'하는 합의를 이끌어 냈다"며 "9.19 공동성명에 우라늄 농축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주장은 오히려 북한의 현 입장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송 의원은 "노무현 정부는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제조에 필수적인 고강도 알루미늄을 밀반입하려는 북한의 기도를 관련국 간 정보공조를 통해 차단했다"며 "우라늄 농축 문제 악화의 원인은 MB정부의 '북핵 무대책'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무엇보다 "MB정부는 '핵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을 하겠다'가 아니라,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무엇을 하겠다'는 본말전도의 구호에만 집착하고 있다"며 "'그랜드바겐'과 '비핵개방3000' 등 '무대책의 기다림'만 고집해 6자회담 좌초·장거리로켓 발사·2차 핵실험·우라늄농축시설 등 상황은 악화일로에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송 의원은 "사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보단 어떻게 해서라도 남 탓할 핑계만 찾는 데 급급한 MB정부의 자세가 계속된다면 북핵문제 해결의 기대는 요원하다"고 덧붙였다.

김황식 "연평해전 때 '북한, 납득하지 못할 사람들'이라 생각해"

▲ 김황식 국무총리(자료사진) ⓒ 남소연


한편,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태를 두고도 과거 정부와 현 정부 간의 대북정책 실효성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의 대북정책이 옳은 방향이었는지 심각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전병헌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김대중 정부 당시 햇볕정책은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생각하지만 한국과 터키 간의 월드컵 경기가 열리고 있을 때 연평해전이 일어났다"며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두둔하고 나섰다.

김 총리는 또 "당시 연평해전을 보면서 '김대중 대통령이 얼마나 북한을 껴안고 평화를 위해 노력하시는데 이 시점에 이런 일을 벌이나, 북한 사람들 참 이상하다, 납득하지 못할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며 햇볕정책의 효과에 대한 의문도 표했다.

그는 "평화를 지향하는 김대중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서 그들이 정말 그를 포용하며 태도를 변화시켰는지 봐야 한다"며 "당시엔 다소 유화된 자세를 보이다 도발을 감행하는 북한의 실체에 대한 고려를 하면서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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