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적' 없애야 말 된다 (332) 선택적

― '선택적으로 읽어야', '선택적 독서' 다듬기

등록|2010.11.25 12:05 수정|2010.11.25 12:05
ㄱ. 선택적으로 읽어야

.. 초보자는 문헌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 그러나 열심히, 선택적으로, 그리고 너무 지나치지 않게 읽어야 한다 ..  <젊은 과학도에게 드리는 조언>(피터 B.메다워/박준우 옮김, 이화여대출판부, 1992) 37쪽

'초보자(初步者)'는 '새내기'나 '풋내기'로 고쳐써야 올바른데, 이 자리에서는 '첫발을 디딘 사람'이나 '처음 이 길에 들어선 사람'이나 '이제 막 배움길에 접어든 사람'으로 고쳐쓰면 한결 잘 어울립니다. '문헌(文獻)'은 그대로 둘 수 있으나 '여러 책'이나 '온갖 글과 책'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열심(熱心)히'는 '바지런히'나 '부지런히'나 '힘껏'으로 다듬습니다.

 ┌ 선택적(選擇的) : 여럿 가운데서 골라 뽑는
 │   - 선택적 제약 / 문화를 선택적으로 향유하는 경우가 늘어 가고 있다
 ├ 선택(選擇)
 │  (1) 여럿 가운데서 필요한 것을 골라 뽑음
 │   - 선택 기준 / 선택 사항
 │  (2) 적자생존의 원리에 의하여, 생물 가운데 환경이나 조건 따위에 맞는
 │      것만이 살아남고 그렇지 않은 것은 죽어 없어지는 현상
 │  (3)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몇 가지 수단을 의식하고, 그 가운데서 어느
 │      것을 골라내는 작용
 │
 ├ 선택적으로 읽어야 한다
 │→ 골라서 읽어야 한다
 │→ 잘 골라서 읽어야 한다
 │→ 알맞게 가려서 읽어야 한다
 │→ 알맞는 책을 읽어야 한다
 └ …

골라서 뽑는 일이라 한다면 말 그대로 '골라뽑기'입니다. 그러나 이 낱말 '골라뽑기'는 낱말책에 안 실립니다. '골라뽑기'를 한자로 옮겨 놓은 '선택' 한 마디만 낱말책에 실립니다. 아니, 이 나라 말글학자들은 우리 말 '골라뽑기'는 한 낱말로 여기지 않습니다. 우리 나름대로 쓰거나 우리 깜냥껏 살찌우는 말과 글을 돌아보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따로 '선택'이라는 한자말을 써야 할 까닭은 없었습니다. "선택 기준"이나 "선택 사항"이 아니라 "고르는 잣대"나 "고를 사항"입니다. '선택할' 일이 아니라 '고를' 일이요, '선택받는' 일이 아니라 '골라진'이나 '뽑힌' 일입니다.

그렇지만 말글학자를 비롯해 여느 우리들은 우리 말을 알맞게 골라내거나 추려서 쓰지 못해 왔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말을 슬기롭게 추스르지 않았습니다. 우리 손으로 우리 글을 훌륭하게 갈고닦지 않았습니다. '-的'붙이 말마디는 바로 우리들이 불러들인 얄궂은 말마디요, 한 번 잘못 길들거나 얄궂게 젖어들며 뿌리내리는 말마디는 오래도록 걷히지 않습니다. 되레 더 튼튼히 뿌리를 내리거나 단단히 또아리를 틉니다.

 ┌ 문화를 선택적으로 향유하는 경우가
 │
 │→ 문화를 골라서 누리는 일이
 │→ 문화를 입맛에 맞추어 즐기는 일이
 │→ 문화를 따로따로 골라서 맛보는 일이
 └ …

"선택적 제약"이란 무엇을 가리키는지 궁금합니다. 이렇게 말하지 않고서는 우리 마음을 나타내지 못하는지 궁금합니다. 이런 말이 아니고서는 우리 뜻과 느낌을 나눌 수 없는지 궁금합니다.

우리는 우리 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요. 우리는 우리 글이 무엇이라고 여기고 있는가요. 늘 말하고 언제나 글을 쓰기는 하지만, 정작 말이며 글이 어떠한 줄 제대로 깨닫거나 깨우친 적은 없지 않느냐 싶습니다. 가장 흔하다는 말이 '사랑'이라지만, 정작 우리들은 참다운 사랑이 무엇이요 착하고 고운 사랑이 어떠한가를 살피지 않습니다.

사랑을 모르고 믿음을 모르며 나눔을 모르는 우리들이라고 느낍니다. 사랑을 모르니 사랑어린 말을 모르고, 믿음을 모르니 믿음직한 글을 모르며, 나눔을 모르니 서로 즐거이 나눌 이야기를 모릅니다. 우리 삶은 토막나서 비틀거리고, 우리 글은 갈갈이 찢긴 채 허물어집니다.


ㄴ. 선택적 독서

.. 장만영도 표현은 다르지만, '선택적 독서'로 변화하는 현상을 긍정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  <책, 사슬에서 풀리다>(이중연, 혜안, 2005) 102쪽

"표현(表現)은 다르지만"은 "말은 다르지만"이나 "느낌은 다르지만"이나 "달리 말하지만"으로 다듬습니다. '긍정적(肯定的)으로'는 '좋게'로 손보고, '지적(指摘)하고'는 '말하고'나 '이야기하고'로 손봅니다. "변화(變化)하는 현상(現象)"은 "달라지는 모습"으로 손질하고, '독서(讀書)'는 '책읽기'로 손질해 봅니다.

 ┌ 선택적 독서로 변화하는 현상
 │
 │→ 가려읽기로 바뀌는 모습
 │→ 골라읽기로 달라지는 일
 └ …

한문을 쓰던 아주 먼 옛날에는 '책읽기'라는 낱말이 없었습니다. 한문이 아닌 한글을 쓰고, 사람들 누구나 손쉽고 알맞으며 살갑게 말을 하는 오늘날에는 '책읽기'라는 낱말이 조용히 태어나면서 널리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렇지만 '책읽기' 아닌 '독서'라는 한자말을 붙잡는 지식인이 꽤나 많습니다. 미친 영어바람이 불며 영어로 '리딩(reading)'을 읊는 지식인마저 제법 있습니다. 이러는 가운데 책을 '책'이라 일컫지 못하고 '북(book)'이라 읊는 사람들이 자꾸 늘어납니다.

좋아지는 우리 말이 아니라 뒤틀리거나 고꾸라지는 우리 말이라 하겠습니다. 나아지는 우리 말이 아니라 곤두박질치는 우리 말이라 하겠습니다.

 ┌ 가려서 책을 읽는 모습으로 달라지는 사람들을 좋게 보고 있다
 ├ 책을 가려읽을 줄 알아 가는 사람들을 반갑게 바라보고 있다
 ├ 좋은 책을 골라읽는 모습으로 거듭나는 사람들을 기쁘게 여기고 있다
 └ …

쉬운 말로 쓰자면 얼마든지 쉬운 말로 쓸 수 있습니다. 보기글에서는 '-적'붙이 말마디 없이 쓴다고 할 때에 "선택하는 독서"로 쓸 수도 있는데, 이렇게나마 다듬을 수 있으면 반갑고, 이렇게나마 다듬은 마음이라면 "골라서 읽는 책"으로 한 번 더 다듬으면 고맙겠습니다. 부디 우리 말에도 마음을 기울이면 좋겠고, 제발 우리 글에도 생각을 바치면 기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사랑하는 글쓰기>(호미,2010)와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 (1)∼(9)>(그물코)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