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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과격한 공격적 성명서,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등록|2010.11.26 13:39 수정|2010.11.26 13:39

▲ 어버이연합이 지난 25일 발표한 성명서 일부 ⓒ 어버이연합 홈페이지


보수단체로 유명한 '대한민국 어버이연합'(이하 어버이연합)이 내놓은 성명서를 읽어봤습니다. 지난 25일 어버이연합은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 대해 '정부와 군은 북한을 즉각 폭격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 분들의 그동안 행동들은 '가스통'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강경 일변도였기에 당연히 예상되는 성명서라고 봅니다. 주로 한국전쟁 때 참전했었고, 지금은 연세들이 모두 70줄에 접어드신 분들이 많지만, 집회 때 보여주는 '의욕' 만큼은 젊은이들이 흉내를 낼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십니다.

대부분 전쟁을 경험했던 분들이기 때문에 북한, 특히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적개심은 대단할 것입니다. 또 아직 전쟁이 끝나지도 않은 우리나라기에 이 분들의 애국적 울분과 반공의식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남자들은 대부분 군대에 다녀오기 때문에 반공의식은 누구나 가지고 있고, 북한이 아무리 제스쳐를 취해도 그 이면에 숨은 공산정권과 인권유린의 실체를 모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버이연합'의 격분과 과격한 성명서도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 보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자신들이 국가를 지키고 전쟁을 했을 때, 공산군들만 희생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자신들이 보호하고 지키려고 했던 수많은 우리나라의 어머니, 아내, 자식, 아버지들이 죽어갔습니다. 전쟁은 군인들만 죽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치가 떨리게 두렵고 공포스럽지 않으신가요.

마냥 전쟁에 이기고 중공군을 연합군이 무찔렀으니 기분이 좋던가요? 그 와중에 가족이 피를 흘리고 쓰러져 신음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병사들은 없었나요?

이 분들이 전쟁을 치를 때와 지금은 남북한 모두 군사력이나 무기에 있어서 장족의 발전을 했습니다. 무기가 발전하고 진화한다는 것은 그만큼 인류의 희생이 증가한다는 말입니다. 물론 "나는 죽을 각오가 됐으니 북한을 쳐라"라고 한다면 본인의 의지는 숭고하지만, 아직도 5천만의 무고한 국민들의 희생을 담보로 위험한 게임을 한다는 생각은 안 드시는지 묻고싶습니다.

또 우리도 우리지만, 지금 만약 전쟁이 전면전으로 확산된다면 북한은 그야말로 초토화 될 것이 뻔합니다. 화력이나 무기의 위력이 아무래도 한미연합군의 것이 더 강할 가능성이 크고, 현대전은 정보전이기 때문에 이미 미국은 북한의 핵심군사기지를 꿰뚫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북한이 자신들의 주민을 보호하기보다는 공산정권의 붕괴를 우려한 나머지 민간인의 희생을 방조할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가 북한에 대해 '적'이라는 표현을 쓸 때는 북한주민들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또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수도서울의 인구밀도는 세계 최고라 할 만큼 조밀합니다. 여기에 재래식 무기나 폭탄이라도 떨어지는 경우에는 그 희생이 얼마나 커지겠습니까. 또 건물들은 하늘을 치솟고 있고, 지하에도 도시 하나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우리가 북한을 공격하면 딱 북한군과 김정일 부자, 그리고 공산정권을 쥐고 있는 북한군 사령부만 축출할 수는 없습니다. 민간인들의 희생은 양쪽에 모두 크나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특히 북한의 핵무기 제조능력과 핵무기의 정확한 보유량은 아직도 파악이 안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전면전으로 나간다면 당연히 북한은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할 것입니다. 물론 그 희생은 서울시민들이 당하게 되는 건 불 보듯 뻔 합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어버이연합의 구성원들 대부분은 전쟁세대고, 연령도 70을 전후한 분들이 많은데, 그런 분들이라면 앞뒤 상황과 결과 예측 정도는 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젊은이들이야 혈기 넘쳐서 감정적인 대응을 하자고는 하지만, 이게 감정으로 해결 될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면 "북한이 공격하는데 가만히 당하고 있자는 소리냐"고 할 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왜 북한이 공격을 하는지 원인을 먼저 파악하는 게 우선 아닙니까.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들이 김정일이 무서워서 북한에 가서 포옹하고 온 게 아닙니다. 우리 국민들을 보호해야 하고 전쟁을 막고, 남북 화해의 무드를 만들어서 남북한 모두 국민들에게 안정과 평화를 넘겨주자는 의도였습니다.

국민은 바보가 아닙니다. 남북이 전쟁하는 것 말고도 얼마든지 통일을 할 수 있는 길이 많은데, 왜 굳이 살벌한 분위기를 만들어서 전쟁을 유발하고 북한을 자극해서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필요가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그런 노력에도 북한이 이번과 같은 공격을 했다면 당연히 우리 군은 대응해야 합니다. 그들의 군사력을 마비시켜 놓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북한에 대해서 강경일변도였고, 조금의 화해모드를 조성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을 남한의 도움이 없으면 존재할 가치도 없는 양아치 집단인 것처럼 몰아세우고, "우리가 도울테니 손 들고 나와라"는 식의 배짱을 부리다가, 천안함에다 연평도 사태를 초래한 것입니다.

남북은 더이상 전쟁을 해서는 안 됩니다. 양쪽 모두 너무 잃을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아니 어쩌면 북한보다는 우리나라가 잃을 것이 너무 많습니다. 그만큼 너무 많은 것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부디 '어버이연합'은 진정한 어버이의 자세를 가져주기를 바랍니다.

처자식이 깡패한테 인질로 잡혀 있는데 깡패를 처부수자며 달려드는 용기는 좋습니다만, 조금만 더 생각하면 폭력 외에도 처자식을 구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진짜 어버이라면 깡패를 혼내주는 것보다 내 아내와 자녀의 안전이 먼저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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