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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닌텐도 게임이 아니다

전면전으로 확전될 경우 우리가 얻는 이익과 손해는 무엇인가

등록|2010.11.26 16:35 수정|2010.11.26 16:35
"전쟁은 닌텐도 게임이 아니다."

이 말은 걸프전을 지위했던 슈워츠코프 장군이 한 말이다. 이 말은 독일의 전쟁이론가 클라우제비츠가 그의 저서 <전쟁론>에서 "전쟁은 국가간 생사를 건 결투(Duel)"라는 말과 같은 의미다.

지금 한국은 마치 전쟁이 터져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이명박 정권은 그동안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의 안보 정책과 대북 정책을 비판하면서 강경정책으로 일관하더니, 연평도에서 포격전이 벌어지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보수쪽은 이명박 정권을 더 강경한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 교전규칙에도 손을 댄다고 한다. 전력 증강도 즉각적으로 이루어야 한다는 분위기다.

그동안 대북 강경정책으로 일관했던 이명박 정권은 국가안보의 근간이 되는 공군 성남기지를 폐쇄하는 방향으로 몰고가 공군참모총장을 경질하면서 까지 제2 롯데월드 건설을 허가해 주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 보수들은 이상하리 만큼 침묵으로 일관하더니, 연평도 포격전 이후엔 기다렸다는듯이 '강경책'을 주문하고 있다.

청와대는 25일, 국방장관을 경질하고 안보비서관을 바꿀 것임을 밝혔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문제의 해결책일까? 국가지도자로서 확전을 방지하면서 대응하라는 지극히 당연한 조치를 취했음에도,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보며 군사학을 공부하고있는 사람으로서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당신들은 전면전을 원하는가?

내가 공부한 병서를 보면 모든 군사전문가들은 전쟁을 원해서 전쟁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전쟁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분위기는 평화보다는 복수를 하자는 분위기인 것 같다.

여기서 우리는 전쟁의 목적을 살펴보아야 한다. 클라우제비츠가 주장한 전쟁은 '정치의 연속이며 하나의 수단'이었다. 클라우제비츠의 주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전쟁'이라는 것이 국가 이익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가를 정치적으로 계산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전략상 확전이 도움이 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러한 계산 없이 전쟁에 휘말리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전쟁지도부인 대통령과 내각에게 전면전까지 확대될 수 있도록 압박을 가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우리는 냉철하게 계산해 보아야 하는 것이다. 전면전으로 확전될 경우 우리가 얻는 이익과 손해는 무엇인가 따져 보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국가대전략(Grand strategy)과 군사전략(Military strategy)의 차이점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군사전략은 국가 대전략의 하위개념이다. 이성으로 판단해야지 일시적인 감정으로 처리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비록 포격전이 벌어졌어도 전쟁지도부는 냉철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벌어지는 상황을 정확히 분석하고 최선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클라우제비츠가 지적했듯 병사와 하급 간부, 최고 지휘관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다르다는 것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국민여론이 아무리 강경해지더라도 전쟁지도부는 국가대전략과 국가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전쟁지도부가 일반인과 같은 판단을 해서는 절대 안된다.

군사학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천안함 사건이 갖는 중요성을 짚어 보겠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천안함 사태의 진실이야 말로 이번 사건의 열쇠다.

모든 전쟁의 초기 개전단계를 살펴보면, 전쟁 준비를 위해 공격하는 측은 훈련을 가장해서 병력을 집결한 후 기습작전을 가하는 경우가 많다. 북한은 이러한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이번에도 북한은 호국훈련을 핑계로 공격을 가해왔다. 앞으로도 훈련을 강행하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다. 한국도 이러한 훈련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러면 천안함 사건이 갖는 의미를 살펴보자. 그동안 한국정부의 주장처럼 천안함이 북한이 저지른 행위였다면 북한은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한미의 보복이 두려울 것이고, 그러한 두려움으로 이상한 행태를 반복할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북한의 주장대로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고 다른 가능성이 있다면 북한의 입장에서는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한국과 미국이 북한에 대해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할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자위차원에서 핵정책을 폈고 거기에 대해 한미간의 대응은 강경했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더 불안했을 수 있다. 따라서 한미 훈련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하면 천안함 사건을 북한을 공격하기 위한 구실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것은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고 한국정부가 발표한 천안함 사건의 보고가 너무나 의문 투성이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한국군의 실수로 벌어진 천안함 사건이 국가와 민족에게 불행의 씨앗이 될까봐 진실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북한은 왕족국가다. 그들은 결코 공산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니다. 김일성 왕국인 것이다. 북한에 대해 옹호해서는 절대 안된다. 그러나 아무리 북한이 밉다고 해서 전면전을 치러선 안 된다. 북한은 잃을 것이 없지만 한국은 잃을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참혹한 한국전쟁 이후 정말 많은 국민들이 피땀흘려서 이룩한 대한민국이 이라크나 레바논처럼 참혹해 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지금은 보수 진보를 떠나 냉철해질 시점이다. 전쟁의 참혹함을 경험한 군인만이 전쟁의 위험성을 경고한 사례가 많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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