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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년 전 배재학당 교실풍경은 이랬답니다

배재학당역사박물관 주최 '졸업앨범-배재125년의 이야기' 기획전 눈길

등록|2010.11.29 10:58 수정|2010.11.29 14:25

졸업앨범현재 서울 정동 배재학당역사박물관에서는 근현대 교육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졸업앨범-배재학당 125년의 이야기'전이 열리고 있다. ⓒ 김철관


배재학당 근·현대사가 서려 있는 125년의 이야기를 사진과 기록물 등을 통해 보여주는 기획전이 관심을 끈다.

배재학당역사박물관 개관 2주년과 배재학당 125주년을 기념하는 '졸업앨범 - 배재학당 125년의 이야기' 기획전은 배재학당역사박물관 주최로 지난 7월 23일부터 오는 2011년 7월 23일까지 1년 동안 열린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시 중구 정동 34-5번지에 있는 배재학당역사박물관은 가족, 단체, 개인 등 다양한 관람객들이 찾았다.

이곳에는 1925년 매문사에서 발행한 김소월의 첫 시집 <진달래꽃> 초판본이 보존 돼 있다. 고종황제가 하사한 '배재학당' 현판, 국한문 혼용체로 쓴 유길준의 <서유견문>, 근대 첫 번역 소설이고 종교적 이야기를 담은 <천로역정> 목판본, 배재학당을 세운 헨리 게르하트 아펜젤러의 친필일기, 배재학당 교과서 및 학생수첩, 주시경 선생의 친필이력서 등 유물들이 잘 보존돼 있다.

졸업앨범졸업앨범 탄생부터 현대까지 연대기적으로 졸업앨범에 들어간 사진을 전시했다. ⓒ 김철관


졸업앨범기획전시 '졸업앨범'전을 설명하고 있는 게시물 ⓒ 김철관


2층 전시장에 마련된 기획전 '졸업앨범 - 배재학당 125년 이야기'는 배재 창립 125주년을 기념해 우리나라 근현대 교육의 역사인 배재(배재학당, 배재중, 배재고, 배재대) 125년의 이야기를 졸업앨범을 통해 조명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졸업앨범이라고 할 수 있는 1918년대 졸업앨범 등을 통해 근대교육의 다양한 풍경, 학생활동, 경성풍경 등을 엿볼 수 있다. 또 일제강점기, 미군정, 군부정권 등을 거치면서 변화된 교육정책이 사진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특히 배재학당 전경과 학생 및 교직원의 단체 사진이 눈길을 끈다.

1885년부터 1910년대의 근대교육 시작과 졸업앨범 등장 전의 기록물도 소개됐다. 1885년 배재학당의 설립자 헨리 게르하트 아펜젤러의 활동 모습, 1887년에 지은 최초 정동 배재학당 벽돌 교사, 1890년대 배재학당 학칙(규칙), 1895년 조선정부와의 협정으로 200명의 학생들을 위탁받은 협정 내용 등도 선보였다.

배재학당 졸업사진의 첫 기록은 1914년 교사와 학생 상반신 사진을 모아 한 장의 액자에 보관한 사진이다. 1917년 이후 졸업사진 한가운데 학교 전경이 들어가면서, 사진 주위에 교명과 졸업연도를 표기했다.

1918년 배재고등보통학교 졸업앨범은 우리나라 최초의 졸업앨범으로 알려졌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의 졸업앨범은 식민지조선의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의 표정을 담았다. 암울한 조국의 현실 속에서도 독립과 희망찬 미래를 꿈꾸는 학생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1930년대부터 배재 재학생들이 편집위원회를 구성해 졸업앨범을 제작했다. 당시 졸업앨범에는 편집위원회 및 졸업사진을 촬영했던 사진사도 소개됐다. 당시 앨범에 남아 있는 금강당사진관 관주 김광배의 모습은 근대기 문명 개화인으로서의 사진사의 위상을 잘 대변하고 있다.

배재학당배재학당역사박물관 1층 상설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박찬정 학예연구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바로 위에 보이는 '배재학당(한자표기)'가 고종황제가 하사한 현판이다. ⓒ 김철관


유품헨리 다지 아펜젤러의 유품이다. 6.25 전쟁 중에 인민군들이 이 피아노를 옮겨 가다 도저히 가져갈 수 없어 놓아둔 것을 다시 찾은 유물이다. ⓒ 김철관


1940년대 졸업앨범은 심화된 일본 군국주의 전쟁의 그림자들을 여기저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교련시간 실제 총검을 사용한 군사훈련, 비상시 학생들에게 군복으로 입힌 '국민복' 등의 사진도 눈길을 끈다.

한국전쟁이 반발한 1950년대 앨범에 나타난 유엔학생반, 부산임시학교 등의 사진을 통해 그 시대의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다. 남북 간 대립과 긴장이 연속이었던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앨범은 반공 궐기대회, 반공 웅변대회, 학도호국단 등의 모습을 담고 있다. 특히 1970년대 새마을운동과 농촌봉사활동, 농촌계몽운동 등도 사진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졸업앨범 기획전 취지를 밝힌 김종헌(배재대 건축학부 교수) 배재학당역사박물관장은 "졸업앨범 속에 묻혀 있는 근대교육 현장의 풍경과 다양한 학생활동을 조명해 오늘날 졸업앨범에서 느낄 수 없는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았다"면서 "현재 학교 교육에서의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대식 강의실배재학당 근대식 강의실에 앉아 본 배재대 학생들. ⓒ 김철관


한편, 1층 입구 왼편 공간에는 1930년대 배재학당 교실을 재현해 놓았다. 당시 실제 교실 자리였고, 석칠판과 책걸상 등을 통해 근대교실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교실에서 앉아 관람할 수 있는 영상물은 120여 년 전 아펜젤러의 전인교육과 교육철학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1층 상설 전시실에는 고종황제가 하사한 배재학당 현판, 유길준의 친필 서명을 담은 <서유견문>, 120년 전 사용했던 교과서, 당시 배재학당 건물 벽돌 등이 전시돼 있다. 배재학당을 거쳐 간 주요인물인 이승만 초대 대통령, 주시경 선생, 나도향 소설가, 김소월 시인 등이 초상과 함께 소개돼 있고, 김소월의 <진달래꽃> 초판본과 교지<배재> 2호도 전시돼 있다.

진달래꽃김소월의 <진달래꽃>시집 초판본 표지이다. ⓒ 김철관


서유견문 조선후기 정치가 유길준(1856~1914)이 저술한 국한문 혼용체의 서양기행문이다. 1895년(고종 32년) 도쿄교순사에서 간행했다. 서양 각국의 지리, 역사, 정치, 교육, 법률, 행정, 경제, 사회, 군사, 풍속, 기술, 학문 등 광범위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 이 책에는 유길준의 친필 서명이 들어 있다. ⓒ 김철관


2층 상설 전시실에서는 초기 선교사들의 다양한 활동모습과 배재학당에서 그림을 가르쳤던 월리암 아서 노블과 그의 부인으로 배재학당 최초의 여교사였던 매티 윌콕스 노블의 생활상도 소개하고 있다.

특히 배재학당의 설립자 헨리 게르하트 아펜젤러가 남긴 친필일기, 그의 아들 헨리 다지 아펜젤러와 아내 루스 노블 아펜젤러의 일대기에서 교육과 선교에 대한 헌신적 면모를 엿볼 수 있다. 특히 헨리 다지 아펜젤러가 쓴 책상, 타자기, 피아노 및 거주 허가증, 자동차 면허증 등 다양한 유품들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날 배재대학교 공연영상학부 '영상문화산업론' 강의를 듣는 학생 10여 명이 담당교수와 함께 단체 관람을 했다. 이들 학생 중 박상민(배재대 공연영상학부 4년)씨는 "졸업앨범을 통해 배재에 대한 역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유익한 관람이었다"면서 "좀 더 상세하게 설명해 준 학예연구원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1층 상설 전시실부터 2층 기획 전시실까지 배재학당 역사 사료들에 대해 설명을 한 박찬정 배재학당역사박물관 학예연구원은 "배재학당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근대교육기관"이라면서 "12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이곳을 많은 사람들이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재학당역사박물관은 지난 7월 24일부터 11월 12일까지 8회에 걸쳐 '배재앨범을 통해 본 125년의 이야기'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배재학당은 매년 세미나 강의를 엮어 연구집으로 발행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아펜젤러와 배재학당> 연구집에 이어 2010년 2월 <텬로력뎡> 연구집을 발행했으면, 지난 7월부터 8회에 걸쳐 진행한 배재학당역사박물관 전시기념 세미나 강의를 주제로 한 연구집은 내년 2월 발행할 예정이다.

배재학당 규칙배재학당 학칙이라고 할수 있는 규칙이 동판으로 새겨져 있다. ⓒ 김철관


천로역정'천국으로 가는 길'이라는 <천로역정>의 삽화들. 당시 조선의 분위기에 맞게 그려져 있다. ⓒ 김철관


한편, 배재학당은 1885년 미국인 선교사 헨리 게르하트 아펜젤러(1858~1902)가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근대 교육기관이다. 고종황제(1852~1919)는 1886년 '유용한 인재를 기르고 배우는 집'이라는 뜻으로 배재학당(培材學堂)이라는 이름을 하사했다.

지난 2008년 7월 24일 문을 연 배재학당역사박물관(관장 김종헌)은 1916년 준공한 유서 깊은 근대 건축물인 정동 배재빌딩 동관(서울시 기념물 제16호)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는 근대 교육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귀한 소장품과 한국 근대사를 조명할 자료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배재학당역사박물관 상설 및 기획전시 관람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관람이 가능하며, 월요일과 법정 휴일은 휴관이다. 입장료는 무료이다. 특히 단체관람 예약(070-7506-0073)이 가능하며, 단체관람 시 학예연구원들의 전시품 설명도 가능하다. 서울지하철 2호선 시청역 10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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