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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주탑대교 꼭대기에 해가 걸리면?

아쉬웠던 인천대교 일출

등록|2010.11.29 14:43 수정|2010.11.29 17:19

▲ 인천대교 주탑사이로 해가 걸렸습니다.(2010,1,26) ⓒ 조정숙


100m 육상 수행평가에서 A를 받기 위해서는 아마도 여자가 15~16초로 뛰어야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나름 초등학교 때는 육상선수도 했건만 초등학교 이후 죽어라 뛰어도 겨우 19초 정도 나왔던 나. 이른 새벽 댓바람부터 200여m의 거리를 숨 쉴 여유도 없이 20kg에 육박하는 장비를 메고 들고 순식간에 뛰어 눈 깜짝할 사이에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광저우아시안게임 100m 육상 금메달 이연경 선수 못지않은 실력으로 달렸습니다.

무슨 이야기냐고요? 멋진 각을 잡아 아름다운 풍경을 담기위해 카메라를 잡았지만 일명 포인트라는 곳을 잘못 잡아 이리저리 뛰는 모습입니다. 30여 명의 사진가들이 온갖 정보를 모아 검토하고 현장에 가지만 해가 뜨는 위치가 매일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랍니다. 순간과 찰나를 즐기며 기록을 남기는 사진가들 이야기입니다.

▲ 포인트를 잘못 잡아 주탑사이가 아닌 주탑 옆으로 해가 떠오릅니다. ⓒ 조정숙


▲ 200여m를 달려 갔건만 해는 이미 주탑을 벗어나고 말았습니다. ⓒ 조정숙


▲ 석산곶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200여m를 인천대교 톨게이트 방향으로 가면 이곳이 인천대교 일출을 찍는 장소입니다. 11월 28일입니다.이곳을 기점으로 해가 뜰 때 조금씩 움직이면 될 것 같습니다. ⓒ 조정숙


지난 28일, 올 들어 영하 6도까지 떨어져 가장 추운날씨가 예상된다는 기상대 예보를 접했습니다. 온도가 뚝 떨어지고 바람이 불며 쨍한 날은 바다에서 떠오르는 해와 지는 해가 수평선에서 오메가를 만들어준다는 것을 사진찍는 사람들은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그 황홀한 모습을 눈으로 담고 작품으로 남기기 위해 현장으로 나갑니다. 새벽잠을 포기하고 살을 에는 바람과 추위와 싸우며 해가 뜨길 기다립니다. 해 뜨기 직전이 가장 춥다는 사실을 사진을 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일출하면 대부분 동해의 일출을 상상하는데 서해에서 볼 수 있는 일출도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인천대교 일출입니다. 인천대교 일출은 현대의 건축물과 자연이 어우러져 환상의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사진가들이 많이 찾아 작품을 담는 곳입니다. 주탑의 높이만 해도 230.5m로 국내에서 가장 높습니다.

두 개의 주탑 사이로 떠오르는 해가 멋지기도 하지만 해가 주탑 꼭대기 위에 머무를 때는 대형 촛불을 밝힌 것처럼 황홀합니다. 그곳에서 만난 관곡지에서 자주 만났던 환경지킴이로 활동하는 4명의 진사들과 인사를 건넵니다. 사진을 찍으러 다니다 보면 종종 있는 일입니다.

▲ 송도무역단지건물 사이로 해가 떠오릅니다. (2010,1,26) ⓒ 조정숙


▲ 석산곶이라는곳에 차를 주차하고 바라본 일출입니다. 송도무역단지와 인천대교 주탑 사이로 해가 떠오릅니다.(2010년1월26일) ⓒ 조정숙


▲ 인천대교주탑 위에 불을 밝힙니다.(2010,1,26) ⓒ 조정숙


"오랜만입니다. 여기서 또 뵙네요. 어제도 왔었는데 돌풍이 불고 비와 진눈깨비가 범벅이 되어 몰아치더니 심지어는 우박까지 떨어지고 저기 쪽배는 바람에 날려 바위에 부딪혀 부서지고 말았어요. 날씨가 도와주질 않아 헛걸음하고 돌아갔는데 오늘 다시 찾아왔습니다. 사나이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깎아야겠지요. 허허허"

"그런데 오늘도 심상치 않네요. 바다 위에 연무가 가득해요. 지난 1월 26일 이곳에  왔을 때는 이곳이 포인트였는데 지금도 여기가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위치를 알고 오셨나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어제도 해 뜨는 걸 보지 못하고 돌아갔으니 말입니다. 이장소가 맞기를 바라야죠."

연무사이로 점점 붉어지는 여명을 바라보고 있는데...아뿔싸! 위치가 틀렸습니다. 20여 명의 진사들이 장비를 챙겨 뛰기 시작합니다. 뛰는 걸 포기한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포기한 채 셔터를 누릅니다. 원하지는 않아도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위안을 삼으면서 말입니다.

미리 알고 있었던 몇몇은 이미 우리가 있었던 곳에서 200여m 떨어진 정확한 위치에서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아이들 유치원 다닐 때 학부형 대표로 뛰었던 엄마들과 100m 달리기 시합 이후 가장 열심히 뛰었건만 이미 해는 주탑을 벗어나고 있었습니다.

▲ 한가로이 정박해 있는 배 너머 잠진도가 보입니다. ⓒ 조정숙


아쉬운 마음으로 장비를 철수하고 무의도 쪽으로 차를 돌렸습니다. 포구에는 배들이 한가로이 정박해 있습니다. 무의도는 카페리호에 차를 싫고 가야 하기에 비용이 만만치 않아 포기했습니다. 무의도를 들어가기 전 잠진도라는 곳에 도착하니 허기지고 출출해집니다. 마침 바지락 칼국수를 하는 곳이 있어 바지락 칼국수를 시켰습니다. 바지락이 듬뿍 들어 있는 칼국수가 나옵니다.

"북한산 바지락이 들어오지 않아 바지락이 비쌀 텐데요. 어떻게 충당하시나요?

"저희는 마을 주민들이 캐온 바지락을 사용하는데요. 마을 주민들이 캐온 바지락으로 충분합니다. 북한산은 들어오지 못한 게 오래되었거든요. 예전에는 바지락을 듬뿍 넣어 푸짐한 바지락 칼국수를 드셨을 텐데 북한산을 사용했던 상인들에게는 울상이죠. 아무래도 물량이 충분치 않아 바지락이 비싸졌거든요. 바지락 양도 줄었을걸요."

▲ 추위에 꽁꽁 얼었던 몸을 뜨끈한 바지락 칼국수 국물로 녹이고 허기진 배도 달래줍니다. ⓒ 조정숙


▲ 일출을 담느라 추위에 떨었던 다른 일행들도 몸를 녹이기 위해 바지락 칼국수집으로 찾아왔습니다. ⓒ 조정숙


▲ 잠진도에서 바라본 인천대교 주탑입니다. 이곳도 일출응 찍는 포인트입니다. ⓒ 조정숙


뜨끈한 국물로 추위에 꽁꽁 얼었던 몸도 녹이고 넉넉한 바지락칼국수로 배를 채우니 이제는 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인천대교 일출은 다음에 다시 와서 찍어도 되겠지'라는 여유도 생깁니다. 밖에서는 여전히 찬바람이 붑니다, 멀리 작은 섬과 인천대교가 보입니다. 저기로 해가 뜨냐고 묻자 칼국숫집 주인은 "인천대교 주탑 사이로 해가 뜨는데 장관입니다"라며 이곳이 새로운 장소라는 것도 알려줍니다.

다음에는 이곳으로 와 보리라 맘먹고 바닷가 길을 걸어봅니다. 바람은 매섭지만 상큼하면서도 비릿한 겨울바다의 냄새가 코끝을 자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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