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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꿇어라... 최철원 사장 다짜고짜 발길질"

[인터뷰] 재벌2세 야구방망이 폭행 피해자 유홍준씨

등록|2010.11.29 19:01 수정|2010.11.29 21:23

▲ 부당해고에 항의하다 지난 10월 18일 '재벌 2세' 최철원 M&M 전 대표로부터 '야구방망이 폭행'을 당한 탱크로리 기사 유홍준씨의 피멍 든 엉덩이와 허벅지. ⓒ 유홍준씨 제공


"반항하려면 할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도망가면 죽을 것 같았습니다."

지난 10월 18일 재벌 2세인 최철원 M&M 전 대표로부터 '야구방망이 폭행'을 당한 탱크로리 운전기사 유홍준(52)씨는 비교적 담담한 어조로 말을 꺼냈다.

하지만 흔들리는 눈빛에는 그날의 공포가 그대로 남아 있는 듯했다. 29일 오후,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난 유씨의 왼쪽 뺨은 여전히 부어올라 있었다. 고통스러웠던 당일 현장을 증언할 때마다 그는 "저항할 수가 없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사무실에 들어가자 '무릎 꿇어라'... 최 전 대표 다짜고짜 발길질"

▲ 부당해고에 항의하다 재벌 2세에게 '야구방망이 폭행'을 당한 탱크로리 기사 유홍준씨. 폭행 당시 휴지뭉치로 입이 막혀버린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권우성

- 10월 18일 폭행 당시 상황을 정리해서 말해 달라.
"오후 2시경 M&M 사장(최철원)과 만나기로 했다. 더 이상 탱크로리운전을 할 수 없다고 했기 때문에 이 회사가 차량을 인수하자고 했고, 나는 협상하려는 줄 알고 나갔다. 처음에는 옥상으로 데려가서 '몸수색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 그러자고 했다. 3층으로 내려와 핸드폰과 지갑, 차량 열쇠를 뺏더니 무릎 꿇고 앉으라고 했다. 그리고 폭행이 시작됐다."

- 사무실에 왜 순순히 들어갔나. 사전에 험악한 분위기를 몰랐나.
"그런 느낌이 없었다. 옥상에서도 이야기를 잘 나눴다. 하지만 3층 사무실에 들어서자 급변했다."

- 무릎을 꿇으라고 했는데, 왜 반항하지 않았나.
"그때 난 자존심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모친도 편찮으시고 오랫동안 싸웠기 때문에. 사무실에 들어서니 의자를 원형으로 놓았는데, 가운데 가서 무릎을 꿇으라고 했다. 공포스러웠다."

- 때린 사람은 최철원 전 대표 혼자인가.
"맞다. 무릎 꿇고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는데, 운동화를 신은 사람이 들어왔다.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들어오자마자 발길질로 가슴을 뻥 차더라. 숨이 턱 막혔다. 주먹으로도 가슴을 때렸다. 도저히 숨을 쉴 수가 없어서 웅크리고 있었다."

- 엎드리라고 명령한 사람도 최 전 대표가 맞나.
"때린 사람이 갑자기 '엎드려'라고 하더라. 그러면서 '야구방망이 1대당 100만 원씩이다'고 하더니 폭행이 시작됐다. 때리면서 '숫자를 세라'고 말하더니, 나중에는 소리가 작다고 더 크게 하라고 고함도 쳤다."

- 폭행은 그것으로 끝났나.
"아니다. 5~6대 맞고 도저히 못 맞겠다고, 살려달라고 울부짖으니까 야구방망이 손잡이 쪽을 보여주며 '여기 손때가 뭔지 아느냐, 야구장에서 생긴 게 아니라 여기 사무실에서 생긴 거다'라며 10대를 다 때렸다. 이후에 '1대당 300만 원'이라며 3대를 더 때렸다. 이후 일으켜 세워서 뺨을 한 대 때리고, 두루마리 휴지 뭉치를 강제로 입에 집어넣더니 주먹으로 세게 쳤다. 입안이 터지고 살점이 떨어져 피가 줄줄 나왔다."

"현장에 있던 6~7명, 말리기는커녕 말도 한마디 안 했다"

▲ 부당해고에 항의하다 재벌 2세 최철원 전 M&M 대표에게 '야구방망이 폭행'을 당한 탱크로리 기사 유홍준씨가 최 전 대표가 폭행을 한 뒤 '매값'이라며 던지고 간 1천만원짜리 수표 2장을 보여주고 있다. ⓒ 권우성


- 최 전 대표가 욕설이나 모욕도 했나.
"다 맞고 나서 일어서라고 하더라. 현장에 있던 60대 경비원을 야구방망이로 가리키며 '나이 먹은 사람도 돈 벌어서 살려고 꼬박꼬박 출근하는데, 젊은 놈이 돈 뜯어먹으려고 한다'고 내게 욕설을 퍼부었다."

- 현장에 누가 있었나. 그리고 그 사람들은 왜 말리지 않았나.
"M&M 이아무개 상무, 곽 이사, 서 팀장, 경비실 직원 등 6~7명이 있었다. 그런데도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 말도 한마디 안 했다. 그러니까 더 반항할 수 없었다. (최 전 대표가) 무기도 들고 있는데…. 방망이로 머리도 툭툭 때리더라. 만약 반항했다면 진짜 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 최 전 대표가 1000만 원짜리 수표 2장을 던져줬다는데.
"(수표를 보여주며) 갖고 있다. 폭행이 끝난 뒤 의자에 앉으라고 하더라. 그리고는 수표 두 장을 무릎에 던져줬다. 나한테 '서명(배서)하라'고 말한 뒤 '지갑에 넣으라'고 명령하더라. 그 뒤 사장은 나가버렸다."

- 원래 목적이던 차량 매매계약도 체결했나.
"무슨 매매증서인지 모르겠지만, 금액을 적으라고 해서 5000만 원을 적었고, 그 뒤에 2000만 원짜리 증서에도 서명했다. 하지만 무슨 내용인지는 보지 못하게 했다."

▲ 부당해고에 항의하다 재벌 2세 최철원 전 M&M 대표에게 '야구방망이 폭행'을 당한 탱크로리 기사 유홍준씨가 폭행 후유증으로 인해 말을 할 때 입이 불편한 가운데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권우성


▲ 부당해고에 항의하다 지난 10월 18일 '재벌 2세' 최철원 M&M 전 대표로부터 '야구방망이 폭행'을 당한 탱크로리 기사 유홍준씨의 입안이 터져 피가 흐르고 있다. ⓒ 유홍준씨 제공

- 입속에 피를 흘렸다면 응급조치라도 했을 텐데, 아무런 조치가 없었나.
"없었다. 처음 맞아서 입안의 살점이 떨어져 나가니까 최 전 대표가 두루마리휴지를 또 강제로 입안에 넣어 피를 닦아냈다. 그걸로 끝이었다. 사장이 나가자 곽아무개 이사와 서아무개 팀장이 엘리베이터를 태워서 1층에 나가 택시를 잡아주며 '의정부까지 가라'고 했다(유씨는 현재 의정부에 기거하고 있다)."

- 사건이 일어난 지 꽤 지났는데, 그 뒤에 M&M 쪽에서 사과 전화 같은 것은 없었나.
"당일 오후 4시 25분쯤에 곽아무개 이사가 '안정되시면 연락주세요'라고 문자를 보냈다. 다음날 오전 10시 41분에도 '몸이 어떠세요'라고 문자를 보낸 게 전부다. 며칠 뒤 M&M 이아무개 상무에게 전화했더니 '그딴 식으로 살지마라'고 폭언을 했다."

- 사건 발생 뒤 왜 빨리 각계에 도움을 청하지 않았나.
"폭행 사진을 들고 여러 언론사를 방문했다. 하지만 잘 안 됐다. 그러던 중 법무법인 다산 변호사를 만나게 됐다."

- 파문이 커졌는데, 현재는 불안하지 않나.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한국 사회의 실정을 잘 알게 됐다. 힘없는 사람은 바위에 계란 치기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 향후 대응은?
"30일 서울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변호사와 상의해서 처리해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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