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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갈 곳 없는 천연기념물 고니

오랜만에 찾아왔더니 살 곳이 못 되더라

등록|2010.11.30 16:27 수정|2010.11.30 16:27

갑천에 찾아온 고니가족단위로 움직이는 고니가 올해는 홀로 찾아왔다. ⓒ 이경호



갑천에 찾아온 고니와 홍머리오리홍머리오리와 함께 있는 고니 ⓒ 이경호



천연기념물 201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큰고니는 매년 겨울 갑천을 찾아와 겨울을 보내고 북으로 이동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큰고니는 갑천을 찾아 올 것이다. 헌데, 지난 27일 갑천에 큰고니가 아닌 고니가 먼저 찾아왔다. 역시 천연기념물 201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고니는 지난 2005년 갑천에서 발견된 이후 처음 찾은 종이다.

오랜만에 갑천에 나타난 고니 소식은 참 기쁜 일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고니의 모습을 본다면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왜냐하면 고니가 찾아온 대전 전민동 탑립돌보에는 매일 포클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 차량이 지나다니며 고니의 서식 환경을 크게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강살리기 갑천 11공구에 포함되어 자전거도로와 제방보강 등의 공사가 이루어지는 탑립돌보에서 고니의 모습은 위태롭기만 하다.

갑천에 찾아온 고니뒤편에 보이는 트럭은 4대강 살리기 11공구 갑천공사차량 ⓒ 이경호


갑천에 공사중인 덤프트럭과 포크레인4대강 공사중인 갑천 ⓒ 이경호


오랜만에 찾아온 고니가 내년에 다시 찾아오려면 올해 편안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해야된다. 하지만, 중장비가 가득 차 있는 탑립돌보는 자연환경변화에 민감한 고니에게 영 불편해 보이기만 한다. 올 겨울을 나지는 못하더라도 안전하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터 정도 역할을 해주어야 할텐데 걱정이 앞선다.

또한, 잘 찾아오지 않던 고니가 갑천에 나타났다는 것 자체가 다른 지역에 상황이 악화되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매년 금강본류 합강리로 찾아오던 고니가 4대강 공사로 갈 곳이 없어 갑천에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갑천에 고니가 찾아온 것을 그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은 천연기념물인 고니에게는 갈 곳을 없애버리는 토목사업에 불과할 뿐이다. 4대강 사업을 중단하지 않으면 합강리와 탑립돌보를 찾던 고니는 더 이상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올해가 지나고 내년이 되어서도 고니가 갑천이나 금강에 찾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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