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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의 낙원, 순천만에는 평화가 있다

갈대와 철새의 하모니 순천만 여행기

등록|2010.12.01 14:13 수정|2010.12.01 14:13

▲ 먹이활동을 위해 모여든 순천만 흑두루미는 인기척에 민감하다. ⓒ 심명남



"끼룩끼룩 카~악 카~악!"
"카~악 카~악 끼룩끼룩끼룩끼룩"

철새 울음소리가 세상을 가른다. 군무를 이룬 수백 마리의 철새들이 쉴 새 없이 울어대는 겨울녘 들판. 살금살금 다가가면 어느새 눈치를 챈 녀석들이 후다닥 빠른 날개짓을 한다. 백로보다 덩치가 큰 흑두루미와 저어새는 연신 철없이 울어댄다. 그러나 그곳엔 생명의 평화가 있다.



태곳적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이곳. 상사댐에서 굽이굽이 흐르는 강줄기는 동천을 지나 S라인을 그리며 갈대군락의 젖줄인 순천만에 도착한다. 이렇게 모여든 강물은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대대포구를 지나 고흥반도와 여수반도를 양 옆에 끼고 다시 먼 바다로 흐른다.

답답하다. 연평도 포격으로 매스컴을 통해 흘러 나오는 소식은 연신 전쟁 시나리오다. 미국의 핵 항공모함과 한국의 최신예 이지스함이 참가한 전쟁을 방불케 하는 군사훈련은 마치 군사정권으로 되돌아 간 듯하다. 역사의 아이러니일까? 아니면 회귀본능일까? 전쟁과 평화가 함께 공존하는 지구상의 마지막 화약고인 한반도는 지금 전쟁의 기운이 엄습해 오는 듯하다. 여기에 가세해 거침없는 하이킥 마냥 이어지는 정치인들의 강경발언은 오히려 국민들을 불안케 한다.

▲ 순천만 자연생태관 입구에는 시골동네 체험마당이 있다. ⓒ 심명남



11월 28일 일요일, 길을 나섰다. 나에게 평화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이른 아침이지만 어느덧 널따란 주차장을 가득 메운 차량들은 이곳의 인기를 실감케 한다. 이곳에 온 사람들 역시 나와 같은 심정일까?

도시 같으면서도 도시 같지 않은 곳. 여기가 바로 생태수도 순천만 갈대밭이다. 2013년 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릴 예정인 이곳은 세계5대 연안 습지로 지정된 곳이다. 자연생태체험을 즐기기 위해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갈대와 철새의 아름다운 조화가 있기까지 갯벌의 역할은 크다. 이곳은 잘 보존된 갈대와 갯벌의 영향으로 찰 갯지렁이가 엄청나게 번식해 있다. 그래서 자연생태계의 보고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겨울철 철새의 낙원 순천만

▲ 순천만 생태체험관 입구의 철새 조형물의 모습 ⓒ 심명남



순천만은 갈대도 갈대지만 지금은 그곳에서 보는 겨울 철새의 군무가 더 인상적이다. 경계심이 많은 저어새와 흑두루미 그리고 희귀 철새들은 이곳에서 한겨울을 보낸다. 풍부한 먹이든 지내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귀환본능이 강한 그들에게 최적의 요충지인 이곳은 바로 철새의 낙원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커다란 철새 조형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철새의 서식지임을 상징하는 것이다. 천문대에서는 망원경으로 자연생태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길을 따라 걸으면 갈대밭으로 이어지는 무진교가 나온다. 무진교에 오르자 두루미 한 마리가 빈 배를 지키고 있다. 참 그림 같은 풍경이다.

"어 두루미네. 저기 좀 봐봐. 넘 멋지지"
"마치 사람이 앉아 있는 것 같다 야……"

▲ 갈대숲 사이로 빈배에 두루미가 앉아있는 풍경이 이채롭다. ⓒ 심명남



▲ 순천만 에코피아 체험선이 갈대숲을 지나고 있다. ⓒ 심명남



길게 펼쳐진 갈대숲 탐방로에는 사람 키보다 더 큰 갈대들이 즐비하다. 강을 따라 유유히 흐르는 강물은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순천만 에코피아 체험선을 타고 갈대숲 사이를 오가는 풍경에서 이국적인 정취가 묻어난다. 또한 용산전망대에 한 번 오르면 99번 순천만을 보는 것과 맞먹는 격이다. 이곳은 하늘이 내린 정원으로 통한다. 특히 전망대의 백미는 낙조와 함께 둥근 갈대군락이 곳곳에 무리를 지어 떠다니는 듯한 모습으로 오감을 자극한다.

짱뚱어 포획, 벌금이 1000만 원?

▲ 불법포획시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는 순천만의 짱뚱어와 짱뚱어탕 ⓒ 심명남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지나가는 사람들은 쉴 새 없이 재잘거린다. 여기저기 짱뚱어 포획금지 팻말이 붙어 있다. 이를 본 아이들은 궁금증이 발동했다.

"엄마 짱뚱어가 그리 비싸요?"
"글쎄 그건 왜?"
"여기서 짱뚱어 잡으면 벌금이 1000만 원 이라고 적혀 있어요"

뻘 속에 사는 짱뚱어는 푸른 형광색의 빛이 아름다운 물고기다. 서리가 내리는 11월에서 벚꽃이 피는 4월까지 겨울잠을 자기 때문에 잠둥어라고도 불린다. 이곳 순천만 주변 음식점에 들르면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 바로 짱뚱어 탕이다.

▲ 순천만으로 동창회를 왔다는 어느 30대 친구들. ⓒ 심명남



초등학교 동창끼리 이곳을 찾았다는 어느 30대 후반의 일행들. 그들의 이야기도 정겹다.

"야~야 태현아! 이곳에 오니까 정~말 옛 추억 많이 생각난다 야"
"너 옛날 학교에서 공차다 뻘 밭에 빠진 기억 안나?"
"이번 동창회 되게 기억에 오래 남겠다"
"야 우리 오늘 1000만 원 짜리 짱뚱어 탕이나 먹으로 갈까?"

세월 따라 흐르는 생명의 순례길 순천만에는 숨막힐 듯 아름다운 생명의 평화가 넘쳐 흐른다.
덧붙이는 글 전라도뉴스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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