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명 주소사업 '미완료 준공처리' 충격... 감사원 감사착수
충북 음성군, 사업자 부도... 전국 지자체 불똥 예상
▲ 충북 음성군이 새주소 사업을 시행하면서 공사가 미완료 상태에서 준공처리를 해줘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다. 사진은 새주소 명판을 달고 있는 군청 정문. ⓒ 김천수
충북 음성군이 국책사업인 도로명 주소사업(새주소)을 실시하면서 악덕 사업자에 의해 놀아나 예산을 낭비하게 돼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결과 음성군 감사계와 감사원이 비밀리에 감사를 진행해 불법적인 사항을 상당부분 밝혀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사업자 K사는 도로명판과 건물번호판 설치작업을 완료 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준공 처리를 받아 사업비 수억 원을 지급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데다 K사는 이미 부도를 내고 잠적 상태에 있어 감사 결과에 따라서는 관련 공무원들에게 법적인 책임을 묻게 될 것으로 보여 파장이 클 전망이다.
감사원은 2003년도 '도로명 및 건물번호 부여사업 추진 부적정'이라는 제목의 감사 결과 발표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사업에 대한 타당성 분석을 실시해 사업의 계속 추진 여부를 재검토하고 계속 추진할 경우 관계부처와 협의해 차질 없는 추진 방안을 강구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부도가 난 문제의 K사는 음성군 외에도 인근 진천군, 증평군과 서울시 서초구, 경기도 용인시 등의 도로명 사업의 시설공사를 시공했는데 음성군 외에는 정상적인 준공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표준 규격에 맞는지 전국 지자체 현장실사 필요
하지만 음성군의 경우 미설치 된 사업물량 외에도 이미 부착된 도로명판과 건물번호판이 표준 규격에 못 미치는 제품으로 확인되는 분위기다. 결과에 따라 재공사를 실시하게 될 경우 피해 규모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관계 공무원들은 미설치된 공사의 규모 등에 대해서 감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관계자들과 음성군 감사계 직원들이 9개 읍면의 현장을 실사하는 것이 목격됐다. 따라서 실사 결과에 따라 감사원의 판단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여 그 결과가 주목된다.
▲ 국책사업인 도로명주소 사업으로 도로명 간판이 새롭게 걸리고 있다. 표준 규격에 맞게 설치됐는지 현장 실사가 요구된다. ⓒ 김천수
이에 따라 같은 사업자가 시공한 음성군 외의 지자체에 대해서도 표준 규격에 맞는 공사가 이루어졌는지 현장 감사가 실시돼야 된다는 여론이 비등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전국의 도로명 주소사업 전체에 대해서 감사원 감사가 확대될 지도 모른다. 이미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도로명판과 건물번호판 부착 공사를 준공 마무리하고 주민들의 변경 요구가 있는 곳과 신설도로, 신축건물 등에 대한 추가 공사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음성군 사업의 경우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총 14억 원(국·도비 50%포함)이 소요되는 사업으로 관내 688개 도로구간과 2만1200개소 건물에 대한 도로명판과 건물번호판을 부착하는 시설물 공사, 사전 DB작업, 홍보사업 등이 포함돼 있다. 이번에 물의를 빚고 있는 것은 시설물 공사로 가장 많은 1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되고 시설 사업에는 2년간의 하자보수도 포함 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 사업과 관련해 이미 지난 6월 충북도에서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하고 8월에 음성군에 대해 '지도감독 소홀'로 징계를 하고도 사태의 깊이를 깨닫지 못했다는 데 있다.
충북도 겉핥기 감사 - 음성군 뒷북 행정 '뭇매'
이에 대해 충북도 관계자는 "2일 간의 통합 감사 속에서 이루어진 통상적인 감사로 사업자로부터 주간보고, 월간보고 등을 받지 않은 점을 지적했던 것"이라며 "감사의 특성상 현장까지 확인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음성군 담당자는 "감사가 이루어져 모두 밝힌 상태인 만큼 더 말할게 없다"고 답하면서 난감한 모습을 보였다.
▲ 전국적으로 새주소 사업이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충북 음성군이 감사원 감사를 받게 돼 파장이 예상된다. 사진은 행정안전부 새주소 사업 홍보포스터. ⓒ 김천수
이런 가운데 K사가 지난 11월 초에 부도처리 되었고 군에서도 이 시기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자체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미 7월 22일자에 금융결재원에 의해 K사의 당좌거래가 중지 된 것으로 나타나 충북도와 음성군이 뒷북 행정이라는 질책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사태에 대해 일부 관계자들은 재정 조기집행 정책에서 비롯되었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들은 "매주 재정 조기집행 경과 보고회를 열고 추진상황 점검과 문제점 파악, 그리고 부진부서 분발 독려를 실시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관련부서에서는 "사업을 부당하게 집행하면서 조기 집행을 시행하라고 했겠냐"며 "재정 조기집행은 경제 불황을 조기에 극복하고자 하는 정부정책인 만큼 더욱 꼼꼼히 따져 집행했어야 됐다"고 말했다.
음성군청 내부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각종 입찰공사에 대한 점검 시스템을 투명하게 다각화하고 재정 조기집행 정책의 폐해에 대해서도 주목해 봐야 된다는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은 부도난 K사와 관계 공무원들 간의 유착관계 여부, 미실시 된 사업물량 규모, 이미 설치된 명판 중 표준 규격에 미달하는 규모다. 그 결과에 따라 관계자들의 징계는 물론 법적인 책임 한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충청리뷰에도 송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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