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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는 나근형 교육감이 받아야하는 것 아닌가요"

[인터뷰] 민노당 후원 혐의로 징계 앞둔 김명숙 교사

등록|2010.12.04 15:04 수정|2010.12.04 15:04

▲ 전교조 인천지부가 ‘부당징계 반대’를 주장하며 인천시교육청 앞에서 농성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일 농성장에서 만난 김명숙 교사. ⓒ 장호영

"월 1만원씩 40만원 정도를 민주노동당에 후원했던 것 같습니다. 이 금액을 후원했다고 해서 중징계를 내리는 것은 과도하다고 생각해요. 호화교장실을 지어서 수천만원을 낭비하거나 업체로부터 100만원이 넘은 돈을 받은 교장, 성추행을 한 교장은 경징계에도 못 미치는 징계를 하면서 말입니다.

나근형 인천시 교육감은 얼마 전 선거법(=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80만원을 선고 받아 간신히 목숨(=교육감직)을 부지했어요. 그럼 선거법을 위반한 나근형 교육감도 중징계를 받아야하는 것 아닌가요?"


민주노동당에 소액 후원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아야할 처지에 놓여있는 김명숙(44) 교사를 인천시교육청 앞 '부당징계 반대 농성장'에서 4일 만났다. 김 교사는 부평구 십정동에 있는 상정중학교에서 도덕교과를 가르치며, 2학년 7반 담임도 맡고 있다.

징계를 앞둔 지금의 심정을 묻자, 김 교사는 징계의 부당함과 나근형 교육감에 대한 분노의 말들을 쏟아냈다. 특히 지난 9월 시교육청이 징계위원회를 열어 사법부의 판결 이후로 징계를 연기하기로 결정해놓고 다시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를 번복하려는 모습에 분노를 넘어 치가 떨린다고 표현했다.

김 교사는 "9월 징계위원회에서 사법부의 판결 이후로 징계를 연기하기로 결정했을 때는 나 교육감이 그래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이기 때문에 소신을 지키나 했다"며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교육과학기술부의 압력에 못 이겨 결국 결정을 뒤집고 징계하려고 한다. 인천시민이 뽑아준 교육감이 스스로 교육 자치를 포기하는 모습이다. 아이들 앞에서도 부끄럽고 교육공무원으로서 창피스럽다"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은 민노당 후원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9명의 전교조 소속 교사들을 12월 안에 징계할 계획이며, 다만 징계 수위를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교사는 "교과부의 압력 때문에 시교육청에서 1~2명을 반드시 배제징계(=해임이나 파면 등의 징계)를 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학교 동료 교사들이나 관리자들도 이 징계가 부당하고 과하다고 생각하고 걱정해준다. 혹시라도 학교를 떠나게 되는 일이 생긴다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김 교사의 이러한 처지를 학생들은 아직 모르고 있다. 김 교사는 만약 해임이라도 당하면 학생들이 충격을 많이 받을 것 같다고 했다. 또한 20년 가까이 아이들을 가르치며 살아왔기에 그런 일을 당해도 마치 습관처럼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를 가게 되고, 학교 밖에서라도 아이들을 만나게 될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힌 뒤 마지막 말을 남겼다.

"학생들을 떠나는 일이 절대 없도록 싸울 겁니다. 어른들에 대한 불신이 깊어질 수도 있지만, 아이들이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 인식하고 상처받지 않았으면 해요. 나근형 교육감은 누가 자신을 뽑아줬는지, 누구를 보호하고 지켜야하는지 알았으면 합니다.

욕을 안 먹으려고 자기 손에 피를 묻히면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피해가 갈 거예요. 시민들이 준 권력도 쓰지 못하고 지켜주지 못하는 교육감은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필요 없는 교육감이라고 생각합니다"


▲ 4일 전교조 인천지부 소속 교사들과 농성하고 있는 김명숙 교사. ⓒ 장호영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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