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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의 아침, 카메라에 담아보셨나요?

등록|2010.12.04 15:06 수정|2010.12.04 15:06
몇년전이더라? 여행 갔다가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두물머리를 찾았다. 덩그러니 배 한척 놓여있는 풍경에 "이게 뭐야?"라며 두물머리가 멋있다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그때는 카메라라고는 화소도 얼마 안되는 폰카뿐이었고, 화려한 풍경만 보러 다니는 관광객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DSLR이라는 것을 손에 넣게 되고 사진찍는 맛에 빠져들수록 언젠가 다시 두물머리를 가야겠다 생각했는데 드디어 기회가 왔다. 서울에서 가까운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자가용이 없으면 쉽게 갈 수 없는 곳이라 미루고 미뤄왔었는데 흔쾌히 동행을 해주겠다는 고마운 사람이 나타나서이다.

▲ 두물머리의 새벽, 그리고 나루터를 지키는 느티나무의 실루엣 ⓒ 최지혜


지난 11월 26일 새벽 5시 양평으로 가는 길에 올랐다. 어스름한 새벽, 차가운 공기를 마시는 것도 오랜만이라 기분이 상쾌하다. 6시가 조금 넘어 도착.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고요함과 적막감만이 주변을 감싸고 있다. 차안에서 몸을 녹이며 동이 트기를 기다리다보니 어느덧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다.

좋은 포인트를 차지하기 위해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삼각대를 펼치고 화각을 맞춘 후 몸을 잔뜩 움츠리고선 여명을 기다리는 시간. 내가 왜 굳이 사서 고생을 하고 있나 싶다가도 내 앞에 펼쳐질 아름다운 세상과 카메라에 담겨질 그것을 생각하면 조금은 설레기도 한다. 특히 두물머리처럼 유명한 출사지는 함께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말 한마디 섞지 않아도 그들과의 무언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재미가 있다고나 할까? 물론, 이건 순전히 나 혼자만의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 두물머리를 지키는 나룻배 ⓒ 최지혜


시간을 인내하고 나면 하늘은 아름다운 빛깔을 내며 두물머리를 밝혀온다. 남한강과 북한강 두 한강이 만나는 곳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두물머리(兩水里)는 그 만남이 아쉬운 듯 시간이 멈춰있다. 나루터를 지키고 있는 400년된 느티나무도, 강가에 외로이 떠있는 나룻배도 두 물의 만남을 조용히 지켜볼 뿐이다. 그렇게 정적이고 고요한 두물머리 위로 빠르게 번져가는 아침노을만이 시간의 흐름을 말해주고 있다.

세상이 밝아오면 잠들어있던 물고기들도 잔잔한 수면위로 팔딱팔딱 뛰어오르며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그리고 산책을 나온 사람들로 두물머리의 정적은 깨어진다. 가만히 서서 렌즈 속에 두물머리를 담는 사람들과 빠른 걸음으로 느티나무 주변을 도는 사람들. 흐름과 멈춤이 함께 공존하는 것, 그것이 바로 두물머리의 아침이다.

▲ 두물머리의 모습을 담고있는 사람들 ⓒ 최지혜


물안개를 기대했건만 오늘은 포기해야할려나보다. 아무리 기다려도 물안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물안개를 만날 확률은 일교차가 심한 9~10월쯤이 가장 높다고 한다. 기대가 실망으로 돌아왔지만 이른 새벽부터 서둘러 나온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물안개가 없으면 어떠하랴. 세상의 하루 중 가장 처음의 빛을 받으며 깨어나는 두물머리를 보는 것도 충분히 운치있는 것을.

▲ 아침이 밝아오는 두물머리의 하늘 ⓒ 최지혜


오늘은 태양마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꼭꼭 숨어 붉은 빛만 내뿜을 뿐이다. 세상이 환해지고나니 아쉬움이 살짝 남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발걸음을 뗀다. 배고프고 춥다. 근처 어디에서 따뜻한 국밥이라도 한그릇 말아먹어야겠다.
덧붙이는 글 http://dandyjihye.blog.me/140119224986 개인블로그에 중복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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