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현대차 관리자들, 비정규직노조 간부 심야 집단폭행

승합차 안·연수원에서 수차례... "'회사오면 죽어버린다' 각서 강요 받기도"

등록|2010.12.07 16:08 수정|2010.12.07 21:13
파업 중인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간부인 금속노조 대의원 천아무개씨가 7일 새벽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회사 간부들로부터 끌려가 폭행당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천씨는 이날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비정규직 조합원 등을 대상으로 공장 내에서 정규직화에 대한 선전활동을 펼친 후 쉬고 있던 중, 회사 관리자 수 명에게 스타렉스 승합차량에 태워진 후 차안과 현대차 연수원 등에서 집단폭행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현재 산재 중인 천씨의 증언에 따르면 현대차 관리자들은 폭력을 가한 후 "산재가 끝나기 전에 회사에 들어오면 죽어버린다"는 각서를 강요해 위협을 느낀 천씨가 각서를 쓰며 현장을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간부가 7일 새벽 관리자들에 끌려가 집단폭행 당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있다. 사진은 지난 11월 5일 현대차 울산 시트공장에서 비정규직 조합원을 집단 폭행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 ⓒ 동영상 화면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7일 성명을 내고 "일상적인 조합활동 중이던 조합원에게 1차 폭력을 가한 후 차에서 끌어내려 연수원에서 대기하고 있던 관리자가 합세하여 더욱 조직적이고 심각한 2차 폭력테러를 자행했다"며 "사측은 생명의 위협을 느낄 만큼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해 노조활동을 무력화시키려 했고 각서까지 강요하며 이 폭력사태를 무마하려 했다"고 성토했다.

앞서 지난 6일에도 공장 순회와 중식 선전전을 하려던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100여 명의 관리자들에게 폭행당하며 강제 해산됐고,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입술이 터지고 옷이 찢겨지는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비정규직노조는 "이는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고 지적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이러한 일련의 폭력테러는 현대차의 억압적인 노무관리 행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비정규직 노동자를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존재로 여기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차가 이런 행태를 계속한다면 현재 파업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원, 하청 노동자에게도 심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어떠한 교섭도 거부한 채 회사가 계속 정당한 노조활동인 선전활동조차 폭력으로 진압한다면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고 더욱 강고한 파업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정규노조는 노무관리 총책임을 맡고 있는 현대차 윤여철 부회장과 폭력행위에 가담한 모든 관리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하지만 현대차 홍보실과 울산공장쪽에서는 <오마이뉴스>의 확인 요청에 "천씨의 폭행사건과 관련해 들은 바 없다"고 답변했다.

다음은 천아무개씨의 7일 새벽 상황에 대한 증언이다.

- 폭행은 어떻게 일어났나?
"야식시간에 2공장 의장식당에서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던 중 회사측 정OO 과장과 황OO 과장이 항의하며 '언제까지 진행할 것이냐'고 해서 '30분까지 한다'고 대답했다. 새벽 2시 5분경 써클룸(휴게실)에 올라가 누워 있는데 2공장 최OO 부장, 정OO 과장이 들어와서 소리치길래 밖으로 나오니 최OO 부장을 비롯한 관리자들이 스타렉스 문을 열고 강제로 태웠다."

- 관리자들이 어떤 말을 했나?
"최OO 부장이 차문을 닫자마자 '고소하려면 고소해'라면서 얼굴을 구타했다. 운전은 정OO 과장이 하고 조수석에 송OO 과장이 타고 있었는데, 운전석 가운데로 와서 내 얼굴을 무자비하게 구타했다. 정OO 과장이 연수원 쪽으로 가자고 했고 가다가 차 세워놓고 정OO 과장이 '여기서 한 번 조지고 가자'고 한 후 차 세워 놓고 구타당했다."

- 내려서도 폭행이 있었나?
"연수원에 내린 후 구석으로 몰아 놓고 무릎 꿇게 했다. 정OO 과장이 안전화로 얼굴을 무자비하게 걷어찼다. 정태준 과장이 계속 걷어 차다가 최OO 부장이 와서 '이 씨X새끼 다리 하나 더 부러뜨려줄까? 병원에 한 달 누워 있을래'라고 한후 주변 관리자들에게 '쇠파이프나 각목 있으면 가져 와라'고 지시했다. 정OO 과장이 안전화로 걷어차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다. 정태준 과장이 '여기서 너 하나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다. 손에 피 하나 안 묻히고 죽일 수 있다'며 계속 구타했다."

- 각서를 썼다는데...
"구타 후 최OO 부장이 '너 산재 할 동안 안 들어올 것이냐'고 묻길래 여기서 더 맞으면 안되겠다 싶어 '안 들어온다'고 했다. 다시 차에 타서 울산 5공장 쪽으로 갔다. 최OO 부장과 관리자들은 날 2공장 본관 2층으로 데려갔다. 휴게실에 들어가서 최OO 부장이 종이 하고 볼펜을 가져와서 '산재 끝나기 전에 회사 들어오면 죽어버린다'고 각서를 작성하라고 강요했다. 불러 주는데로 받아적었다. 최OO 부장이 나가면서 정OO 과장에게 '알아듣게 이야기하라'고 지시했다.

그런 후 정OO 과장이 '너 잡으려고 며칠 전부터 관리자 300명 깔아 놨다. 너 집이 양정동이라고 아는데 불질러 버린다. 산재 끝나기 전에 공장 안에서 보이면 해골에 빨대를 꽂아 뿐다'고 협박했다."

- 폭행 당한 후 어디로 갔나?
"송OO 과장이 운전해서  5공장 쪽으로 이동했다. 정OO 과장과 송OO 과장이 '5공장 가서 내려줄테니까 조용히 집 구석 가라. 밖에 농성장에서 눈에 보이면 죽여버린다'고 협박했다. 5공장문 앞에서 내렸다. 내려서 집에 갔을 때가 4시 10분쯤 됐다. 2시간 동안 납치돼 무자비하게 구타당했다. 응급실로 안가고 아침에 병원 가서 치료 받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 몸 상태는 어떤가.
"안전화로 얼굴을 걷어 차여 턱선과 광대뼈에 고통이 심하고 안전화 뒷굽으로 머리를 찍혀 머리가 많이 아프다. 지금 고막이 나갔다.

- 폭력을 행사한 사람은 누구누구인가.
"2공장 최OO 부장, 정OO 과장, 송OO 과장, 나머지는 이름을 잘 모르는 3~4명의 관리자들이 구타 현장에 있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