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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면 남한은 '겁쟁이', 게임구조를 바꿔라

[코리아연구원] MB정부의 안보 불안, 햇볕정책 아니라 치킨게임 구도가 문제

등록|2010.12.08 09:34 수정|2010.12.08 22:10

합참 방문한 MB "추가도발시 몇 배의 화력으로 응징"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의 서해 연평도 포격과 관련해서 11월 23일 저녁 대응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을 방문해 현황보고를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아직 북한이 공격태세를 갖고 있다고 볼 때 추가 도발에 대해 아주 몇 배의 화력으로 나는 도발을 응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는 도발할 수 없을 정도의 막대한 응징을 해야 한다. 민간에게 무차별 폭격하는 데에는 교전 수칙을 뛰어넘는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기습포격은 남북관계는 물론 미중관계까지 긴장시키는 사건이었다. 특히, 상당수 민가가 파손되고 급기야 민간인 사상자까지 발생한 사실에 많은 국민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전면전을 각오하고서라도 강력한 응징을 해야 한다는 강경론부터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는 유화론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이를 두고 국론분열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으나 그러한 언로 자체가 봉쇄된 권위주의 체제에 비해 보다 유연하고 근원적인 처방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결국 문제는 향후 유사한 사건의 재발방지와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가로 모아질 수 있다. 따라서, 연평도 사태를 둘러싼 북한의 의도에 대한 엄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다면,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올 리 없다.

우선 북한이 '합리적' 행위자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만약, 북한이 비합리적인 행위자라면 연평도 포격은 그야말로 우연한 그리고 예측불가했던 상황일 수밖에 없다. 또한 향후 남한의 대북정책이 무엇이든 북한은 동일한 국지적 도발을 반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맥락에서, 1994년 1차 북핵위기부터 2009년 5월 핵실험까지 핵을 통한 북한의 벼랑끝 전술은 북한이 합리적 행위자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사례다. 국제정치학자 월츠(Kenneth Waltz)가 지적하듯, 북한이 비합리적이라면 애초에 핵개발을 시도하지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의 역설, 남한은 겁쟁이가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이 합리적 행위자라면 남한 역시 그렇다. 그 목적이 국가차원의 생존이든, 아니면 정권차원의 정치적 이익이든 남한 역시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합리적 행위자다. 결국, 남북관계는 두 명의 행위자가 상호작용하는 합리적 게임 구조를 갖는다. 그리고 연평도 사건은 그러한 게임 모델 중 '겁쟁이 게임(chicken game)'을 닮아 있다.

두 대의 차가 마주보고 달린다. 충돌하면 운전자 모두 죽는다. 이런 상황에서 먼저 뛰어내리는 사람이 겁쟁이가 되고 조금이라도 늦게 뛰어내리는 사람은 용감하다는 찬사를 얻는다. 겁쟁이 게임의 컴퓨터 모의실험을 해보면 그 결과는 보통 누군가가 먼저 뛰어내림으로써 겁쟁이가 되고 나머지는 '용자'가 된다. 공멸을 뜻하는 상호 충돌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러한 논리라면, 북한은 연평도 포격을 통해 남한을 겁쟁이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기습포격을 통해 군인과 민간인을 살상함으로써 긴장국면을 극도로 심화시켰지만, 남한은 그에 대한 '확실한' 반격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북한군의 포격으로 모두 타버린 연평도 민가에 11월 25일 깨진 유리창 파편과 가재도구들이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다. ⓒ 남소연


사실, 북한은 연평도 포격이 남북간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애초에 이 겁쟁이 게임을 밀어붙인 것일 수도 있다. 즉, 비대칭적 한미동맹에 얽혀있는 남한은 자율적으로 강력한 대응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간파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건 당시 출격한 F-15K의 군사적 대응을 미국이 통제했다는 일각의 보도가 있기도 하였다.

미국으로서는 자신의 이익이 직접적으로 침해되지 않는 이상, 남북한 간 국지적 무력충돌이 확대되는 것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 그러한 상황은 원치 않는 분쟁에 연루되는 것을 의미하고 극단적으로 북한의 동맹국 중국과의 무력충돌 가능성을 증폭시킨다. 미국에게는 악몽일 수밖에 없다.

미국은 급속히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할 필요성도 있지만, 반대로 자국의 쇠퇴하는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의 역할분담이 매우 필요하다. 미국이 중국을 자신의 '이익상관자(stake holder)'로 규정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였다. 강대국 간의 전형적인 카르텔이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을 하는 것보다 오히려 동맹 약소국인 남한의 행동을 통제하는 것이 보다 전략적인 선택일 수밖에 없다. 북진통일을 외치던 이승만 정권이나 핵개발을 추진하던 박정희 정권의 몰락에 미국이 연계되어 있다는 주장이 결코 허무맹랑한 소리라 할 수 없는 이유다. 사실, 2차대전 이후 자신의 세력권에 대한 확실한 통제를 추구하던 미국의 헤게모니 전략이 다 그렇지 않았던가.

북한이 합리적이라면, 이러한 비대칭적 한미관계를 모를 리 없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상황이 남한을 겁쟁이로 만드는 전략적 자산이 되고 있는 것이다. 즉, 북한의 긴장조성 전략은 남한을 곤혹스럽게 하되 미국에 대한 직접적 도발은 자제함으로써, 결국 확전을 우려하는 미국으로 하여금 남한을 자제시키는 상황을 역이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다면, 북한이 정작 두려워하는 것은 한미동맹이 아니라 미국이 통제할 수 없는 남한의 자율성이라 할 수 있다. 비대칭적 한미동맹의 견지를 주장하는 남한 보수세력의 논리는 결국 북한의 전략적 자산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미동맹의 역설이다.
    
연평도 포격은 이러한 논리 속에서 이루어진 매우 계산된 행동이다. 일각에서는 연평도 사건을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사건'과 대비하고 있으나, 1976년 상황은 미군에 대한 도발이라는 측면에서 '우발적인' 측면이 있다. 사건 직후 김일성 정권의 즉각적 사과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속내를 반증하기도 한다.

결국, 향후 연평도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현재 이명박 정권은 "추가 도발 시 단호한 응징"을 공언하고 있다. 신임국방장관은 "항공기를 통한 폭격"까지도 단언한 상황이다. 이러한 확전불사 발언은 향후 게임에서는 남한이 더 이상 겁쟁이가 되지 않을 것임을 북한에 인지시키려는 의도라 할 수 있다. 북한이 체제붕괴를 원하지 않는다면, 결국 겁쟁이는 북한이 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문제는 남한의 확전불사 의지가 과연 신뢰할 만한 것이냐의 문제이다. 특히, 북한이 그것을 그대로 믿는가의 문제가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대북 강경의지가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그 의지는 상술한 바와 같이 비대칭적 한미동맹이라는 구조적 제약을 뛰어넘을 수 없다. 전시작전권이 미국에게 있는 상황에서 과연 '자위권'을 남한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있을까의 문제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이것은 북한이 추후에도 남북 간 확전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심화시키는 정도의 국지적 도발을 언제든지 감행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물론, 북한의 어떠한 추후 도발에 대해서도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대응할 것임을 천명한다면 북한은 더 이상 남한과의 겁쟁이 게임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연평도 사건 직후 서해에서 대규모로 진행된 한미합동군사훈련에는 그러한 의도가 내재해 있다고 할 수 있다.

▲ 지난 11월 23일 오후 북한의 포격을 받은 연평도의 처참한 사진을 24일 오후 옹진군청이 공개했다. 포격을 받아 처참한 모습으로 부서진 소형승용차 뒤로 유리창이 모두 깨진 건물이 보인다. ⓒ 옹진군청 제공


그러나 미국의 대규모 항모전단이 언제나 서해에 머무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한, 미국의 군사적 지원에 대한 대가 역시 치러야 한다. 최근 타결된 FTA에서 한국은 그만큼 미국에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군사동맹의 논리가 경제논리를 압도한 것이다.

설령 한미동맹의 강력한 억지의지가 작동한다 해도 남한이 반드시 겁쟁이 게임의 승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게임에 내재해 있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즉, 겁쟁이 게임에서는 비록 논리적으로는 상호충돌이 발생할 수는 없으나 실제에서는 무수한 우연성이 개입한다. 연평도 사건 직후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남측의 포격 오발사고는 바로 그 전형적인 사례이다. 그와 같은 우발적 사건은 겁쟁이 게임의 실제가 파국으로 끌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겁쟁이 게임이 안고 있는 원죄일 수밖에 없다.          

햇볕정책이 문제라고? 게임의 변화를 변화시켜라

북한의 국지적 도발 앞에서 남한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면, 또한 대응책이 있어도 남북 간 겁쟁이 게임은 근본적인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면, 이를 타개할 대안은 과연 없는가? 있다. 게임의 구조를 바꾸면 된다. 남북간 겁쟁이 게임을 그보다 덜 위험한 게임으로 변화시키고 궁극적으로 협력게임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사슴사냥' 게임이 그 지향점이 될 수 있다. 두 행위자가 협력하면 사슴을 포획할 수 있어 한겨울 식량 걱정을 안 해도 된다. 만약 협력하지 않으면 각자 토끼는 잡을 수 있으나 사슴에 비해서는 그 효용이 현저히 떨어진다. 결국 상호 협력하는 것이 최선이다.

물론, 남북관계를 겁쟁이 게임에서 하루아침에 사슴사냥 게임의 구조로 변화시키기는 매우 힘들다. 따라서, 그 차선책으로 죄수의 딜레마 게임으로의 변화도 고려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죄수의 딜레마 게임은 두 행위자가 상호 협력할 때 더 나은 효용을 얻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협력이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을 묘사한다.

그러나 협력이 이뤄지지 못하더라도, 죄수의 딜레마 게임은 겁쟁이 게임보다는 낫다. 전면전으로 인한 공멸보다는 불신으로 인한 긴장관계가 그나마 낫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행위자간 협력 상황(파레토 최적)도 가능하다.

문제는 누가 어떻게 게임의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이다. 결국 그 주체는 북한이 아니라 남한일 수밖에 없다. 게임의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극도로 고립된 국제환경 속에서 대내외적 체제유지가 핵심목표일 수밖에 없는 북한으로서는 능력 밖의 일이다. 단기적 상황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곧 북한이 겁쟁이 게임에서 승자가 될 수는 있어도, 게임의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주도권은 결국 남한이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햇볕정책'은 남북 간 게임의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보다 근본적 대안이라 할 수 있다. 비록 그것이 장기적인 인내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겁쟁이 게임을 통해 남한을 압박하려는 북한의 의도를 전략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것이다. 남북관계가 더 이상 겁쟁이 게임이 아니라 죄수의 딜레마, 궁극적으로 사슴사냥 게임의 구조를 갖는다면, 남한이 겁쟁이가 될 하등의 논리적 이유가 없다.

▲ 애국단체총협의회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11월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김정일 독재정권 타도 국민대회'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즉각 응징과 강력한 보복을 요구하며 대형 인공기를 발로 짓밟고 찢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이런 맥락에서 연평도 도발을 지난 10년의 '좌파정권'의 '햇볕정책' 탓으로 돌리는 정부 여당의 논리는 그야말로 궁색하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기 남북관계에서 남한이 지금처럼 겁쟁이가 되었던 적이 과연 있었던가?

보수세력은 북한의 핵개발을 그 사례로 열거하고 있으나, 핵을 통해 북한이 겁쟁이 게임을 하려 했던 상대는 남한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이었다. 북한은 핵 벼랑끝 전술을 통해 미국으로부터의 안전보장을 확보하려 했거나,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최소한 중국으로부터의 동맹의무를 '강요'했던 것이다.

오히려 남북관계는 6·15와 10·4 공동선언, 개성공단 그리고 금강산 관광 등 협력게임의 씨앗이 뿌려졌던 시기이기도 하다. 여전히 미흡하지만 최소한 냉전적 겁쟁이 게임에서 탈피하자는 남북 간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한반도 핵위기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가 지금처럼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가지 않은 것은 보수세력이 주장하는 '안보불감증' 때문이 아니라 게임의 구조가 지금과 근본적으로 달랐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이 비대칭적 한미동맹을 역이용해 남한을 압박하려는 북한의 의도는 결코 성립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집권 3년차인 2010년의 남북관계는 불행히도 겁쟁이 게임으로 변화해 버리고 말았다. 이러한 상황변화는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분명한 것은 '비핵개방3000'으로 대변되는 이명박 정권의 보수적 대북정책과 이에 대한 권력세습기 김정일 정권의 반발이 맞물리면서 햇볕정책이 추구하던 협력게임은 나의 목숨을 담보로 상대를 겁쟁이로 만들려는 비협력게임으로 퇴화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과연 누구에게 유리한가? 유불리를 떠나 한반도의 불안정한 안보상황은 결코 개선될 수 없다.   

MB 정권에서 '인간안보', DJ-노무현 시절보다 나아졌나

이번 연평도 사건의 최대 피해자는 누구인가? 두말할 필요 없이 북한의 기습포격에 죽어간 민간인과 군인들이다. 또한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다시피 피란한 천여 명의 연평도 주민이다. 또한 있을지 모를 북한의 사상자들 역시 그 피해자이기는 마찬가지이다. 민간인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무관하게 죽거나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고, 군인들은 맡은 바 의무를 다하다가 희생되었다.

김대중-김정일 만나다김대중-김정일 만나다 ⓒ 사진공동취재단



이 모든 희생들은 국가안보의 차원에서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치부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석 수준을 주요한 안보개념 중 하나인 '인간안보(human security)'의 차원으로 변화시키면, 연평도 사건 피해자들의 인간안보는 심각히 훼손되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국가는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안위를 보호하려고 수립된 제도'라는 정치학교과서의 구절이 옳다면, 연평도 주민들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대책은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사건 직후 대통령 담화에서도 "북한의 추가도발에 대한 단호한 응징"이란 국가안보 차원의 내용은 들어있어도 정작 연평도 주민들의 '인간안보'에 대한 내용은 빠져있었다. 국민이 이명박 정권에게 권력을 위탁해 자신들을 보호해줄 것을 요구했다면, 정부는 연평도 주민을 포함해 안보불안에 떨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할 막중한 의무가 있다. 그것을 생략한 채 단호한 응징만을 강조하는 것은 국민들의 안보불안을 오히려 가중시킬 수도 있다. 국가안보가 여전히 인간안보의 상위에 있다는 정치권력의 오만함일 수도 있다.

영국의 국제정치학자 부잔(Barry Buzan)에 따르면, 국가는 인간안보를 증진시킬 수도 반대로 악화시킬 수도 있는 야누스같은 존재이다. 일반적으로, 민주주의 국가가 국민들의 인간안보를 증진시킨다면, 비민주주의 국가는 국가안보에 인간안보를 종속시킨다.

이러한 논리는 결국 민주주의 국가끼리는 전쟁을 안 한다는 소위 '민주평화(democratic peace)' 이론으로 연결된다. 대다수 시민은 전쟁보다는 평화를 선호하기 때문에 그러한 시민이 권력을 통제하는 민주주의 국가는 대외적 전쟁을 할 수 없다는 논리이다. 세계의 영구적 평화를 위해서는 모든 국가가 민주적 공화국이 돼야 한다는 200여 년 전 칸트의 외침이기도 하였다.

2010년 대한민국이란 국가는 인간안보를 과연 증진시키고 있는가? 북한과 비교해 그래도 인간안보를 강력히 보호하고 있다고 말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당과 국가의 이익 속에 인민의 이익이 완전히 종속돼버린 북한과의 비교는 가당치 않다.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사회에 인간안보 따위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조지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듯, 그러한 사회에서는 "전쟁이 평화이고, 자유는 종속이며, 무지는 힘"이 된다. 인간은 없고 전체화된 국가만 존재한다.

결국, 우리사회의 인간안보를 말하기 위해서는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와 비교하든지, 아니면 인간안보 수준이 과거보다 발전했는지를 판별해 봐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 비해 그리고 지난 10년의 민주정부에 비해 국민들의 인간안보를 증진시키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남북 간 겁쟁이 게임이 지속되는 한 한반도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인간안보는 증진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제 게임의 구조를 바꿀 때다.
덧붙이는 글 * 코리아연구원 현안진단 180호입니다. 홈페이지(www.knsi.org)에서 원문 및 다양한 정책자료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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