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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눈물 "천불 터져"... 김무성 미소 "이것이 정의"

야 "날치기 된 예산안 원천 무효" vs 여 "예산 의결 못하면 정부 불안정"

등록|2010.12.08 21:18 수정|2010.12.08 21:22

▲ 8일 오후 2011년 예산안 강행처리를 막기위해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하고 있던 야당의원들을 한나라당 의원들이 물리력으로 끌어낸 뒤 처리하자 민주당 정동영 의원, 손학규 대표, 민주노동당 권영길 원내대표,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가 침통한 표정으로 본회의장밖에서 열린 규탄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 한나라당이 2011년 예산안을 강행처리 한 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본회의장밖에서 열린 규탄집회에서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 권우성


본회의장을 나서는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코는 빨개져 있었다. 한나라당 단독으로 예산안과 UAE(아랍에미리트) 파병동의안 등의 법안들이 통과된 이후 힘없이 회의장을 걸어나오는 의원들의 손을 하나하나 잡던 박 대표는 끝내 눈물을 훔쳤다.
야당 의원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8일 본회의가 끝난 직후 국회 로텐더 홀에서 열린 '한나라당 예산안 날치기 처리 야4당 규탄대회'에서 "참담하다"며 심정을 밝혔다.

그는 "유신군사독재도 이러지는 않았다, 이명박 독재의 어두운 그림자가 대한민국에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며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이명박 대통령·한나라당에 의해서 강행 통과된 4대강 관련 예산을 비롯해 오늘 날치기 된 법률은 원천무효임을 국민 앞에서 선언하며 국민과 함께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끝내고야 말 것"이라고 말했다.

"오만한 정권, 국민이 용서치 않을 것"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도 "국회의원 노릇을 더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비통한 심경을 드러냈다. 권 대표는 "민주노동당은 껍데기 국회에서 국회의원을 더 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라며 "국회 밖으로 나가 MB 정부와 정면 승부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날치기 앞에서 분노만으로 끝내지 말고 야 4당이 함께해야 한다"는 제안이 규탄대회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대한민국 국민은 우리가 못나서 불행하며, 야 4당의 힘이 부족했다"며 "야 4당이 연대·연합해서 정권을 바꿔야 하며 오늘이 연합의 첫날이 되길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규탄대회에서 눈물을 보인 박지원 원내대표는 대회 직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울먹거렸다. 박 원내대표는 "강기정 의원이 서 있는데 그 큰 덩치의 김성회 의원이 오더니 정식으로 쳤다"며 "강 의원은 피가 나면서도 '그래도 지키겠다'고 했다"며 울음을 참았다. "천불이 터졌다"는 박 원내대표의 말에 몇몇 의원들도 훌쩍였다.

박 원내대표는 "오늘 예산(안 통과), 4대강은 부메랑이 돼서 우리가 승리하는 몫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오만한 정권·오만한 권력은 반드시 실패할 것이며,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8일 오후 한나라당이 2011년 예산안 강행처리를 막기위해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하고 있던 야당의원들을 물리력으로 끌어낸 뒤 예산안 및 관련 법안들을 처리하자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의원들이 본회의장밖으로 나와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 권우성



여 "국회가 해야 할 일은 정부의 부담을 더는 것"

'선봉'에 선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의화 국회부의장이 2011년 예산안을 강행처리를 시도하자,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의원들과 함께 앞장을 서 단상을 점거하고 있는 야당 의원들을 끌어내고 있다. ⓒ 유성호


반면, 원하던 대로 예산안과 법안들을 통과시킨 한나라당은 웃었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을 향해 "약속 지켰지?"라며 미소를 지었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가 해야 할 일은 정부의 부담을 더는 것"이라며 "예산안을 의결하지 못하면 중앙정부·지자체·국비 보조를 받는 공공기관 등이 모두 불안정 상태에 빠져 비효율적인 상황이 될 수밖에 없으며,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정부를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부담을 더는 것'이 국회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이어 김 원내대표는 "정기국회 기간 안에 반드시 (예산안·법안 등을) 처리해야 한다는 의지로 오늘 관철시켰다"며 "이것을 정의라고 생각한다"고 못 박았다. 그는 "임시국회가 소집돼도 응하지 않겠다"며 "(의원들은) 모두 귀향해 4대강 사업과 한·미 FTA, UAE 파병에 대한  홍보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국민 여러분은 (한나라당이) 예산안을 직권 상정하는 모습을 보고 실망이 상당히 클 것"이라며 "(그러나) 집권 여당으로서 내년 살림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부대표는 직권 상정된 법안에 대해서도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2년 반 동안 한 개도 법을 통과시키지 못해 이번에 3개 법안을 (직권상정) 했다"며 "평소 상임위원회에서 안을 상정하고 심의했다면 오늘과 같은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의화 국회부의장이 2011년 예산안을 강행처리를 시도하자, 민주당과 야당 의원들이 단상을 에워싸고 4대강 예산 전액 삭감과 민생 복지 예산 확보를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다. ⓒ 유성호



김무성 "야당이 지연책... UAE 파병은 한나라당 당론으로 옳아"

이후 이어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김 원내대표는 "본회의 마지막 날(9일) 실수를 하면 안 되니까 내일 하루 더 여유가 있도록 (단독처리 일정을) 잡았던 것"이라며 하루 더 회기를 남겨 놓은 상황에서 단독처리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김 대표는 "야당이 지연책을 썼다"며 "상임위에서 논의·합의된 것을 그렇게 오랫동안 잡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제 삼는 게 옳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UAE 파병은 한나라당의 당론으로 옳다고 생각한다"며 "그간 약속도 있고, 세계적으로 강한 대한민국 특전사를 수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파병 동의안 처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해서도 그는 "국가에 이익되는 것을 (민주당은) 왜 반대하나"라며 "나라 잘 되는 일을 반대하고 지연시키는 것은 반애국적인 행위로 그런 걸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면 집권 여당으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한다"고 못박았다. 내년 상반기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 FTA 국회 비준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견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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