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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크리스마스 선물

미리 받은 산타클로스의 선물

등록|2010.12.12 12:45 수정|2010.12.12 12:45
크리스마스는 매년 12월 24일부터 새해 1월 6일까지 예수의 성탄을 축하하는 명절이다. 이 날은 비단 기독교인들이라고 하여 축하하고 그 외의 종교를 믿는 이들에겐 배타적인 날도 아니다. 즉 만인이 두루 행복까지 한 날이란 것이다. 또한 크리스마스는 예로부터 선물의 전령인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라는 어떤 등식(等式)과 그 개념을 같이 한다.

한데 우리가 어렸을 적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말 중엔 크리스마스(성탄절)의 전날 밤 어린이의 양말에 선물을 넣고 간다는 노인인 산타클로스는 그러나 울거나 착하지 않은 아이에겐 선물을 주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그래서 평소엔 울보이거나 행실이 비교적 나빴던 아이들도 크리스마스가 도래할 무렵이면 일부러라도 안 울려고 노력했고 착한 행동을 보이려고까지 했던 것이다.

올 크리스마스를 보름 남겨놓은 어제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는 우리 집에 커다란 선물을 미리 놓고 가셨다. 그건 바로 사랑하는 딸이 마침내 2011학년도 S대 의학대학원의 정시모집에서 최종합격자로 낙착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딸은 이 대학원에 합격하기 위해 그야말로 머리가 쥐가 나도록(본인의 이실직고에 따르면) 공부에 전념해 왔다. 그 결과 딸은 10대 1의 경쟁을 뚫고 자신의 바람을 일궈낸 것이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발군(拔群)의 공부실력을 보여 온 딸은 자타가 공인하는 재원(才媛)이다. 또한 상장과 장학금 또한 빠짐없이 챙긴 악바리이기도 했다. 그랬기에 나와 같은 비정규직의 박봉인 필부임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대학까지 가르칠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한 때 너무도 처절한 빈곤과 아무리 노력을 해도 벗어낼 수 없는 가난의 궁상에 절망했다. 그래서 막역한 선배와 술을 마시며 나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였다. 그리곤 급기야 제어의 벽을 넘은 자탄의 눈물은 그예 무너진 댐이 되어 마구 방류(放流)되기에까지 이르렀다.

선배가 등을 토닥여주며 위로했다.

"지금 어렵다고 나중에도 어려운 건 결코 아니다. 너는 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으니 분명 끝은 좋을 것이다. 아울러 어디 내 놔도 자랑스런 아이를 너는 둘이나 가지고 있지 않니? 현재에 슬퍼하지 마라. 너에게도 분명 축복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올 것이다!"

그렇지만 당시엔 고작 사탕발림으로만 듣고 한 귀로 흘려보냈었다. 하지만 이제 와 생각하니 선배의 그 조언은 적이 합당한 말이었다.

선친의 기일을 맞아 오늘 아들이 집에 온다. 제 여동생의 대학원 합격을 제 일인 양 반가워했던 아들과 이따 밤에 제사를 마친 뒤엔 축하주를 나누고 볼 일이다. 정작 주인공인 딸은 그러나 오늘도 알바 과외로 말미암아 못 온대서 그게 좀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사족이지만 그런데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는 왜 평소 울기도 잘 하고 또한 따지고 보면 술이나 잘 먹을 줄 알지 정작 돈도 못 버는 나에게 이런 커다란 선물을 주신 것일까? 아울러 딱히 착한 일, 예컨대 기부라든가 선행 따위의 '착한 일' 조차 하지 않은 나에게 말이다. 그 거 참 희한하네...
덧붙이는 글 SBS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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