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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설 3년 지난 유류사고, 향후 투쟁 방향은?

일방적 요구보다 조직화되고 설득력 있는 요구안 마련해야

등록|2010.12.14 20:10 수정|2010.12.14 20:10

3주년 보고대회 열렸지만...보고대회 초기 피해주민들이 대회장을 가득 채웠지만 지리한 보고대회가 이어지자 대회장을 빠져나가 결국 결의대회시에는 2백~3백여명만이 남은 채 맥빠지게 진행되었다. ⓒ 태안군



"3주년의 의미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3주년을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 정부와 가해자 삼성, 현대를 향한 피해민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 그 이유는 내년부터는 사정이 하나둘 진행되고 배보상을 받게 되면, 더 이상 유류사고가 피해민들의 관심속에서 멀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열린 태안원유유출사고 3주년 보고대회에 앞서 열린 15개 피해대책위 단체장 회의에서 언급된 말이다.

이는 피해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던 피대위 위원장들도 점점 그동안 한목소리를 내왔던 피해민들이 와해되지나 않을까 하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3주년 보고대회의 오점... 피해주민 역량 결집 실패

실제로 지난 3주년 보고대회에서는 이러한 위기를 직감한 듯 각 지역 피대위원장들의 발빠른 대처로 1천여 명에 이르는 피해주민들이 보고대회가 열린 태안문예회관 대강당을 빼곡히 메웠다.

태안군유류피해대책위연합회는 어려운 발걸음을 한 피해주민들의 간절한 마음을 아는 지 이날 행사를 위령제와 보고대회로 나누어 나름대로 의미를 찾고자 애를 쓴 흔적이 엿보였다.

하지만, 연합회의 의도는 크게 빗나갔다. 위령제를 마치고 보고대회가 이어지자 지루한 보고회와 설명회에 지친 주민들이 하나둘 행사장을 빠져나간 것.

맥빠진 결의대회3주년 보고대회 말미에 실시한 결의대회. 하지만 자리가 많이 빈 모습이다. 2층 객석은 보이지는 않지만 10여명 밖에 남지 않았다. ⓒ 김동이



특히 보고대회의 핵심이자 대미를 장식했던 피해민이 대통령께 드리는 건의문 낭독과 결의문 낭독시에는 이미 참석했던 수많은 주민들이 자리를 이탈했고 행사장에는 겨우 2~3백여 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씁쓸한 결의대회가 진행되었다.

이와 관련해 끝까지 자리를 함께했던 일부 주민들은 "연합회가 보고대회의 순서를 잘못 정한 것 같다"며 "주민들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던 행사 초기에 건의문과 결의대회를 먼저 진행했어야 한다, 다 빠져나간 다음에 몇 명만 남아서 결의문을 낭독해 맥빠지고 실효성 없는 행사가 됐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민은 "결의문 낭독은 위령제 이후 피해주민들이 대공연장을 가득 메운 상태에서 진행했어야 효과가 있는 것이지 지루한 보고가 이어지면서 주민들이 다 빠져나간 다음에 진행해 보여주기에도 실패했고 피해주민들의 역량을 결집시키는데에도 실패했다"고 지적하면서 "3주년의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보고대회 진행순서에도 고심을 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에 대해 연합회 관계자는 "어느 정도 예측을 해서 순서를 바꾸려고 했지만 순서를 바꿨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며 "가장 아쉬운 점은 성과물 없이 보고대회로만 끝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전했다.

또한 이번 3주년 보고대회에서는 행사 순서의 오류 이외에도 태안군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이는 3주년 행사가 중요하다는 점은 인식하면서도 어떻게 군수가 기자회견조차 갖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이는 또 비록 보고대회에는 불참했지만 이날 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소견을 밝힌 안희정 지사와도 비교되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보고대회와는 별도로 군수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태안의 현실을 알리고 이에 대한 대책마련을 촉구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3주년 보고대회가 끝난 시점에서 지금까지 투쟁양상을 되돌아보며 앞으로의 투쟁방향은 어떻게 전개되어야 할까?

3주년의 의미와 지금까지의 투쟁 양상

이제는 시위가 아닌 합의체 구성을 통한 협상을 해야...지난해 12월 2주년을 맞아 과천정부청사 앞에서의 대정부규탄대회 모습으로 3주년을 기점으로 대규모시위보다는 피해지역 합의체 구성을 통한 체계적이고 실효성있는 투쟁이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 김동이



유류사고 3년이 지나오는 동안 태안군에서는 집단행동화를 통한 '투쟁을 위한 투쟁'을 전개해왔다. 이는 투자된 비용 대비 실효성을 얻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2주년을 맞아 충남 6개 피해지역 주민 등이 집결한 가운데 열린 과천정부청사 앞 대규모 시위는 시위규모에 걸맞지 않게 체계적이지 못한 시위에 실망한 피해주민들이 시위중간에 빠져나가는 등 오히려 분열된 모습으로 비쳐져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아냥을 들은 바 있다.

또, 가해자 삼성에 대해서는 도의적인 책임을 다 해달라고 요구할 뿐 구체적인 요구조건도 마련하지 못했고, 특히나 1천억 원 삼성출연기금에 대해서는 피해지역 주민들이 좀처럼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뒷말만 무성할 뿐 삼성을 협상테이블로 불러내는 것조차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피해지역 한 목소리 내야... 충남 6개 시군 연합회 재결성 움직임

충남 유류피해 총연합회 명의로 내걸린 현수막 지난 3월 2일 고 성정대 위원장의 '군민장'이 열린 태안군청 광장에는 충남 유류피해 총연합회 명의로 현수막이 내걸려 곧 결성이 가시화되는 듯 했지만 태안군을 제외한 타 피해지역에서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해 결성이 무산된 바 있다. ⓒ 김동이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앞으로의 투쟁은 어떻게 전개되어야 할까? 먼저 피해지역 주민들이 한목소리를 내기 위한 합의체 구성이 우선되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공통 관심사는 '보상받지 못한 자'에 대한 보상이다. 이를 위한 공동대응전략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합의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최근 올해 초 무산된 충남 피해지역 6개 시군 연합회 결성 재추진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이번달 15일 태안군 연합회 주관으로 열리는 6개 시군 사무국장 회의가 그것.

이와 관련해 문승일 연합회 사무국장은 "보상받지 못한 자에 대한 안(案)은 6개 시군이 한 목소리를 내야 하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6개 시군 연합회가 결성되어야 한다"며 "전략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연합회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먼저 실무자 협의를 통해 안을 마련한 뒤 단체장 회의를 개최해 구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가칭 '충남유류피해대책연합회' 구성을 통해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임을 암시했다.

또, 지난 10월 18일 이재오 특임장관의 태안 방문시 약속했던 청와대 면담이 청와대가 '불가입장'을 통보해옴으로써 무산되고, 국무총리 주재 특별대책위원회가 계속 연기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에 대한 투쟁도 피해민의 몫으로 고스란히 떠않게 돼 연합회의 책임이 막중해지고 있다.

이에 문 사무국장은 "삼성을 협상테이블로 불러 대화의 필요성을 충분히 느끼고 있다"면서 "전략적이고 전문적인 접근을 위한 전문가가 포함된 T/F팀 구성도 구상하고 있다"고 대응전략을 밝혔다.

한편, 지난 7일 열린 3주년 보고대회에 참석한 변웅전 국회의원과 박찬종 변호사는 이구동성으로 "이제부터는 주체는 피해민이 되어야 한다"며 "삼성, 국회, 정부, 대통령에 대해 여러분들이 힘을 똘똘 뭉쳐 무섭게 보이는 수밖에 없다"고 피해민들의 앞으로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덧붙이는 글 태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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