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과 최수종의 '대선 레이스', 승자는 누구?
15일 밤 첫 방송 <프레지던트>, <대물> 아성 넘을까
▲ SBS <대물>의 서혜림(고현정) ⓒ SBS
방송 첫 회부터 여성 대통령 서혜림(고현정) 신드롬을 일으켰던 SBS 수목드라마 <대물>, 아나운서 출신 주부가 국회의원, 도지사를 거쳐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된다는 매력적인 소재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화제가 되며 <대물>을 동시간대 드라마 시청률 1위로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극 초반엔 악재도 있었다. 작가, PD 전면 교체로 말미암은 정치 외압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 그럼에도 <대물>은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현재 20% 중·후반대의 시청률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현실정치'에 대해 뜨겁게 일갈하던 서혜림(고현정)의 모습은 사라졌다는 평가지만, 서혜림과 하도야(권상우)의 로맨스와 강태산(차인표)의 카리스마가 또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이런 기세에 밀려, 타 방송사의 드라마는 반전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200억 원이란 제작비에 월드스타 비까지 출연한 KBS 2TV의 야심작 <도망자PlanB>는 힘 한번 쓰지 못하고 8일 쓸쓸히 종영을 맞았다. 김혜수가 출연해 소소한 휴머니즘을 담아낸 MBC <즐거운나의 집>역시 한자리 수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고전 중에 있다.
수목드라마 <대물> 대항마로 나선 <프레지던트>
▲ KBS 2TV <프레지던트>의 장일준(최수종) ⓒ KBS 2TV
그렇기에 수목드라마의 권좌는 살아있는 드라마 권력 <대물> 차지였다. 대작으로 돌아온 비도, 매력적인 김혜수도 막지 못한 절대 권력 드라마를 막을 상대는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런데, <대물>을 긴장시킬 대항마가 예상외로 금방 등장했다. 15일 첫 방송을 시작하는 KBS 2TV <프레지던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드라마가 <대물>의 맞수로 평가받는 이유는 동시간대에, '대통령'이란 주제의 공통 분모를 갖고 정면 충돌하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에 비슷한 주제의 드라마가 맞붙는 경우는 흔치 않기에 이 상황이 흥미롭기만 하다.
마치 과거 하얀거탑(2007년 1월 6일~2007년 3월 11일. MBC 토, 일 방영)과 외과의사 봉달희 (2007년 1월 17일~2007년 3월15일, SBS 수 목 방영)가 비슷한 시기에 인기 경쟁을 벌였던 모습을 보는 듯하다. 하지만 <하얀거탑>과 <외과의사 봉달희>는 각각 토, 일 드라마와 수,목 드라마로 방영 시기가 달라 직접적인 정면 대결은 피했었다.
당시 두 드라마는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흥미를 일으키며 서로 만족할만한 '윈윈'을 거뒀다. <하얀거탑>는 높은 완성도와 함께 김명민이라는 배우의 가치를 재확인시켰고, <외과의사 봉달희>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앞선 두 드라마처럼 서로 다른 시간대에 방영되었으면, 리더십 열풍을 일으키며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끼쳤을지도 모를 <대물>과 <프레지던트>, 하지만 이 둘은 결국 수, 목 드라마의 권좌를 걸고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이상 정치 꿈꾸는 <대물>, 현실 정치 담아낼 <프레지던트>
하지만 같은 '대통령'에 관한 이야기를 다뤘다 하더라도 두 드라마가 추구하는 방향은 서로 다르다. 우선, <대물>은 현실과 떨어진 이상정치를 이야기한다. 아나운서 출신 주부가 정치에 뛰어들어 대통령이 되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깨끗한 정치를 펼치는 모습은 말 그대로 기적같은 이야기다.
비록 현실과는 격차가 있을지언정 누구나 갈망하는 감동 정치가 바로 <대물>에 숨어있다.서혜림이 극 속 TV 토론에서 눈물을 머금고 말하는 내용이나, 연설 후보 내용이 시청자들에게 화제가 되는 것은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올바른 정치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함께 <대물>에는 딱딱한 정치를 잊게 해주는 아름다운 사랑이 자리잡고 있다. 검사 하도야(권상우)와 서혜림의 로맨스는 <대물>이 추구하는 꿈같은 이야기의 하나다. 다만 꿈같은 정치를 이야기하는 드라마이다 보니 다소 현실성이 떨어질 때도 있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청와대 조리장으로 일하던 아버지의 곰탕 맛을 재현했다고 대통령이, 조리장 자리도 아닌 검사 복직을 시켜주는 스토리는 리얼리티가 떨어진다.
권선징악적인 이상 정치를 추구하는 드라마 <대물>과 달리 <프레지던트>는 기획의도에서, 현실정치를 담아내고자 하는 바람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기획 의도처럼 인권 변호사 출신 3선 국회의원으로 대통령이 되는 장일준(최수종)은 이상 정치가 아닌, 현실 정치를 제대로 그려낼 것으로 기대된다.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이상만 보여주려는 드라마는 아니다. 대통령의 지위에 오르기까지 한 인간이 겪어야 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과 슬픔, 그를 정점으로 이루어지는 주변 사람들의 질시와 경쟁, 반드시 대통령이 되고 말겠다는 권력의지, 그 권력의지를 달성하기 위해 버려야 할 소중한 가치들, 신문 기사의 이면에 가려져 있는 대통령 후보 개인의 적나라한 생활상, 그리고 승리와 패배 그 절정의 순간까지, 이 드라마는 살아 있는 정치의 꿈틀거리는 내면을 생생하게 보여주려고 한다. - <프레지던트 기획의도>
장일준(최수종)의 캠프에 무려 다섯 명이나 되는 배우들을 투입하고, 집권여당에 변희봉을 비롯 이기열, 김정난, 홍요섭, 김규철 등 묵직한 배우들을 배치시킨 것만 봐도 이 드라마가 추구하는 방향이 묵직한 현실 정치임을 짐작케 한다.
하지만 <프레지던트> 역시 우려되는 점이 존재한다. K-1 국회다, 막장 국회다 해서 현실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국민들에게, <프레지던트>의 현실을 반영한 대통령이 얼마나 매력적으로 다가올지 의문이다. <프레지던트>의장일준(최수종)이 <대물>의 서혜림(고현정)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받는 인물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실로 치면 대선 레이스와도 같은, 살아있는 권력 <대물>과 대항마 <프레지던트>의 피할 수 없는 승부는 15일, 드디어 막이 오른다. 수목드라마 최고 자리에 오르려는 두 드라마의 경쟁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