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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를 울린 한 리뷰어의 죽음

장르문학만 1900개의 리뷰 남긴 故 홍윤 씨(닉네임 물만두)

등록|2010.12.15 18:40 수정|2010.12.15 18:40
장르문학만 1900개의 서평을 남긴 리뷰어의 죽음

14일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공지가 하나 떴다. 알라딘 리뷰어 물만두(故 홍윤)의 부음 소식이다. 유족에 따르면 숨지기 전날 저녁까지 가족들과 농담하며 잠들었는데 그 이후로 일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알라딘 관계자는 현장에 달려가 조문했고, 유족과 함께 리뷰어를 기리는 각종 이벤트와 유고 출판물에 대한 협의까지도 했다고 전했다. 그의 동료 블로거들은 자비를 털어서 책을 출간하기로 했는데 알라딘의 가세로 힘이 붙은 형국이다.

그는 지금까지 1900여편의 리뷰를 남겼는데 모두 장르문학이다. 평생 장르문학을 읽었고 장르문학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책을 좀 읽고 글을 남겼다 싶은 나도 150여개에 머무는 것을 보면 2천편 가까운 리뷰는 이미 작품의 영역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발을 붙이게 된 독자들이 많이 있다. 현재 알라딘 블로그에는 추모의 글이 올라와 있는데 "물만두님 덕분에 가입했다"는 말을 자주 보게 된다.

그 분야에 대한 작품들을 모조리 섭렵한다면 그 작품이 가지고 있는 위치나, 이전 작품에 비해서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알 수 있다. 시간을 두고 그의 서평을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차분한 어조로 지금까지의 장르문학 전체 계보를 가지고 작품을 바라보는 묵직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바라본다기보다는 "관조"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때문에 장르문학뿐만 아니라 출판인들은 "물만두"라는 닉네임을 알고 있었다. 장르문학 역시 그의 리뷰가 매출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알라딘 출신의 스타 블로거 로쟈는 잘 알려져 있는데, 물만두는 장르문학의 로쟈라고 할 수 있다.

그에게 사람은 장르문학이었다

출판쪽 일을 하고 있을 때, 책을 보내주기 위해 우연히 그와 통화하기 전까지는 그가 몸이 불편하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는 근육병 때문에 20년 넘게 몸을 자유스럽게 움직일 수 없어 겨우 손만 움직일 수 있는 상태였다. 신체적 활동이 필요할 때마다 어머님에게 의지했다. 블로그 글에 찍어 올렸던 모든 사진에 보이는 단순한 동작조차 그는 몸이 불편해서 하지 못했다. 

자신의 블로그(서재)에 남긴 댓글에 모두 따뜻하게 답글을 달아준데다가 댓글을 달아준 블로거(서재지기)에게 가서 그의 글을 읽고 화답하는 댓글을 달아줬다.

그에게 이웃들은 장르문학이었다. 이웃들의 글을 통해 성장을 지켜보면서 이야기를 계속 나눴다.

나도 그를 통해 삶이 변화된 경우다. 책 정보와 리뷰어와의 소통에 목말라하던 나의 글을 유심히 읽은 그는 나에게 리더스가이드라는 도서포털사이트를 추천해줬다. 그곳이 어떤 곳이며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인지 따뜻하게 설명해 주었다.

나는 그 사이트에 곧잘 적응하였고, 내친 김에 그 사이트에서 2년 정도 일을 하게 되었다.
책을 사랑하고 우리나라의 출판현실을 알게 해준 계기는 사실 그로부터 시작한다.

심지어 미국에 사는 한 블로거에게 직접 책을 보내준 적이 있었다. 책을 선물할 때는 자신이 직접 만든 도장을 새겨주는 세심함도 보여줬다.

현재 알라딘 홈페이지에는 그의 많은 이웃들이 추모글을 올리고 있다. 알라딘은 그가 읽었던 책을 가지고 추모 리뷰 대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의 블로그에 마지막 글을 남긴 사람은 동생이며 그 글에는 15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동생은 언니의 죽음을 짧게 알렸다.

2010년 12월 13일 아침 저희 언니 물만두가 하늘로 갔습니다.
너무도 착하고 사랑스런 언니를 잃어 너무 너무 슬픕니다.
그래도 언니가 세상에 있었다는 걸 알리고 싶어 이글을 남깁니다.
우리 언니 좋은 세상에서 아프지 말고 살기를 모두 기도해 주세요.
그동안 우리 언니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물만두의 추리책방(http://blog.aladin.co.kr/mulmandu)
덧붙이는 글 블로그에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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