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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버린 아이들 위해, 점심 굶었습니다

박원순 변호사 '결식 제로 캠페인' 확산...4일 만에 2천만원 모아

등록|2010.12.17 15:55 수정|2010.12.17 15:55

▲ 아름다운 재단 홈페이지에서 진행되는 '결식0(제로) 캠페인'. ⓒ 인터넷화면 갈무리



폭력을 앞세워 새해 예산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이후 한나라당은 누락되고 삭감된 복지예산 때문에 거대한 후폭풍을 맞고 있다. 그중에서도 국민들을 가장 분노케 한 삭감 예산은 무엇이었을까?

무엇보다 필수예방접종, 결식아동급식 예산과 같은 아이들을 위한 예산이다. 필수예방접종 지원예산은 증액하려던 부분이 삭감됐지만, 결식아동급식 예산은 아예 '0원'이다. 당장 1월부터 지원이 끊기면 지역 공부방에서, 아동센터에서 끼니를 해결하던 아이들의 식판 위에는 아무것도 올릴 수 없게 된다.

분노한 시민들이 나섰다. 당연히 정부가 책임지고 해야 하는 일이지만, 아이들이 당장 굶게 생겼으니 어쩔 수 없었다. 정부가 차버린 아이들의 밥상을 시민들이 다시 차려주자는 '아름다운재단'의 '결식0(제로) 캠페인'이 그것이다.

2000만 원 모금... "아이들도 돕고, 몸도 가벼워져서 좋네요"

▲ 결식아동 돕기 트위터 아이콘 달리 캠페인에 참여한 누리꾼들. ⓒ 인터넷화면 갈무리


캠페인의 시작은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박원순 변호사의 제안이었다. 박 변호사는 지난 14일 자신의 블로그 '원순닷컴'(http://wonsoon.com/2305)에 '정부가 버린 아이들을 위해 오늘 하루 한 끼를 굶습니다'라는 제목에 글을 올렸다.

박 변호사는 "국가가 제 책임을 지지 못하면 우리 국민이라도 나서서 책임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요?"라며 "이 추운 겨울날, 밥도 못 먹고 지내야 하는 대한민국 결식아동 100만 명의 밥값을 우리가 모금하여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한 끼 밥값을 5000원으로 계산하고 8끼를 굶어 총 4만 원을 기부하겠다는 것이 박 변호사의 뜻이었다.

그렇게 지난 14일 모금이 갑작스럽게 시작됐지만, 첫날에만 120명이 모금에 참여했고 대부분 박 변호사처럼 4만원씩을 지갑에서 꺼냈다. 모금 4일째인 17일 오전에는 기부자수가 500명을 넘어섰고, 모금액은 2246만 원을 기록했다.

온라인 모금에 참여할 수 있는 아름다운재단 홈페이지에는 기부자들의 따뜻한 메시지가 이어졌다. 모금에 참여하면 한 줄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창에는 "추운 날씨에 결식아동 생각하니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요"라는 시민들의 동참 사연이 올라왔다.

"눈이 오는 아침 출근길이 평소와 달리 좀 힘들었지만, 굶고 지내는 아이들은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조금 보탭니다."

"오늘 점심 안 먹고, 그 금액을 기부합니다. 앞으로도 캠페인 기간 동안 가능한 밥값 아껴서 또 기부할게요. 아이들도 돕고, 몸도 가벼워지는 거 같아서 좋네요."

"20년 전 중학교 1학년 때 보육시설에서 학교 다니면서 점심 못 싸오던 같은 반 친구가 생각납니다. 20년이 지난 이 시점에도 밥 못 먹는 아이들이 이리 많다니요."

"그나마 이렇게라도 동참할수 있는 길을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본 동경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시민들이 결식아동들의 끼니를 책임져 주자는 캠페인은 트위터와 페이스북과 같은 SNS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퍼져가고 있다. 누리꾼들은 자신의 프로필 사진에 아이들의 급식을 상징하는 수저모양의 아이콘을 달고 캠페인 동참을 호소하기도 했다.

결식아동 100만... 재정자립도 낮은 지자체 정부예산에 의존

▲ 자료사진 ⓒ 박상규



아름다운재단에서 '결식0(제로) 캠페인'을 담당하고 있는 권연재 간사는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이지만, 당장 아이들의 급식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며 "모금캠페인에 기부해 주시는 분들도 대부분 그런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간사는 이어 "모금 목표와 기간은 아직 정하지 않고 있지만 당장 1월부터 굶게 되는 아이들이 생길 수 있어 그 전까지 충분한 액수가 모금되는 게 필요하다"며 캠페인 참여를 호소했다. 아름다운재단은 현재 그동안 정부의 급식예산 지원을 받던 곳을 파악하고,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 것인지 논의 중에 있다.

현재 학기 중 급식지원을 받는 아이들은 68여만 명, 미 파악된 결식아동의 숫자는 약 40만 명가량으로 예상돼, 우리사회 결식아동의 수는 1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서울과 경기도 등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자체는 대부분 지방정부 예산에서 결식아동급식을 지원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지자체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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