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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 오는 산타는 그렇게 부자가 아니란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놓고 아이들과 협상을...

등록|2010.12.17 20:09 수정|2010.12.17 20:09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 점차 거리에 크리스마스 장식이 주변의 길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차를 타고 길거리를 달리다 보면 가끔 집 밖에 심어놓은 나무가 반짝이도록 크리스마스 장식을 한 집을 지나치곤 합니다. 아이들에게는 그러한 장식된 집을 발견하는 것이 하나의 즐거움입니다.

"와~ 저 나무 좀 봐, 아빠, 반짝거리고 있어!"

순수한 동심의 세계에 살고 있는 아이들은 그러한 집을 발견할 때마다 탄성을 내지르면서 즐거워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내지르는 탄성이 어느 순간 소음으로 들리는 것은 어느 정도 내 마음 속에 여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낯선 땅 캐나다에서 살아가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아직도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고 있습니다. 산타클로스가 썰매를 타고 와서 선물을 놓고 간다는 이야기가 진짜인줄 알고 있습니다. 작년까지는 하늘에 날아다니는 비행기에 타고서 아이들이 착한 일을 하나 안하나 감시한다고 믿기도 했습니다. 요즘에는 아이들이 산타클로스에게 좋은 선물을 받기 위해서 착한 일(밥 잘 먹기, 엄마 말씀 잘 듣기, 칭얼거리지 않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을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이들이 마음에 두고 있는 선물은 단순합니다. 어떤 아이들은 너무 소박해서 오히려 부모들을 허무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친한 후배의 3살짜리 딸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껌하고 딸기 쨈을 바른 식빵을 원하고 있습니다. 한창 공주놀이에 빠져있는 4살짜리 우리 딸도 공주 스티커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한창 언니 것이면 무엇이든지 좋아보이는 2살짜리 딸은 '언니가 갖고 있는 것'이 크리스마스 선물이기도 합니다. (지난 번에는 언니가 입다가 빨래를 위해서 벗어놓은 팬티를 자기가 입겠다고 소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고르기 위해서 장난감 가게에 갔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물건이 무엇인지 파악해 놓고 몰래 그것을 사서 크리스마스에 산타가 주는 선물이라고 하면서 줄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여기 캐나다에서는 절대 아이들하고 가지 말라는 장난감 가게인 [Toys "Я" Us]로 갔습니다(아이들과 함께 가게 되면 보는 것마다 사달라고 조르기 때문에 부모들이 피곤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곳에 가기 전에 절대로 사지 않을 것이고 구경만 하는 거라고 아이들하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눈은 단순합니다. 더 좋은 것 같고 싶어하고, 더 예쁜 것을 갖고 싶어하고, 더 많은 것을 갖고 싶어합니다. 아이들이 고른 장난감은 상당히 비싼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보다 저렴한 것을 선택하도록 하기 위해서 아이들을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산타 할아버지가 돈을 많이 못 벌어서 그렇게 비싼 건 사주지 못해..."
"그럼 아빠가 사주면 되잖아."
"오늘은 사지 않고 구경만 하기로 약속했지?"

솔직히 '싼 게 비지떡'이라고 가격이 싼 것이 비싼 것보다 덜 좋아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부모들의 눈에도 그렇게 보이는 데 아이들에게는 오죽할까요? 결국 아이들과 협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고른 것과 부모들이 고른 것의 중간 정도 가격의 장난감으로 협상을 했습니다. 그래도 가격대를 더 낮추기 위해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협상의 결과, 결국 아이들은 아쉽지만 저렴한 것으로 선택했습니다.

아이들의 생각이 자주 바뀌기 때문에, 고른 장난감을 확실하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가지고 싶냐고 여러 번 물어보았습니다. 나중에 아이들이 서로 싸울 것을 대비해서 같은 장난감을 두 개 사려고 했는데, 아이들의 취향이 조금 달라서 캐릭터가 다른 것을 골랐습니다(하나는 신데렐라 인형, 하나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인형). 아내가 아이들하고 '윈도우 쇼핑'을 계속하는 동안에 내가 몰래 아이들이 고른 장난감을 계산하고 차에 숨겨두었습니다.

시간이 너무 지나서 집에 가자고 했더니 아이들은 더 있고 싶어했습니다. 샘플로 진열해 놓은 장난감을 갖고 노는 것도 그들에게는 상당히 신기하고 재미있었나 봅니다. 그래서 간신히 사탕으로 아이들을 꼬셔서 그곳을 탈출(?)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서 세상의 많은 산타 할아버지들이 아이들의 선물과 협상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눈높이를 낮추기 위해서 노력할 것입니다. 부잣집을 방문하는 산타는 화려하고 비싼 선물을 고르게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한 가정을 방문하는 산타는 저렴한 선물을 고르게 될 것입니다. 산타의 세상에서도 빈부의 차이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록 선물의 가격이나 수준을 다르더라도 한 가지 공통점은 있습니다. 그 선물을 준비하는 산타로서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할 것이고, 아이들이 그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것 이상의 기쁨과 행복은 없다는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뷰, U포터뉴스, 개인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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