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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22명 의원에게 바란다

'정말 뭔가 해보겠다' 22인의 각오, <대물> 서혜림 닮았으면...

등록|2010.12.18 14:39 수정|2010.12.19 10:15
어제(23일) 한나라당 의원 22명이 16일 앞으로 청와대의 지시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3선, 4선 중진인 남경필, 황우여, 이한구, 권영세, 정병국 의원과 '민본21'의 김성태, 김세연 의원 등은 "예산안을 국민의 입장에서 심의·의결하지도, 행정부 견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도, 법안처리에 있어서도 입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음을 반성한다"며 "앞으로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또 이와 같은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19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소장파 22명, 청와대 거수기 노릇 하지 않겠다 선언

여당 의원 22명이 국민 앞에 앞으로 한미FTA 뿐만 아니라 어떠한 사안에도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서약한 셈이다. 성명서를 낭독한 홍정욱 의원은 "물리력을 동원한 직권상정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남경필 의원은 "작년처럼 물리력을 동원해 FTA 법안을 상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한미FTA 비준안을 여당이 단독 상정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정태근 의원은 "본회의에서 법안이 물리적으로 상정된다 해도 우리 22명이 빠지면 과반을 넘기기 힘들다"고 말했다.

성명서 내용대로 지켜진다면 대단한 파괴력을 갖게 된다. 한미FTA 비준, KBS 시청료 인상 등 정부가 여당 직권상정까지 검토해온 법안들이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고 표류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이번 성명에 참여한 남경필 의원은 한미FTA 상임위인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이고, 정병국 의원은 시청료 문제를 다룰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을 맡고 있다.

과연 진정성 있을까 의혹도 제기되지만....

소장파 22인의 이와 같은 입장표명은 당 지도부와 정면 배치된다. 당 지도부 '불신임'으로 볼 수 있다. 예산안 날치기 처리는 어쩔 수 없는 '필요 악'이었으며 야당이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예산편성에도 별 문제 없다고 주장해온 당 지도부의 입장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진정성이다. 민본 21등 소장파들이 당지도부를 겨냥해 개혁을 요구하고, 청와대를 향해 쇄신을 주장한 게 어디 한 두 번이던가. 이들의 개혁과 쇄신 요구는 매번 용두사미로 끝났다. 6.2 지방선거에 패배한 직후 연판장까지 돌리며 청와대에 인적 쇄신까지 요구하는 등 시작은 창대했으나 개혁은 단지 말뿐이었다.

이들 22명을 바라보는 야당과 국민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몸싸움에 앞장서서 예산안 날치기 선봉에 섰던 사람들이 예산파행에 대한 국민 여론이 여당에 불리하게 돌아가자 '면피용 카드'를 꺼내 든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2012년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22인의 '약속'에 야당과 국민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지만 날치기에 적극 동참해 놓고 이제와서 '쇼'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런 비판에 대해 김성태 의원 등은 "정말 뭔가 해보겠다는 심경"이라며 "다음을 봐 달라"고 응수했다.

드라마 대물의 한장면극중 '서혜림'으로 분한 고현정 ⓒ SBS


"정말 뭔가 해보겠다" 22인의 각오, 대물 '서혜림'을 닮았으면...

이 대목에서 지금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대물'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법안 통과를 두고 지금 우리 국회처럼 여야가 몸싸움을 벌이고 햄머를 휘두르는 극중 상황이 설정된다. 여당 초선 국회의원인 서혜림(고현정 분)에게 당 지도부의 압력이 가해진다.

"초선의원에게 재선의원은 큰 형, 큰 언니 같고, 3선의원은 부모님 같고, 당 대표는 신과 같으니 당의 명령에 복종하라"는 으름장과 함께, 여당 의원 모두 찬성표를 던지라는 '특명'이 떨어진다. 애송이 초선의원 서혜림은 여당 내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지며 정당정치의 모순을 지적한다.

"당의 방침이나 당 대표의 지시가 국민과 유권자의 입장보다 우선될 수 없다"는 말로 속 후련하게 만드는 서혜림의 연설이 시작된다. "정치인들은 국민을 존경하지 않습니다. 툭하면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이라고 말하면서 사실 정치인들은 국민을 존경하지 않습니다. 국민은 그들에게 단지 한 표 찍어주는 사람에 불과할 뿐입니다."

"당 방침, 당 명령이 국민보다 우선될 수 없다" 이 말만 가슴에 담아도...

이러면서 정치인들의 오만에 대해 일갈한다. "정치인들이 아이라면 국민은 정치인들의 부모입니다...국민 여러분! 이제 매를 드세요. 매를 들어서 철없는 정치인들을 가르치고 때려 주세요!"

22인의 진정성을 믿어보련다. 서혜림처럼 '신의 명령'같은 당의 명령에 무조건 굴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청와대와 당에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게 쉬운 일이겠는가. '오만과 독선의 집'에서 살다가 그 집을 떠나 진정 '국민을 섬기는 길'로 나서는데 얼마나 많은 장애와 어려움이 있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22인을 믿어보련다, 국민 가슴에 자랑스러운 이름으로 남기를...

잠시도 잊지마시라. 현정권에 상심한 많은 국민들이 22명을 주시하고 있다는 걸 잊지마시라. "뭔가 해보겠으니 다음을 봐 달라"고 말한 게 국민 앞에서 손가락 건 굳센 다짐이라고 믿어보련다. 국민은 '서혜림'을 원한다. 22인이 국민이 원하는 '서혜림'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서혜림'처럼 국민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줄 22인이 되기를 기대한다.

황우여, 남경필, 이한구, 권영세, 정병국, 신상진, 임해규, 진영, 구상찬, 권영진, 김선동, 김성식, 김성태, 김세연, 김장수, 성윤환, 윤석용, 정태근, 주광덕, 현기환, 홍정욱, 황영철 의원 등, 이들 22인이 국민들 가슴에 자랑스러운 이름으로 남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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