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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흡교사' 면하는 가장 좋은 방법, 제가 경험했습니다

[교원평가⑥] 교과부 '우수교사 학습연구년제 시범운영'에 바란다

등록|2010.12.19 20:28 수정|2010.12.20 11:29

2010년 학습연구년제 특별연수 중간보고회 장면11월 30일에 현재 실시하고 있는 '학습연구년제' 중간보고회가 교육과학기술부 연수원 강당에서 열렸습니다. ⓒ 이부영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 이하 '교과부')는 지난 9월부터 6개월 기한으로 초중등교사를 대상으로 '우수교사 학습연구년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고, 현재 전국에서 99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제가 바로 교과부가 시범으로 운영하고 있는 '학습연구년제'에 참여하고 있는 99명 중에 한 사람입니다. 쉽게 말하면 저는 지난 9월부터 내년 2월까지 월급은 받으면서 학교에 출근하지 않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모두 부러워합니다. 그렇습니다. 월급 다 받으면서 출근하지 않으니 참 좋습니다.

교과부가 최초로 마련한 초중등교사 '학습연구년제'에 참여하면서 남들이 부러워해도 좋을 만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학습연구년제'를 보내면서 얻은 게 많아서, 저를 이어서 되도록 많은 교사들이 제가 보내고 있는 '학습연구년제'에 참여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초중등교사 대상 '우수교사 학습연구년제'가 최초로 운영하다보니 문제점이 없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시범운영된 '학습연구년제'의 문제점을 짚어서 '학습연구년제'가 바르게 나아갈 길을 찾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바로 시범운영의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꼭 필요한' 교사가 가야 할 '학습연구년제'

첫째는 대상자 선발의 문제입니다. 교과부는 '학습연구년제' 앞에 '우수교사'란 말을 넣어서 '우수교사 학습연구년제'라고 부릅니다. 이는 '학습연구년제'를 교과부가 진행하고 있는 교원평가와 연계시켜서 진행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교과부가 밝혀놓은 '우수교사 학습연구년제'의 목적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목적>
우수교사에 대한 합리적 보상 및 지속적 성장 차원]
('2010년 학습연구년 시범운영 특별연수 오리엔테이션' 자료 10쪽, 교육과학기술연수원)
<기대효과>
- (교원능력개발평가를 통한 전문성 제고) 평가결과에 따른 합리적 보상기제 마련으로 제도의 조기 정착에 기여
- (교직사회의 학습화 촉진) 전문적 지식 축적 및 실천적 연구 결과의 공유를 통해 궁극적으로 교직사회의 학습화를 촉진
- (교원의 사기 진작) 교원의 전문직으로서의 자부심 제고, 자기 계발 및 재충전으로 교직에 대한 헌신 유도 및 활력 부여
(위 자료, 11쪽)

교과부는 현재 시범운영하고 있고 앞으로도 운영할 '학습연구년제'를 교원평가와 연계시켜서 교원평가 결과에 나타난 '우수교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결국 '학습연구년제'는 '(교원평가 결과) 우수교사에 대한 합리적 보상'으로 실시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실시하려는 게 '학습연구년제'가 가지는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12월 14일자 보도자료 '교원능력개발평가 모형 개선 방안 발표'를 보면 이미 교과부도 이에 대한 문제점을 알고 미흡교사 '약 1050명'을 뽑듯 상위점수 500등까지를 '우수교사'로 일괄 선정하지는 않을 듯 합니다. 저는 이 점이 일단 다행이라고 봅니다만, 이는 교과부 스스로 교원평가에 대한 결과를 부정하는 꼴이 되고 있기도 합니다. 

'학습연구년제'를 교원평가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은 교사를 대상으로 '보상차원'으로 실시하면 절대 안 됩니다. '학습연구제'가 진정으로 교사들을 위해, 교사들의 전문성을 신장하고 학교 현장의 교육력을 높이려고 실시하는 것이라면, 교원평가와는 별도로 진행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래서 저는 교과부가 진행하고 있는 '우수교사 학습연구년제'에서 '우수교사'라는 말을 빨리 떼어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습연구년제 대상자를 '우수교사'로 하다보니 지금처럼 '실적' 위주로 대상자를 선정할 수밖에 없어서 결국 승진을 위한 연구점수를 많이 딴 사람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승진에 관심이 없고 오직 아이들과 수업하는 일에 열심인 교사는 '실적'이 없어서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습니다(연구실적이 많다고 해서 수업을 잘 하는 교사,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교사는 아니라는 것은 이미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기에 이에 대해서 덧붙여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그래서 '학습연구년제'가 가지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실적이 우수한 교사'보다는 '꼭 필요한' 교사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발기준에서 그동안 쌓아놓은 연구실적에 선발을 위한 배점을 많이 주기보다는 '학습연구년제' 기간 동안 무슨 일을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같은 '연구 계획서'에 점수 배점을 많이 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꼭 '우수교사'가 아니더라도 심지어 '미흡교사'에게도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선발하는 데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많은 '미흡교사 약 1050명'에 대한 교과부의 대책이 6개월 강제 연수인데, 현장교사인 제가 보기에는 '미흡교사'가 '미흡교사'를 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6개월 강제 연수'보다 '학습연구년제'를 보내는 것이라고 봅니다.

현재 시범운영하고 있는 '우수교사 학습연구년제'의 문제점 두 번째는 학습연구년제를 보내는 방법에 대한 것입니다. 올해 처음으로 실시하다보니 학습연구년제를 보내는 방법에 대한 지침이 혼선이 되어서 학습연구년제를 지내는 교사들이 가장 불만이 많았습니다.

교사에게 자율성을 부여해 연수의 폭 넓혀야

처음 추진 당시에는 연수기간을 보내는 방법에 대해 교사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고 하더니, 실제는 달랐습니다. 연수를 담당하고 있는 교육과학기술연수원 측은 교사들을 표준형으로 몰고는 표준형 교사들에게 응모 당시 자기 연수 계획과는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대학 위탁교육으로 몰아갔다는 점입니다.

사전에 협력적인 연구관계가 형성이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예상하지 못한 대학과 교수에게 일괄 위탁 교육이 되다보니 교사들도 황당했지만, 갑자기 위탁 책임을 맡은 대학 측과 교수들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니 대학에 위탁한 연수가 알차게 이루어질 수 있었는지는 불보듯 뻔합니다.

이는 교과부가 초중등 교사들에게 '학습연구년제'를 실시하면서 교사의 전문성 향상 '연수'를 단지 '대학에서 대학교수한테 강의를 듣는 것'으로 묶어두어야 한다는 아주 좁은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제도가 처음으로 그것도 시범으로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처음부터 말뿐이지 교사에게 자율성을 주려는 의도는 없었고, 표준형, 대체1, 대체2로 세 가지로 정해서 '학습연구년제'를 운영하려 했다는 것이 문제라고 봅니다.

오히려 시범운영이기게 교사들이 자율성과 다양성을 존중해서 '학습연구년제'에 대한 다양한 성과와 실패가 나오는 것이 앞으로 '학습연구년제'를 지속적으로 운영해서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학습연구년제'를 지내는 교사들에게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기본 원칙을 지키면서 운영해 나갔으면 합니다.

연구비가 교사들에게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게 해야

세 번째 문제점은 연구비 지급 문제입니다. 교육과학기술연수원 측에 따르면 이번에 '학습연구년제'에 참여한 교사 1인당 연구비가 580만원이라고 합니다(예상인원보다 미달되어 연구비가 약산 상승 되었습니다). 표준형을 기준으로 볼 때 이중에서 200만원은 위탁한 대학 측에 보내고, 300만원은 해외연수비로 쓰고, 18만원은 파견연수를 책임지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운영비로 쓰이고, 나머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마도 각 교육청에서 대상자를 선발하고 운영하는 경비로 사용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위탁 교육을 담당한 대학 측에는 교육청이 일괄적으로 보내는데, 200만원 중에는 지도교수비를 비롯한 세미나비, 교재구입비들이 포함되지만, 이 중에서 10%인 20만원은 대학 행정실에서 운영비로 쓰게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대학 측에서는 그렇잖아도 할 일이 많은데 20만원 받고 180만 원짜리 영수증 처리하랴 복잡하고 귀찮은 업무를 담당하게 돼서 불만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못하겠다고 거부하는 학교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또 하나 표준형 속에는 국외연수가 반드시 들어있습니다. 이번 국외 연수는 개인이 자율적으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섯 개 팀으로 나누어서 다섯 개 지역을 돌아보았습니다. 각 팀마다 일주일에서 열흘 동안 다녀왔고 여기에 지급되는 비용은 300만원까지만 교과부에서 지원하고 나머지 추가되는 돈은 연수생 개인이 부담했습니다. 그러니까 '학습연구년제'에 책정된 1인당 연수비용 580만원 중에서 300만원(52%)이 단 일주일 정도의 국외연수에 지불한 셈이 됩니다.

국외체험연수, 물론 필요합니다. 저도 16명의 초중등교사들과 6박 8일동안 미국 뉴욕과 워싱턴을 중심으로 한 미국동부 지역을 돌아보면서 짧은 기간 동안이지만 보고 듣고 배운 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다녀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전체 연수비용으로 볼 때나 급별이나 전공과 상관없이 다양한 교육기관과 관광지를 엮어서 패키지 여행 방식으로 이루어진 연수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차라리 300만원을 연수생들에게 주고 자율적으로 국외연수를 짜보고 다녀오라고 했으면 '학습연구년제'를 위한 국외 체험연수로 더 효율적이기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저만이 아니라, 이번에 국외체험 연수를 다녀온 교사들이 많이 느끼던 부분이었습니다.

대상자 선발은 한 학기 전에 해야

네 번째는, '학습연구년제' 선정 기간에 대한 문제입니다. 이번 시범운영에서 대상자 선정에서 신청자가 미달이 된 까닭이 방학 중에 갑자기 시행되어서 모르고 있는 교사들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진행이 되다보니 저 역시 '학습연구년제' 응모 신청서를 작성할 때 갑자기 어디에서 무엇을 해야할지 정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공부를 더 해 볼까 싶어 국내 대학이나 국외연수기관을 알아보니 이미 다 세팅이 끝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학습연구년제' 대상자는 적어도 한 학기 전에는 선발이 끝나야 제대로 의미있게 '학습연구년제'를 보낼 수 있다고 봅니다.

이번에는 특히 처음으로 시범운영되었기 때문에 '학습연구년제' 제도가 정착이 되지 않아서 연수원 측이나 교사들이나 아까운 한두 달을 제도를 이해하는데 허송세월을 하지 않았나싶습니다.

그런데 지금 12월 하순이 되었는데, 아직도 내년에 실시할 '학습연구년제' 계획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다가는 결국 또 교과부가 거액의 예산을 들여서 실시하고 교사 개개인에게도 소중한 기간일 '학습연구년제'가 기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또다른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비효율적으로 운영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학습연구년제'의 기회가 모든 교사들에게 골고루 돌아갔으면

저는 지난 2월에 학교의 문제와 교육에 대한 회의와 건강문제로 명퇴신청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명퇴 신청이 반려되었고, 이번에 다행히도 '학습연구년제'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학습연구년제'에 참여하면서 서울시교육청에서 진행하고 있는 '서울형 혁신학교 매뉴얼 연구'에 참여하기도 했고, 교과부가 진행하는 교과별 지표에 따른 교원직무연수모델 개발에도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에서 '세계시민교육의 비판적 이해'라는 3학점짜리 강의도 청강했고, 앞으로 진행해 가야할 개인 연구소를 위한 집도 완성했습니다. 또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을 비롯한 몇 군데의 연구모임 참석과 토론회, 세미나, 워크숍, 포럼 참석과 글을 쓰고 전국에 강의를 다니느라 하루하루를 학교 출근하는 것보다 더 밤낮으로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학습연구년제'가 제게 준 가장 큰 것은 건강을 되찾은 것과 학교에 다시 돌아가서 우리 교육이 바로 가는데 더욱 힘을 내봐야겠다는 마음을 다시 세우게 된 것입니다. 또 그동안 정신없이 살아오던 삶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살아갈 삶에 대해서 좀 더 깊이있게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된 것도 '학습연구년제'가 제게 준 소중한 선물입니다.

'학습연구년제'가 제게 준 의미가 아주 큽니다. 그래서 더욱 '학습연구년제'가 오로지 '교원평가 결과 우수교사의 보상차원'이 아닌 모든 교사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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