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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 적기? "분양가 아직도 비싸다"

수도권 미분양 15년 이래 최고, 연말 분양시장 침체... "부동산 시장 더 어려워질수도"

등록|2010.12.20 18:15 수정|2010.12.20 18:15

▲ 현대산업개발이 공급하는 경기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의 '성복 아이파크'는 지난 1일부터 3일간 351가구를 모집했지만, 41명이 청약하는 데 그쳤다. 사진은 이 아파트의 조감도. ⓒ 현대산업개발


"내 집 마련 적기."
"지금이 마지막 기회."

2010년 12월 주택시장을 둘러싼 언론 보도가 뜨겁다. 언론들은 연일 부동산 전문가의 말을 빌려 '집값 바닥론'에 이어 "내 집 마련 적기"라는 주장성 보도를 내놓고 있다. 각 언론에 실리는 부동산 광고성 기사는 집값 폭등을 예고하며 주택 구입을 재촉한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설령 집값이 오르는 상황이라고 해도, 내 집을 마련하는 데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아직도 집을 사기에는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다.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11~12월 수도권 분양 아파트의 처참한 청약 실적은 이를 잘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호가가 오르고 일부 지역의 실거래가 오르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부동산 바닥론은 시기상조"라며 "특히 집값 부담이 아직도 크다"라고 전했다.

수도권 미분양 15년 만에 최고... 성급한 부동산 바닥론 경계

▲ 서울 한 아파트에 게재된 집값 담합을 조장하는 전단지의 모습. ⓒ 엄지뉴스 6147님


최근 아파트 거래가 늘고 전국 미분양 주택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성급하게 "지방에 이어 수도권 집값이 크게 오른다", "내 집 마련 적기"라는 주장은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 많다.

먼저 아파트 거래량을 살펴보자. 지난 15일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11월 신고 기준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5만3558건으로, 10월에 비해 29.5% 증가했다. 이는 2006~2009년 11월 평균 거래량(5만3402건)을 웃도는 수준이다. "거래량 증가가 집값 급등으로 이어진다"는 언론보도가 쏟아졌다.

하지만 시야를 수도권으로 좁혀보면, 예년처럼 집값 급등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수도권의 11월 아파트 거래는 1만7455건으로 3개월 연속 늘고 있지만, 2006년부터 4년간의 11월 평균 거래량(2만6520건)에 비하면 34.2% 준 것이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조차 성급한 부동산 바닥론을 경계하고 있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이사는 "1년 가까이 아파트 가격이 떨어진 이후 일부 급매물이 해소되고 있다"며 "하지만 바닥이라고 하기에는 이르다, 급매물이 일부 해소된다고 해서 실수요자나 투자자가 선뜻 집을 사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숫자가 15년 만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은 아직도 집값 부담이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10월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는 2만9334가구로, 지난 8월 이후 3개월 연속 증가했다. 이는 1995년 12월(3만4993가구) 이후 가장 많은 것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악성'이라고 평가되는 준공 후 미분양이 크게 늘었다. 10월 현재 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9020가구로 9월에 비해 6.7% 늘었다. 이는 지난해 12월(2881가구)의 3배를 웃도는 수치다. 국토해양부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수도권의 경우, 비수도권에 비해 분양가 인하 등 건설사의 자구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언론이 선동하고 호가(매도자가 부르는 값)가 상승한 이후 일부 지역의 거래가 늘고 급매물이 해소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수도권 아파트의 거래량과 미분양 물량을 보면, 현재의 움직임이 장기간 이어지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청약자가 '0'인 분양 단지도 나와... "부동산 시장, 더 어려워질 수 있다"

▲ 최근 서울에서 청약이 미달되는 단지가 적지 않다. 월드건설이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짓는 '고척 월드메르디앙'은 지난달 30일부터 3일간 180가구를 모집했지만 7명이 청약하는 데 그쳤다. 사진은 이 아파트의 조감도. ⓒ 월드건설


최근 아파트 분양 시장을 보면, 부동산 바닥론은 먼 나라 얘기다. 언론들은 11월부터 아파트 거래가 크게 늘어나자 부동산 바닥론을 강조했지만, 같은 기간 수도권 아파트 분양시장은 극심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대림산업이 경기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에 공급하는 '마북 2차 e편한세상'의 경우, 지난달 3일부터 3일간 110가구를 모집했지만, 단 한 명의 청약자도 없었다. 인근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인근 아파트가 3.3㎡당 1000만 원인데, 이 아파트는 1200만 원선에 분양됐다"며 "좋지 않은 입지에 분양가도 비싸니, 청약자가 없었다고 본다"고 전했다.

지난 1일부터 3일간 1~3순위 청약 접수를 받은 경기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의 '성복 아이파크'(현대산업개발)의 경우, 351가구를 모집했지만 41명이 청약하는 데 그쳤다. 청약경쟁률은 0.116대1. 한라건설이 경기 화성시 우정읍에 짓는 '화성 조암 한라 비발디'의 상황은 더 나쁘다. 12월 1~3일 동안 634가구를 모집했지만, 29명만 접수해 청약경쟁률은 0.045대1에 불과했다.

최근 서울에서도 청약이 미달되는 단지가 적지 않다. 월드건설이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짓는 '고척 월드메르디앙'은 지난달 30일부터 3일간 180가구를 모집했지만 고작 7명이 청약했다. 동부건설이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공급하는 '흑석뉴타운 센트레빌2'는 1.8대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일부 중대형 가구가 미달됐다. 지난해 6월 '센트레빌1'의 경쟁률 29.4대1에 비하면 크게 낮아진 것이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이사는 "분양가 추이를 살펴본 결과, 2009년까지 낮아졌던 분양가가 2010년 들어 다시 오르고 있다"며 "실수요자나 투자자들은 가격과 입지조건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데, 부동산 시장이 회복된다 하더라도 고분양가 아파트를 무조건 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집값 부담이 크다는 구조적인 문제는 바뀌지 않았다, 현재 사람들은 부동산 바닥론을 외치는 언론의 보도에도 부동산 시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 않다"며 "저축은행 연체율이 계속 오르고 있다, 앞으로 부동산 시장은 더 어려워질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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