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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조르조 아감벤의 <예외상태>

등록|2010.12.21 16:21 수정|2010.12.21 16:21
2001년 9월 11일이 온 세계가 경악했다. 오전 8시 45분 승객과 승무원 92명을 태운 보스톤 7시 59분발 로스엔젤레스행 아메리칸항공사의 보잉767기가 이륙 후 납치되어 뉴욕 월가의 110층짜리 세계무역 쌍둥이 빌딩의 80층 부근을 들이 박았다.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였고 전 세계는 테러의 공포 속에 잠 못 이루는 하루가 되었다.

9·11테러 이후 미국 정부는 테러세력 색출, 아프카니스탄, 이라크 전쟁, 국내 안보 강화 등의 긴급 조치를 선포하며 국민들의 불안감을 달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극도로 불안한 국민 정서는 무분별한 배제가 발생하였다. 미국의 악의 축 선언은 중동의 국가를 국제 질서 속에 배제시켰다. 그리고 미국 국내에서 안보의 강화는 사회의 다양성을 훼손하는데 이르렀다. 국가를 비판하는 세력, 중동/아시아 계열 미국인 등은 테러리스트라고 낙인 찍혀 사회 속에 배제되었다. 또 9·11 이후 외국인 또한 미국에 들어올 때 지문 날인를 찍어야 했다. 이것을 통해 신분을 명확히 증명해야 하고 그렇지 못할 시 잠정적 테러리스트로 지목되었다.

이런 상황을 대체로 '긴급 상황'이라고 부른다.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1972년 10월 17일 유신헌법이 제정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국가의 안보와 조국의 평화 통일,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유신헌법을 제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헌법을 통해 박정희 정권이 장기 집권할 수 있는 토대가 형성이 되고 반체제 세력을 합법으로 탄압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실제로 국회의 해산, 정치 활동이 금지되면서 정권을 위협할 수 있는 세력이 박멸된다.

조르조 아감벤의 <예외상태>

▲ 조르조 아감벤의 <예외상태> ⓒ 새물결



이탈리아의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은 9·11테러 이후 나타난 미국의 행동을 통해 '예외상태'라는 철학적 개념을 이론화시킨다. 예외상태란 법이 스스로 효력 정지시킴으로써 살아 있는 자들을 포섭하는 근원적 구조를 말한다. 즉 예외상태는 특수한 법이 아니다. 법적 질서를 효력 정지시키는 한에서 예외상태는 법의 문턱 혹은 한계 개념을 정의하는 것이다.

예외상태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입법, 행정, 사법 권력의 구분을 일시적으로 폐기하는 일이다. 9·11테러와 유신헌법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모든 행정 3권의 권리를 중지시키고 긴급 상황 속에 정부의 예외적 지시가 3권을 대신할 수 있게 된다.

두 번째 특징은 예외 상태는 적용과 규범이 둘 사이의 분리를 드러내고, 하나의 순수한 법률(X=법률없음)의 힘 에 의해 적용이 정지되어 있던 규범이 실현되는 하나의 공간이 열리는 사태를 가리킨다. 어쨌든 예외상태는 논리와 실천이 식별 불가능해지는 문턱을, 그리고 로고스 없는 순수 폭력이 아무런 현실의 지시 대상 없이 발화될 수 있는 양 행사되는 문턱을 나타낸다.

세 번째 특징은 예외상태는 본질적으로 텅빈 공간이다. 법과 아무 관계도 맺지 않은 인간의 행동이 삶과 아무 관계도 맺지 않은 규범 앞에 놓이게 되는 공간 말이다. 하지만 텅빈 이 기계는 거의 중단하지 않고 항상 점점 더 기능을 넓혀왔다는 사실이다. 파시즘, 나치즘 등 전 지구적 규모에 이르러 예외상태를 만들어내며 법을 적용하는 척하고 있다

예외상태는 21세기 특수한 현상이 아니다

예외상태에 대한 세 가지 특징 이외에 <예외상태>의 책을 통해서 아감벤은 예외상태의 다양한 특징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예외상태는 현재 20, 21세기에 벌어지고 있는 특이한 상태가 아님을 증명한다. 9·11테러, 유신헌법, 현재 발생하는 많은 예외 상태 속에 배제된 비정규직노동자, 이주노동자, 도시빈민 등의 예외상태가 이 시대에 갑자기 떠오른 문제라고 생각하는 논리를 반박한 것이다.

그것의 근거로 로마의 유스티티움이라는 개념을 언급한다. 이 말의 뜻은 법 자체의 효력정지를 의미한다. 즉 로마의 원로원의 권위를 통해 당시 사회 속에서도 법의 효력 정치 속에 예외상태가 있었다는 것이다. 유스티티움 기간 속에 행동하는 자에 대한 법률적 규정을 할 수 가 없었다. 법의 효력이 정지 되어 있는 상태 속에 행동하는 자의 행위가 범죄이더라도 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감벤은 유스티티움 이외에도 유럽사회에 일어났던 예외상태에 대한 역사적 분석을 해낸다. 이것을 통해 저자는 예외상태가 발생하게 되는 역사적 공통성을 분석한다. 과거와 같이 현재에도 권력자들에게 의해 예외상태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법과 배제의 경계 속에 힘겨운 삶을 살게 되는 사람들을 권력자는 지속으로 만들어 낸다고 말한다. 이것을 통해 통치 권력 내부의 사람들을 체제의 이데올로기에 순종하게 한다.

예외상태를 극복하는 힘은 '정치'

"정치적인 행위란 폭력과 법 사이의 연계망을 끊어내는 행위이다. 그리고 이직 그렇게 해서 열리는 공간에서 시작해야만 예외상태 속에서 법을 생명과 연결시켰던 장치를 작동 중시시킨 후 법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 지를 물을 수 있다. 그때서야 비로써 우리는 '순수한' 법을 눈앞에서 보게 될 것이다. 벤야민이 말한 '순수한' 언어나 '순수한' 폭력이라는 의미에서 말이다."

21세기 한국 사회를 보면 예외상태 속에 배제된 호모 사케르 들의 정치 행동을 쉽게 볼 수 있다.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이주노동자들의 저항, 도시빈민들의 저항(용산참사 등), 장애인 투쟁 등 전국 각지에서 호모 사케르는 정치적 행동을 하고 있다. 이들의 저항은 단지 자신의 밥그릇 만을 위한 저항이 아니다.

아감벤이 언급했듯이 이것은 우리 사회에 폭력과 법 사이의 연계망을 끊어내는 행위이다. 그리고 이 투쟁은 통해 한국 사회에 열린 공간을 창출할 것이다. 이 공간은 예외 상태를 중지하고 다양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내부의 특수한 현상으로 배제되지 않는 공간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 호모 사케르의 투쟁을 통해 다양성을 토대로 새로운 정치적 공동체의 탄생을 우리는 눈앞에서 목격하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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