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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들이 '뿔'났다. 단종의 혼은 내가 지킨다

능말 도깨비놀이와 타악기가 어우러진 한바탕 진혼굿판, 영월 '터를 일구는 사람들' 정기공연

등록|2010.12.22 21:33 수정|2010.12.22 21:33

터를 일구는 사람들인간문화재 82호 진혼무 기능보유자 지홍씨의 학춤공연 ⓒ 김남권


단종의 애닯은 한이 깃든 유배지이자 최후를 맞이한 영월의 장릉(단종릉) 숲을 뒤로한 무대에서 한바탕 진혼굿판이 걸판지게 벌어졌다. 터를 일구는 사람들의 김정옥(문화관광해설사)의 사회로 이날 행사는 시작됐다. 영월전통문화예술연대와 '터를 일구는 사람들'이 함께 무대에 올린 이번 정기공연은 21일 오후 7시 영월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무형문화재 82호 진혼무 전수자인 지홍씨의 학춤으로 첫째 마당을 열었고, 이어 등장한 능말도깨비놀이인 타악극 '뿔'이 요란한 북소리와 함께 등장했다.

터를 일구는 사람들능말도깨비 놀이에 등장하는 도깨비들이 나와서 한바탕 놀이를 즐기고 있다 ⓒ 김남권


원래 이 도깨비놀이는 조선의 6대 왕인 단종이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찬탈당하고 역모에 억울하게 몰려 노산군으로 강봉되어 영월으로 유배되었다가, 결국은 사약을 받고 죽음에 이르게 될 때 이미 왕이 된 수양대군이 "누구나 시신을 수습하는 자는 삼족을 멸할 것이라"는 명을 내려 감히 단종의 시신을 수습할 엄두를 못내고 있던 터에 당시 고을의 호장이었던 엄홍도가 몰래 시신을 수습하여 가묘를 만들게 되었는데 어느날 근처 사는 노인이 꿈을 꾸던 중 산에 나무를 베러가 소피를 보던 차에 도깨비들이 나타나 춤을 추며 노는 것을 보고 이곳은 단종 임금이 잠들어 계신 곳인데 너희들이 감히 나타나 놀만한 곳이 아니다라고 꾸짖고 돌아 나오다가 몰래 엿보았더니 자기들끼리 아무도 돌보는 이가 없는 무덤을 우리라도 지켜야겠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듣게 되었고, 잠에서 깬 노인이 인간을 대신해 묘를 지키는 도깨비들을 가상히 여겨 도깨비들의 놀음을 전하게 된것이 지금의 유래라고 한다.

터를 일구는 사람들타악극 뿔을 공연하는 도중 노래를 부르고 있는 이재옥씨와 영월문화예술연대 회원들의 난타공연 ⓒ 김남권


이날 타악극 '뿔'을 공연한 김규성(터를 일구는 사람들 대표)씨외 8명은 신명나는 북과 난타 공연을 펼치며 도깨들이 나타나 무덤을 지키고 춤을 추며 노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하였다. 사물놀이와 더불어 등장한 이재옥씨는 단종의 슬프고 억울한 사연을 가사로 풀어서 창가를 불러서 애틋하고 가슴 찡한 감동을 선물했다.

둘째 마당이 들어가기에 앞서 공연을 참관하기 위해서 참석한 박선규 영월군수는 인사말을 통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터를 일구는 사람들이 열세번째 뜻 깊은 공연을 펼치고 공연의 열기와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져서 행복하다"며 "이 기운이 오는 1월 1일 봉래산 정상에서 맞이하는 해맞이 행사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터를 일구는 사람들땅울림 에술단이 부채춤과 어우러진 고전무용을 펼쳐 보이고 있다. ⓒ 김남권


이어서 등장한 장구시나위와 앉은반 사물놀이가 공연장을 한바탕 폭풍처럼 몰아치고 난 뒤, 땅울림예술단의 천정희 대표 외 2명이 등장하여 민요가락에 맞추어 부채춤과 아름다운 무용을 선보였다. 우리 가락과 어우러지는 고전무용을 진수를 보여줘서 뜨거운 박수 갈채를 받았다. 이 열기에 힘입어 등장한 통키타 라이브 밴드는 보컬이자 리더인 김영인씨의 노래로 3인조 밴드가 열정적인 연주와 곡을 열창해 앵콜을 받으며 분위기를 후끈 달아 오르게 했다.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사랑을 받고 있는 통키타 라이브밴드 '싸이코 밴드'는 이날 '사랑이 떠나가네'를 비롯해 앵콜곡으로 백지영의 '총맞은 것처럼'까지 총 7곡을 불렀고, 특히 청소년 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터를 일구는 사람들석정여고 댄스동아리 학생들의 힙합 댄스공연 모습 ⓒ 김남권


특별출연으로 등장한 석정여고 댄스동아리 5명의 학생들은 평소에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에 맞춰 신나는 힙합댄스로 끼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터다지기 놀이의 하이라이트인 9명의 풍물놀이팀이 객석에서 등장해 무대 위에서 한바탕 걸판지게 놀고나서 관객들과 신명나는 놀이마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올해로 13년째 이어오고 있는 터를 일구는 사람들의 정기공연은 해마다 공연의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시민들이 참여하고 함께 꾸며가는 무대가 될 수 있도록 열정을 다 쏟아붓고 있다는 터를 일구는 사람들의 윤형숙(총무)씨는 "매년 해를 마무리하면서 땅을 다지고 터를 다져서 새해에 농사가 풍년이 들고 집안이나 나라에 모든 잡신들을 물리치고 새롭고 신성한 기운을 맞이하는 행사이기에 더 뜻 깊고 신명나는 공연"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공연을 참관한 영월읍 영흥리의 한 주부는 "해마다 와서 보지만 늘 신이나고, 즐겁다면서 시골 동네에서는 보기 어려운 공연이고, 이런 때가 아니면 언제 좋은 구경 하겠느냐"며 공연하는 내내 추임새를 넣으며 즐거워 했다.
덧붙이는 글 중복게재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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