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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안희정이라서 기분 나쁘다는 건가?

"의회 권한에 대한 도전" 이유로 '참여소통위' 부결시킨 충남도의회

등록|2010.12.23 17:49 수정|2010.12.23 17:49

▲ 충남도의회가 제239회 정례회 제5차 본회의에서 집행부가 제출한 '참여와 소통위원회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을 부결시켰다. 사진은 표결장면. ⓒ 충남도



지난 21일 충남도의회는 집행부가 의회에 제출한 '참여와 소통위원회' 조례안을 부결시켰다. 이 때문에 쌍방향 민주주의를 도정에 도입하려던 시도가 좌절됐다(관련기사 안희정 지사의 '참여'와 '소통' 가로막은 도의회)

'참여와 소통위원회' 조례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그동안 강조해 온 대화와 타협의 도정원리를 제도화하여 일정한 그릇에 담고자 한 것이었다. 충남도 또한 도민들의 도정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도민들의 의견을 정책에 실질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참여소통 조례의 통과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참여소통 조례는 제출 이전부터 엉뚱한 이유로 논란을 빚었다. 그 시작은 지난 10월 말에 있었던 '300인 도민정상회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민정상회의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타운홀 미팅'을 도입해 주민들의 의견을 담아내기 위해 마련됐다. 타운홀미팅(townhall meeting)은 정책결정권자가 지역 주민들을 초대해 정책 또는 주요 이슈를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회의로, 미국식 참여민주주의의 토대로 꼽히고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그동안 정책집행이 이루어진 후 그 결과를 평가하는 과정에만 주민을 참여시켜왔다면 '도민 정상회의'는 정책과제 선정과 예산 책정, 정책 성과 책정, 정책 평가 전 과정에 주민들의 의견을 직접 담아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당시 일부 의원들은 "도민정상회의는 의회의 기능과 권위를 무시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의원들은 '도민 정상회의'를 제도화하려고 한 '참여와 소통위원회' 조례부결 이유로 또 다시 "의회의 권한에 대한 도전"이라는 논리를 들고 나왔다.

이를 대의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의 충돌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참여 소통조례로 인해 의회가 무력화되거나 권한이 축소되는 것이 아닌 오히려 역할이 확장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 실제 도정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참여소통위원회가 의회의 기능을 대체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다.

안희정 지사가 한 것이기에 기분 나쁘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 안희정 충남도지사. ⓒ 충남도



따라서 도민정상회의에 대한 비난의 핵심은 안희정 지사가 한 것이기 때문에 기분 나쁘다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참여소통 조례의 부결 또한 그 연장선에 놓여 있다. 왜 그런지 조목조목 따져 보겠다.

집행부가 제출한 안건을 놓고 의회에서 치열한 논쟁과 토론을 벌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 비난과 비판의 논거들은 사실에 입각해야 한다. 그러나 조례 부결의 이유는 너무나 빈약했고 억지로 일관했다.

일부 도의원들이 조례안 부결의 이유로 내세운 것 중 하나는 '조례의 중복성'이다. 의원들은 당초 조례의 기능 중 하나로 들어있던 '분쟁조정 기능'과 '갈등예방과 해결에 관한 기능'을 그 예로 들었다. 그러나 '분쟁조정위원회'는 자치단체와 자치단체간의 분쟁 사안을 다루는 것이고, '갈등예방과 해결위원회'는 충남도의 주요시책과 관련한 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이었다. 때문에 내용의 중복성은 사실상 없다.

백배양보해서 중복성이 있다고 치자. 하지만 이 또한 조례의 수정과정을 의도적으로 외면했거나 조례를 제대로 읽지도 않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처음 도가 해당 상임위원회인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에 회부한 조례안에는 갈등문제 해결을 위한 기능이 들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해당 상임위원회인 행정자치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이 부분을 삭제해 본회의에 상정했다. 그런데도 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조례 통과를 막기 위한 억지 주장이라 할 수 있다.

조례안 부결의 또 다른 이유는 "안희정 지사가 참여소통 조례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참여소통 조례는 새롭게 만들어지는 조례가 아니다. 그간 역대 지사들이 운영해왔던 도정평가단과 정책서포터즈를 통합하는 조례다. 도정평가단과 정책서포터즈를 놓고 의원들이 역대 지사들의 정치적 의도를 지적했다는 얘기는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오히려 역대의원들은 도민의 다양한 의견수렴을 위해 도정평가단과 정책서포터즈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흔한 말로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들이 하면 불륜'인가? 오히려 참여소통 조례를 놓고 정치적 의도 운운하며 조례를 부결시킨 행위야 말로 더욱 정치적으로 보인다.

충남도의회가 잡은 것은 안희정 지사의 발목이 아니다

▲ 충남도의회 민주당 소속의원들이 지난 21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참여와 소통위원회 설치 및 운영 조례안' 부결처리를 '다수당의 횡포'라며 항의하고 있다. ⓒ 심규상



충남도의회는 지난 16일, 내년도 예산을 통과시켰다. 당시 본회의장에서는 예결특위를 통과한 예산안이 수정되는 충남도의회 역사상 초유의 기록을 남겼다. 당시 의원들의 예산안 수정 이유는 "상임위원회에서 삭감된 예산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살아났는데 이는 상임위원회의 권한을 무시한 처사"라는 것이었다.

당시 예산 삭감을 주도했던 의원들이 참여소통 조례 부결에도 앞장섰다. 그들에게 한 마디 묻는다. 같은 논리라면 상임위원회인 행정자치위원회에서 심사숙고한 가운데 합의를 통해 상정한 참여소통 조례를 부결시킨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아닌가? 이에 대한 대답이 궁금하다.

앞뒤가 맞지 않지만 그래도 맞는 것이 있다. 당시 본회의장에서 삭감한 예산은 안희정 지사의 핵심공약인 충남복지재단 설립 타당성 조사를 위한 용역비(5천만 원)였다. 이번에 부결된 조례 또한 안희정 지사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려는 사업이었다.

정리하면 '친환경무상급식이나 조직개편 등은 덩치가 크고 정치적인 부담이 되니 만만한 몇 가지만이라도 발목을 잡자'는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이 잡은 것은 안희정 지사의 발목이 아니다. 도민들의 도정참여를 막아 결국 자신들의 발목을 스스로 잡고 있는 모양새다.

초선의원이 '참여와 소통위원회' 조례부결 과정을 통해 본 충남도의회는 억지와 다수의 힘만 있었고, 의회민주주의의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지금도 참으로 당혹스럽고 민망하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맹정호는 충남도의원(행정자치위원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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