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지혜롭게 나누는 방법

나눔에도 스킬이 필요한 세상

등록|2010.12.24 13:51 수정|2010.12.24 13:51
드디어 기쁜 성탄 전야다. 뭐가 그리 기쁘냐고? 가톨릭신자이긴 하지만 크리스마스란 단어의 확실한 해석에 대해서 그냥 알 뿐이지 확실히 알지는 못했다. 내가 그냥 알고 있는 것은 크리스마스는 예수님이 태어나신 날이고 그래서 세상 사람의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고 하늘에 영광이 되는 날이란 것이다.

그리고 우리 딸들의 세대에서는 서로 선물을 주고 받는 날이기도 하고, 온 세상 사람들에게는 비신자라 하더라도 공휴일이 되어서 서로 좋은 기운을 주고 받는 날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회의에서 신부님이 확실히 말씀해주셨다.

'크리스마스'란 단어는 '그리스도의 미사'란 뜻이라고 한다 그리고 '산타크로스' 또한 많은 선행의 씨앗을 나누고 가신 성 니콜라스주교를 지칭하고 주교를 말하는 것이고, 그 주교를 본받아 주변에 선물과 축복을 나누어 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이전에 얄팍한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기보다는 선물을 받기를 원했던 적이 있었다. 아이들이 어렸을때는 당연히 부모인 내가 먼저 주었지만 아이들이 경제력이 생기면서 올 크리스마스에는 무엇을 줄까 하는 궁금함도 들었다. 어떤 때는 "애들아! 엄마는 이런 것들이 필요해!"하고 노골적으로 미리 챙겨둘 때도 있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나 외의 사람들을 좀 더 생각해져 간다는 것일까? 점점 이전에 내가 했던 그런 얄팍한 언행들이 부끄러워지고 그 부끄러움을 지우개처럼 지우기 위해 축복을 받기보다 축복을 나누어 주는 그런 작은 산타의 마음을 배우고 실천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올해는 목도리를 100개를 미리 준비해서 장애야학교와 조손가정의 아이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그냥 여기저기 나누어 주다 보니 옆 동료는 그저 생긴 것인 줄 알고 남는 것이 있으면 달라고 했다. 나누다 보면 오히려 모자라기 일쑤인데 왜 남을까 싶어 혹시 긴요한데 쓰나 싶어서 용도를 물었다. 그런데 포장용이란다. 목도리의 색감이 이국적이라서 그랬던 것일까?
혼자만의 생각으로 그저 생긴 것인 줄 알았던 것일까?

이번에 발간한 350페이지의 내 책들을 받기 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 책 또한 대량출판이 아니라 주문에 의해서 제본사에서 그때 그때 찍어내는 것이라 한 달 월급을 몽땅 날릴 생각이 아니라면 그냥 모두 원하는 사람에게 나누어주기는 어렵다. 정말로 책을 보고 싶으면 현재 고인쇄박물관에 전시되어 있거나 공공도서관 등이나 또는 각 기관에 기증한 책들을 빌려보면 될 것인데...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않는 것 같고 붓으로 휘호한 내 사인이 담긴 책을 원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미 한 달 월급의 반을 책 찍는 데 써버려서 더 이상은 만들기 힘들 것 같다. 메이저 출판사들과 온라인으로 꾸준히 교섭을 해보고 있지만 소통이 힘들고 일상의 흐름이 빠르다 보니 서울까지 올라가기가 힘들다.

그래서 영세를 받는 몇몇의 직원에게 축하선물로 또는 교육소감을 힘들게 써오신 어르신들이나 교통사고로 병원에 오래 있는 어떤 분에게는 책을 사인해서 몰래 몰래 주었다. 나누는 것도 일종의 스킬이 필요한 요즘 세상이다. 잘못하면 오해를 사기 일쑤이니깐 말이다.

잘 나누면 서로의 축복이 되고 활력이 되는 기쁨이겠지만 잘못 나누면 헤프다는 인상도 주고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준다는 편파적인 오해도 받는다. 그래도 오늘은 기쁜 성탄전야이다. 나누어 줄 것이 떨어지면 내가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라도 많이 해주고 싶은 날이다. 오 마이 뉴스를 보는 모든 분들에게도 메리 크리스마스!
덧붙이는 글 경험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