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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청장 "노무현 차명계좌 발언은 말실수라기보다..."

<중앙선데이>와 한 인터뷰에서 '묘한 발언'... "진위여부 언급 않는 게 바람직"

등록|2010.12.26 10:28 수정|2010.12.26 10:28

▲ 조현오 경찰청장이 지난 10월 7일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권우성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족들로부터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고발을 당한 조현오 경찰청장이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사실 여부와 관련 묘한 태도를 취했다.

26일자 <중앙일보> 일요판인 <중앙선데이>에 따르면, 조 청장은 "(차명계좌 발언은) 말실수라기보다 기동경찰 지휘요원을 대상으로 강의한 것"이라며 "진위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 청장이 논란의 핵심인 '차명계좌 사실여부'에는 입을 다문 셈이다. 하지만 '부인하지도 시인하지도 않는' 그의 태도는 '차명계좌는 사실'이라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 또 다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조 청장은 경찰청장에 오르기 전인 지난 3월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는 전날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됐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몇 개월이 지나 이러한 사실이 드러나자 노 전 대통령의 유족들은 지난 8월 조 청장을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고발했다.

"말실수가 아니라... 언급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조 청장은 지난 24일 <중앙선데이>와 한 인터뷰에서 "(차명계좌 발언은) 말실수라기보다 기동경찰 지휘요원을 대상으로 3월 31일 강의한 것"이라며 "노동절, 5월 2일 촛불 2주기, 5․18,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앞두고 집회 시위관리를 잘해 달라고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조 청장은 "그런데 본의 아니게 공개돼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고 그 부분에 대해서 노무현 전 대통령, 권양숙 여사님을 비롯한 가족에게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여러 번 되풀이해서 했고 지금도 같은 심정"이라고 기존 의견을 되풀이했다.

조 청장은 특히 "진위 여부, 이런 거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그의 발언은 '말실수'가 아니라 '어떤 정보에 의한 발언'이라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기자가 "실수거나 잘못된 정보에 의한 발언은 아니라고 믿고 계신 거네요"라고 응수하자, 조 청장은 "그게 아니라 내가 말하면 큰 물의를 불러일으킬 수 있죠"라며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어 조 청장은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1인시위'와 관련 "문 실장에 대해 할 얘기가 많지만 얘기하지 않겠다"며 "이야기하면 더 큰 논란의 소지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조 청장은 "가까운 장래에도 본의 아니게 이야기할 그런 경우가 있을는지는 몰라도 순조롭게 모든 게 진행된다면 이야기를 않을 생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조 청장은 '봉화마을을 방문해 사과하겠다'는 발언과 관련해서도 "그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 이야기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사과를 하려면 찾아가지 않고서 어떻게 사과가 될 수 있겠어요"라고 말했다.

"자기 말의 사실 여부는 회피하면서 '송구스럽다'고?"

하지만 지난 20일 검찰청 앞 1인시위에 나선 문재인 전 비서실장(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조현오 청장은 (언론에 공언한 것처럼 봉하마을을 방문하거나 진심어린 사과의 뜻을 밝힌 적이 없다"며 "자기 말의 사실 여부는 회피하면서 '송구스럽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수준"이라고 조 총장의 태도를 꼬집었다.

문 전 실장은 "조현오 청장이 사과하겠다고 말한 것은 소환조사를 늦추기 위한 언론플레이였다"며 "이제는 조 청장이 사과해서 용서받을 수 있는 시간은 지났다"고 '강경론'을 드러냈다. "조현오 청장을 소환조사하지 않으면 검찰청 앞에 거적을 깔고 눕겠다"고도 했다.

문 전 실장은 "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터무니 없는 발언으로 능멸하고 모욕해서 전직 대통령 유족들이 형사고소했는데 넉달이 지나도록 피고소인 소환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법치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조 청장의 소환조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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