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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플러를 한 콜리

남에게 대접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

등록|2010.12.27 10:15 수정|2010.12.27 10:15

▲ 해모의 살가운 행위가 한파가 엄습한 날, 머플러를 자신의 목에 두르게 했습니다. ⓒ 이안수



12월 24일, 이번 크리스마스 이브에 강추위가 엄습했습니다. 한파경보와 주의보까지 내려진 그 날, 포근한 기온이 이어진 뒤의 혹한이라 겹쳐 입은 옷을 통과한 바람조차 살을 엘 듯했습니다.

바람이 해모(모티프원의 애완견, 콜리)의 털을 흔들었습니다. 추운지방이 고향이고 조밀한 털로 이미 겨울을 대비한 해모이긴 하지만 이런 한파에는 행여 춥지 않을까 염려되긴 합니다.

그런데 체감온도가 더욱 내려간 오후, 해모가 목도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검은색 머플러는 흠집 하나 없는 아주 새것이었습니다. 저는 해모가 목도리를 하게 된 사연이 궁금했습니다. 그 의문은 다음날 풀렸습니다.

해모의 집에 풀어져있는 목도리를 주워 검불을 털고 있는 동안 모티프원에 계셨던 정석원선생님의 일행이 체크아웃을 위해 내려오셨습니다.

"해모에게 제 머플러를 둘러주었어요. 너무 추울 것 같아서요."

그 분의 목에는 체크인할 때 있었던 머플러가 없었습니다. 저는 당혹스러운 마음으로 목도리를 수습해서 그분에게 전하려고 했습니다. 그녀는 손을 내저었습니다.

"해모에게 선물 한 거에요."

그녀는 이틀 동안 모티프원을 들락일 때마다 해모를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습니다. 머리를 쓰다듬고 등을 두드려주었습니다. 해모도 꼬리를 흔들고 등을 물결치듯 비틀고, 머리를 흔들면서 온 몸으로 그녀를 반겼습니다.

저는 해모를 통해 새삼스럽게 '황금률 golden rule'를 새롭게 익힙니다. '남에게 대접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라는 이 금언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실천이 녹록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해모는 주인에게 헌신하고 타인에게 살가우며, 다른 종류의 동물에게도 너그럽습니다. 까치가 와서 자신의 먹이를 먹어도 쫓지 않으며 심지어 다른 개가 자신을 물어도 절대 되물지 않습니다.

추운 겨울 자신의 목도리를 벗어 사람이 아닌 동물에게 둘러주었던 자비의 마음을 가진 그 분뿐만 아니라 그 자애의 마음을 불러일으키게 했던 해모의 성품을 지켜보노라면 '황금률'의 행동규범이 참으로 옳다 싶습니다.

저는 목도리를 한 해모를 한참이나 지켜보다가 애완용 양고기 갈비를 한 봉 가져다 주었습니다.

▲ 이 애완견용 간식은 다른 게스트분이 해모를 생각하며 한 박스 보내주신 것의 일부입니다. 상대의 행위는 자신의 행위로 인하여 유발된 결과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상대로 하여금, 자비의 마음을 일게 하거나 분노의 마음을 일게하는 것은 결국 본인인 것입니다. ⓒ 이안수



이 애완견용 양고기 갈비는 지난달에 모티프원에 묵었던 게스트분께서 밀크본스틱과 덴탈바 등과 함께 해모를 위해 택배로 보내준 것의 일부입니다. 애완용품점을 지나나다 모티프원의 그 선한 해모가 생각났다면서…….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홈페이지 www.motif.kr 에도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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