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가 지옥 같은 노보리베츠(登別)를 걷다
김수종의 일본 북해도 여행기 4
비를 맞으면서 둘러본 북해도 시라오기군(白老郡)에 있는 아이누민족박물관에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소수민족으로서의 한계와 현실 그리고 그들의 꿈과 이상… 한국이 일본의 속국으로 아직도 살고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발칙한(?) 상상도 해보았다.
일본에는 크게 두 개의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 북해도에 주로 거주하는 '아이누민족'과 남쪽 오키나와에 거주하는 '류큐(琉球)민족'으로 워낙 소수인 관계로 크게 민족문제는 없지만, 오키나와의 경우에는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독립 국가를 이루고 있던 터라 아직도 일본 본토인들에 대한 감정이 좋은 편은 아니다. 태평양 전쟁 말기 일본정부가 오키나와와 제주도를 중심으로 최후의 결사항전을 준비한 관계로 죄 없는 오키나와 주민 10만 명 이상이 전쟁으로 무참히 죽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소수민족의 이야기는 그만하고, 나는 한국에 들어와 있는 100만 명이 넘는 이방인들과 앞에서 말한 것처럼 아직도 한국이 일본의 속국이라면 하는 불온한 생각을 많이 했다.
동남아 출신의 부인들과 한국인 남편 사이에서 태어난 이방인 아닌 이방인들의 문제와 노동을 하기 위해 한국에 들어와 일하는 부모들을 따라 몰래 오거나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했다.
차별이 없는 세상, 국적이나 피부색, 민족, 종교 간의 차이로 차별받는 일은 제발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많은 날이었다.
아이누민족박물관의 내부를 거의 둘러 본 다음, 우리 일행은 예정대로 노보리베츠(登別)에 있는 지옥계곡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직경 450미터의 거대한 폭발화구가 만든 계곡으로 600미터의 산책로를 부담없이 즐기면서 유황냄새를 맡을 수 있어 정말 온천에 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지역이다.
하지만 당일 계속되는 비로 우리들은 계획된 일정을 포기하고는 오후 4시 30분에 호텔로 들어가는 것을 택했다. 일찌감치 일본 제일의 유황온천을 즐기면서 하루를 정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난 호텔로 들어가기 무섭게 유황온천에 들어가 몸을 풀었다.
저녁은 호텔에서 북해도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요리와 감자, 연어 등 특산품으로 만든 음식을 마음껏 먹었다. 자연과 숲, 공기가 좋은 북해도는 신선한 우유와 인근의 강에서 잡히는 연어, 원근해에서 잡히는 바다 생선 등이 아주 풍부한 곳이다. 여기에 끝없이 이어진 감자 밭, 라벤다(Lavender)와 같은 허브도 무척 유명하여 차, 베개, 비누, 화장품 등도 최상품이다.
우리 일행은 4일 동안 정말 맛있는 요리와 향이 좋은 차, 말기름을 가공한 샴푸, 비누 등을 즐기고 왔다. 물론 나도 이런 모든 것을 즐겼고 선물로 사오기도 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일행들은 호텔로비에 모여서 일본인들이 잠옷 등으로 즐겨 입는 유카다(ゆかた-浴衣)를 입고 기념 촬영을 하기도 하고, 오후에 본 아이누들의 춤과 음악을 흉내 내기도 했다. 모두가 웃음바다가 될 정도로 거의 비슷한 수준과 모양이라 더 재미가 있었다.
난 기념촬영을 잔뜩 해주고는 또 온천을 했다. 아침까지 모두 3번의 목욕을 했다. 노천탕까지를 포함하여 7~8개 정도 되는 탕과 식당, 뒤편의 산책로, 매장, 마사지 매장 등 정말 시설이 좋고 큰 호텔이었다. 목욕을 무척 즐기는 나에게는 큰 기쁨이었다. 식사와 목욕을 마치고 난 일행들은 1층 매점에 모여 쇼핑을 한 다음, 맥주를 한잔하고서 잠이 들었다.
오랜 만에 다다미(畳床-たたみ)방에서 이불을 깔고 잠이 들었다. 다다미를 좋아하는 나는 그 위에 누우면 시골집의 황토방에 누운 것처럼 기분이 좋다. 부들 냄새가 참 싱그러운 밤이다.
노보리베츠(登別)에서 아침을 맞았다. 일어나기 무섭게 목욕을 하고서는 아침을 호텔에서 먹었다. 아침을 거의 먹지 않는 나는 가벼운 빵과 우유로 식사를 마쳤다. 돌아오는 날까지 북해도의 우유가 너무 맛이 좋아 식사 때마다 두 잔씩 매일 마셨다.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고, 우유도 즐기지 않는 편이지만, 이곳의 우유는 옛 정취가 나는 맛에 구수함이 좋았다. 초등학교 시절 급식으로 나오던 어머니의 향기가 가득 담긴 우유의 맛이 무척 좋아서 아주 많이 마셨다.
노보리베츠의 지옥계곡은 봄부터 가을까지는 1시간 넘게 산책을 하기에 좋은 곳이라고 한다. 동행한 김인숙 가이드는 그 시기에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원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곳을 가벼운 복장과 마음으로 산책한다고 했다.
하지만 겨울에 비까지 조금씩 오는 날씨라 우리들은 정해진 코스를 30분 정도 돌아오는 것으로 만족을 해야 했다. 계곡 중간에 10여 개의 비석이 있어 화산 폭발로 죽은 사람들의 추모비인가 했더니만, 원천이 나오는 곳의 표시라고 한다.
생각보다 계곡이 깊고, 유황냄새도 많이 나는 것이 할리우드 영화 세트장에 방문한 기분이다. 외계의 도시나 화산폭발 장면을 촬영하는 촬영장같은 느낌이 든다.
아침부터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많아서 짧은 거리를 오가는데도 바쁘기만 하다. 돌아 나오는 길에 원천에 어렵게 손을 넣어 보기도 하고, 모든 병을 고쳐준다는 '약사여래(藥師如來)불'에 인사를 드리기도 했다.
여름의 맑은 날이면 새벽같이 일어나 이곳 전체를 넉넉하게 두어 시간 정도 여유를 두고 산책을 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았다. 나중에 한 번 더 올 기회가 주어진다면 반드시 만사를 제치고 산책을 하고 싶은 곳이다.
지옥계곡을 둘러 본 다음, 일행들은 북해도 북쪽의 항구, 상업도시이자 1995년에 만들어진 '이와이 슌지(岩井 俊二)'감독의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로 알려진 오타루(小樽)로 이동했다. 한 시간 넘게 버스로 이동하는 관계로 나는 깊은 낮잠에 빠졌다.
사실 버스로 이동하는 중간 중간에 한 치의 쉼도 없이 계속해서 일본의 역사와 문화, 사회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는 김인숙 가이드의 열정에 놀랐다. 간혹 눈을 뜨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을 자고 있는데도 혼자서 설명을 하고 있는 것이 대단하여 간간히 잠에서 깨면 집중하여 듣기도 했다.
주로 북해도 개척의 역사와 에도막부의 초기 개척지였던 하코다테 이야기와 삿포로, 사할린 등지의 문화와 인물, 전설, 전통, 특산품 등을 많이 설명해 주었다. 일본의 근현대사를 망라하는 그의 실력에 난 상당히 매료되어 오가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 아이누민속박물관아이누의 집 ⓒ 김수종
▲ 아이누민속박물관곰과 연어와 친한 아이누 ⓒ 김수종
일본의 소수민족의 이야기는 그만하고, 나는 한국에 들어와 있는 100만 명이 넘는 이방인들과 앞에서 말한 것처럼 아직도 한국이 일본의 속국이라면 하는 불온한 생각을 많이 했다.
동남아 출신의 부인들과 한국인 남편 사이에서 태어난 이방인 아닌 이방인들의 문제와 노동을 하기 위해 한국에 들어와 일하는 부모들을 따라 몰래 오거나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했다.
차별이 없는 세상, 국적이나 피부색, 민족, 종교 간의 차이로 차별받는 일은 제발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많은 날이었다.
▲ 노보리베츠지옥계곡 ⓒ 김수종
아이누민족박물관의 내부를 거의 둘러 본 다음, 우리 일행은 예정대로 노보리베츠(登別)에 있는 지옥계곡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직경 450미터의 거대한 폭발화구가 만든 계곡으로 600미터의 산책로를 부담없이 즐기면서 유황냄새를 맡을 수 있어 정말 온천에 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지역이다.
▲ 노보리베츠의 온천장 아주 큰 유황온천이 여러 곳 있다 ⓒ 김수종
하지만 당일 계속되는 비로 우리들은 계획된 일정을 포기하고는 오후 4시 30분에 호텔로 들어가는 것을 택했다. 일찌감치 일본 제일의 유황온천을 즐기면서 하루를 정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난 호텔로 들어가기 무섭게 유황온천에 들어가 몸을 풀었다.
저녁은 호텔에서 북해도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요리와 감자, 연어 등 특산품으로 만든 음식을 마음껏 먹었다. 자연과 숲, 공기가 좋은 북해도는 신선한 우유와 인근의 강에서 잡히는 연어, 원근해에서 잡히는 바다 생선 등이 아주 풍부한 곳이다. 여기에 끝없이 이어진 감자 밭, 라벤다(Lavender)와 같은 허브도 무척 유명하여 차, 베개, 비누, 화장품 등도 최상품이다.
우리 일행은 4일 동안 정말 맛있는 요리와 향이 좋은 차, 말기름을 가공한 샴푸, 비누 등을 즐기고 왔다. 물론 나도 이런 모든 것을 즐겼고 선물로 사오기도 했다.
▲ 아이누의 춤과 노래를 흉내내며아이누 ⓒ 김수종
저녁 식사를 마치고 일행들은 호텔로비에 모여서 일본인들이 잠옷 등으로 즐겨 입는 유카다(ゆかた-浴衣)를 입고 기념 촬영을 하기도 하고, 오후에 본 아이누들의 춤과 음악을 흉내 내기도 했다. 모두가 웃음바다가 될 정도로 거의 비슷한 수준과 모양이라 더 재미가 있었다.
난 기념촬영을 잔뜩 해주고는 또 온천을 했다. 아침까지 모두 3번의 목욕을 했다. 노천탕까지를 포함하여 7~8개 정도 되는 탕과 식당, 뒤편의 산책로, 매장, 마사지 매장 등 정말 시설이 좋고 큰 호텔이었다. 목욕을 무척 즐기는 나에게는 큰 기쁨이었다. 식사와 목욕을 마치고 난 일행들은 1층 매점에 모여 쇼핑을 한 다음, 맥주를 한잔하고서 잠이 들었다.
오랜 만에 다다미(畳床-たたみ)방에서 이불을 깔고 잠이 들었다. 다다미를 좋아하는 나는 그 위에 누우면 시골집의 황토방에 누운 것처럼 기분이 좋다. 부들 냄새가 참 싱그러운 밤이다.
노보리베츠(登別)에서 아침을 맞았다. 일어나기 무섭게 목욕을 하고서는 아침을 호텔에서 먹었다. 아침을 거의 먹지 않는 나는 가벼운 빵과 우유로 식사를 마쳤다. 돌아오는 날까지 북해도의 우유가 너무 맛이 좋아 식사 때마다 두 잔씩 매일 마셨다.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고, 우유도 즐기지 않는 편이지만, 이곳의 우유는 옛 정취가 나는 맛에 구수함이 좋았다. 초등학교 시절 급식으로 나오던 어머니의 향기가 가득 담긴 우유의 맛이 무척 좋아서 아주 많이 마셨다.
노보리베츠의 지옥계곡은 봄부터 가을까지는 1시간 넘게 산책을 하기에 좋은 곳이라고 한다. 동행한 김인숙 가이드는 그 시기에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원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곳을 가벼운 복장과 마음으로 산책한다고 했다.
▲ 노보리베츠의 지옥곡 입구지옥곡 ⓒ 김수종
하지만 겨울에 비까지 조금씩 오는 날씨라 우리들은 정해진 코스를 30분 정도 돌아오는 것으로 만족을 해야 했다. 계곡 중간에 10여 개의 비석이 있어 화산 폭발로 죽은 사람들의 추모비인가 했더니만, 원천이 나오는 곳의 표시라고 한다.
생각보다 계곡이 깊고, 유황냄새도 많이 나는 것이 할리우드 영화 세트장에 방문한 기분이다. 외계의 도시나 화산폭발 장면을 촬영하는 촬영장같은 느낌이 든다.
▲ 약사여래불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부처이다 ⓒ 김수종
아침부터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많아서 짧은 거리를 오가는데도 바쁘기만 하다. 돌아 나오는 길에 원천에 어렵게 손을 넣어 보기도 하고, 모든 병을 고쳐준다는 '약사여래(藥師如來)불'에 인사를 드리기도 했다.
▲ 원천에 손을 담근다60도가 넘은 원천은 무척 뜨거웠다 ⓒ 김수종
여름의 맑은 날이면 새벽같이 일어나 이곳 전체를 넉넉하게 두어 시간 정도 여유를 두고 산책을 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았다. 나중에 한 번 더 올 기회가 주어진다면 반드시 만사를 제치고 산책을 하고 싶은 곳이다.
지옥계곡을 둘러 본 다음, 일행들은 북해도 북쪽의 항구, 상업도시이자 1995년에 만들어진 '이와이 슌지(岩井 俊二)'감독의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로 알려진 오타루(小樽)로 이동했다. 한 시간 넘게 버스로 이동하는 관계로 나는 깊은 낮잠에 빠졌다.
▲ 오타루의 운하 일본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로 유명한 오타루 ⓒ 김수종
사실 버스로 이동하는 중간 중간에 한 치의 쉼도 없이 계속해서 일본의 역사와 문화, 사회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는 김인숙 가이드의 열정에 놀랐다. 간혹 눈을 뜨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을 자고 있는데도 혼자서 설명을 하고 있는 것이 대단하여 간간히 잠에서 깨면 집중하여 듣기도 했다.
주로 북해도 개척의 역사와 에도막부의 초기 개척지였던 하코다테 이야기와 삿포로, 사할린 등지의 문화와 인물, 전설, 전통, 특산품 등을 많이 설명해 주었다. 일본의 근현대사를 망라하는 그의 실력에 난 상당히 매료되어 오가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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