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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교수님의 '정치순결주의' 우려됩니다

486 재선 국회의원이 <진보집권플랜>을 읽고

등록|2010.12.29 14:20 수정|2010.12.29 14:20

▲ <진보집권플랜> 출판기념 조국 교수 강연회가 22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 권우성


크리스마스 연휴동안 <진보집권플랜> 읽기를 마쳤습니다. 조 교수님이 말씀하신 주장과 비전 등을 담아 진보진영이 재집권하길 갈망하는 마음이 비단 저 혼자만은 아닐 것입니다. 또 책을 읽으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 왜 진보적 가치를 담은 교육, 주택, 일자리 정책들을 관철해지 못했나하는 원망과 후회도 많이 했습니다. 저는 조 교수님이 줄기차게 비판하는 민주당 486 재선 국회의원이면서 조 교수님의 대학 동기로 전두환 군사독재에 맞서 스크럼 대열에 함께 있었던 낯익은 학우였기도 합니다.

조국 교수님, 먼저 한 가지 따지고 짚고 넘어갈 일이 있습니다. 조 교수님의 순결주의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조 교수님은 재선 서울시 교육감으로 역대 대통령 누구도 해결하지 못했던 교육문제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 가면서 차기 교육대통령으로 커 가고 있었을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황당하지요? 무슨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고요? 전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2008년 6월 어느 날, 민주당 교과위 간사로 있던 저는 7월 30일로 예정된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교육시민단체 관계자들과 후보문제로 긴급 회동을 가졌습니다. 당시는 광우병 소고기 반대 촛불 시위가 타오르고 있었고 반MB 교육 기치를 든 경쟁력 있는 후보만 내세우면 교육감 선거에 승산이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던 시점이었지요.

토론 끝에 가장 경쟁력 있는 분이 조국 교수라는데 중지가 모아졌고 대학 동기인 제가 조국 교수님의 의사를 타진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런데 왜 당시 조국 교수님께 물어 보지도 않았는지 궁금하시죠? 조 교수님을 잘 아는 여러분들에게 먼저 두드려 보았더니 한결같은 반응이 '절대 수락하지 않을 것'이었고, 그래서 저는 제 스스로 조 교수님 만나기를 포기하였습니다. 만약 제가 조 교수님을 만났고, 조 교수님이 개혁진보진영의 요청을 수락하였더라면 당선이 되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다 지난 일이고 다행히 이번에 서울시 교육감에 진보인사가 당선되었으니 아쉬움은 덜 하지만 앞으로도 교수님이 현실정치의 흙탕물 속으로 빠져 들길 끝내 거부하면서 고고한 학으로 남으려 하지 않을까하는 순결주의에 대한 우려가 듭니다. 지난 8일 날치기로 통과된 서울대 법인화 법안에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들의 일인시위에도 조 교수님께서 동참하시어 따뜻한 온돌방에서 훈수에 능한 진보학자로 자리매김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486 국회의원 노력하겠습니다, 교수님도 동참해 주시지요

<진보집권플랜>에서 책망하듯 반값등록금과 외고 폐지 이슈를 한나라당에게 선점당한 점에 대해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 교수님이 제안하는 '학력차별금지법'과 'Affirmative action(적극적 고용개선조치)' 법안은 적극적으로 추진토록 하지요. 무상급식을 능가하는 파괴력을 지닌 교육문제의 대안으로 혁신교육과 혁신학교 이슈를 만들기 위해 '혁신교육지원특별법안'도 발의하려 합니다.

그런데 조 교수님은 우리 개혁진보진영과 어깨 걸고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먼발치에서 바라보면서 훈수만 두고 있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물론 좋은 글과 인기 있는 강연으로 개혁진보 진영에 큰 동력을 보태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시대와 진보개혁진영이 요구하면 어떤 짐도 기꺼이 마다하지 않겠다는 머슴정신을 기대해 보면 안 될까요?

조국 교수님은 책에서 본인이 현실 정치 참여에 부정적인 이유로 첫째, 학자로서 해야 할 일이 많고 둘째, 유시민 선배가 말하는 '짐승의 비천함'과 '야수적 탐욕'과 같은 야성이 부족하고 셋째, 정치일상에서 술과 골프는 필수인데 조 교수는 술도 잘 못하고 골프도 치지 못하는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동년배이지만 현실정치의 칼바람 앞에 서 있는 사람으로서 세 번째 이유는 틀렸다는 점을 저의 경험에 비추어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저는 2004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에 당선된 직후 공개적으로 노골프 선언을 하였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골프를 친 적이 없습니다. 결코 명망있는 정치인이 아니지만 골프를 치지 않고서도 의정활동에 지장이 없을 만큼의 후원금이 모아지는 저의 경우를 보면 정치후원금 때문에 골프를 쳐야 한다는 것은 조 교수님의 말씀은 편견에 불과합니다.

개혁진보진영에서 싫어하는 이재오 장관, 김문수 도지사도 골프치지 않고도 보수진영의 대권후보반열에 올라있습니다. 또 저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지만 정치하는데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않습니다. 정치하기 이전 교수시절에는 보통 주량의 술을 마셨지만 정치를 시작한 후로는 술자리에서조차도 술을 입에 거의 대지 않습니다. 즐겨 피우던 담배 역시 끊었습니다. 그만큼 자기관리에 철저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술을 잘 못하고 골프를 안치기 때문에 정치가로 변신하기 어렵다는 조 교수님의 말씀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는 본인이 정치 안하는 세 가지 이유 중 세 번째는 철회할 것을 정중히 제안 드립니다.

문제는 정치가로 변신을 꺼리는 조 교수님 자신보다는 조국같은 개혁진보진영의 유능한 인재를 담아 내지 못하는 민주당에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진보경제학자인 KDI 국제대학원 유종일 교수가 단적인 예입니다.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로 영국과 미국의 유명대학 교수 출신인 유종일 교수를 민주당에서 귀히 여기지 못한 결과로 가뜩이나 경제가 약한 민주당 스스로 덩굴째 굴러온 호박을 발로 차버리는 꼴이 되었습니다.

민주당이 지금보다 담대한 진보가치를 추구하는 정당이 된다면 유종일, 조국과 같은 유능한 진보학자들이 참여하는 정당이 되고, 이는 진보개혁진영 집권에 큰 힘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유종일과 조국을 담아 낼 수 있는 담대한 정당이 되도록 민주당의 486 정치인들이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새해에는 이 땅의 모든 진보개혁적 인사들과 정당들이 통 크게 소통하고 연대하여 국민들에게 희망과 비전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017년까지 기다리기에는 국민들의 고통이 너무 크기에, 2017년이 아니라 2012년에 진보개혁진영의 재집권이 실현되기를 소망합니다. 군사독재에 맞서 1980년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486들이 다시 뭉쳐 선·후배들의 접착제 구실을 하며 헌신하는 2011년이 되길 바랍니다. 진보개혁진영의 승리를 위해 현실정치 참여를 마다않는 조국 교수님의 실천적 역할도 기대하겠습니다. 크리스마스 연휴동안 좋은 책 <진보집권플랜> 감명 깊게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안민석 기자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국회의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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