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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배 비싼 화장장 찾아가는 유족들, 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화장장 이용 대안 마련 시급해...

등록|2010.12.27 20:13 수정|2010.12.27 20:13
성탄 전야에 부친상을 당한 친구의 문상을 다녀왔다. 전날 밤을 꼬박 새우고 다음 날 일곱 시 반에 홍천 장례식장을 떠나 차량으로 35분 거리에 있는 인제군 남면 남전리 하늘 내린 도리안 화장장으로 향했다.

홍천군의 경우 전국 군지역 중 가장 넓은 땅과 산을 보유한 곳이지만 아직 화장장이 없어 인근의 춘천 시립화장장이나 원주시립화장장과 인제 하늘 내린 도리원을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먼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보다 더 큰 불만은 유족이 원하는 곳으로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을 만큼 선택의 폭이 좁다는 것이다.

▲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한 인제군 장묘사업소 하늘내린 도리원 ⓒ 인제군


이용료가 무려 10배... 대안 없는 화장장

12월 들어 벌써 두 번째 찾는 도리안 화장장은 2007년 말 사업비 132억 원을 들여 건립한 곳으로 화장장 3기, 납골당, 하늘내린 보금자리(가족납골묘), 하늘공원(매장묘역), 장례식장 1동과 주변시설 등을 갖췄다.

그러나 이곳은 관내 지역에 반해 관외 지역 사용료가 무려 10배나 비싸다. 인제 지역민의 경우 7만 원을 받는데 비해 인근이라도 타지역일 경우 70만 원의 이용료를 받는 것.

춘천의 경우 지역민은 7만 원을, 외지인은 30만 원을 받고 원주는 지역민 10만 원 외지인 50만 원의 이용료를 받는다. 이곳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원하는 시간에 이용할 수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인제의 하늘 내린 도리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홍천에 화장장이 없는 이유는 여타 지역과 마찬가지로, 인근 주민들의 혐오시설 기피 때문이다. 화장장을 건립해야 하는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은 안된다는 지역 이기주의와 님비현상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이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화장장 건립에 반대하며 대규모집회를 벌이고 있는 부천시와 광역화장장 유치에 따른 찬반논란으로 4년간 갈등을 겪고 있는 하남시도 화장장 건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날 오전 9시에 시작된 화장의식은 2시간 가량 진행되었다. 화장이 진행되는 동안 유족과 문상객들은 휴게실이나 주변 하늘공원을 둘러보았다. 깨끗하고 깔끔하게 잘 정돈된 주변을 돌아보며 홍천지역에도 도리원과 같은 화장장 건립이 시급하다는 말들이 오갔다.

▲ 현지인보다 외지인의 사용이 많은 하늘내린 도리원 전경 ⓒ 이동호


화장장 건립 묘안은 없나?

인제 화장장 건립 때도 다른 지역처럼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다. 2005년 첫삽을 뜨고 2008년 첫 가동이 될 때까지 관과 민과의 마찰도 컸고 마을주민 간 뜨거운 찬반논쟁을 겪기도 했다. 이런 팽팽한 갈등을 해소시킨 것은 2008년 1월이었다고 한다. 이 마을의 최고령 이모(92)씨가 사망했고, 유족들은 그동안의 갈등과 반목을 해소하기 위해 이씨를 화장 후 납골당에 안치하면서 장묘사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다.

화장장을 건립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주민과의 분쟁과 마찰이다. 주민의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고 일방통행으로 밀어붙이려는 자치단체도 문제지만 다른 곳은 되고 내가 사는 마을은 안된다는 님비현상과 지역 이기주의도 큰 문제다.

다른 지역에 비해 화장장 건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강릉시의 경우 반대여론이 심하지 않은 편이다. 홍천군처럼 동해시와 속초시 화장장을 이용하고 있는 강릉시는 화장장 건립에 적극적으로 나서 주민과의 공청회를 거쳐 유치 신청을 받은 결과, 현재 9개 마을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화장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방증이다. 또 화장장을 유치한 마을에 30억 원을 지원하는 것도 화장장 유치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제군 장묘사업을 유치한 남면 남전리는 총사업비 27억 원을 들여 태양을 따라 움직이는 추적식 100㎾와 고정식 200㎾ 등 300㎾급 태양광발전소를 건립해 이곳에서 나오는 전력을 한전에 납품해 하루 80만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고 또 수륙양용차인 아르고를 이용한 모험 레포츠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지자체와 주민과의 공감대가 가장 중요

화장장 이용은 폭발적으로 늘어가고 있는데 비해 신규 화장장 건립은 각종 민원과 이해관계 때문에 전척을 보지 못하고 있어 화장장이 없는 지자체의 경우 비싼 사용료를 지불하며 외지 화장장을 떠도는 불편함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화장장 부족으로 인한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주민들간의 공감대 형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화장장 건립을 위해 정치적인 해결을 지양해야 한다. 아울러 국내외 선진 장사시설 견학을 통한 장묘문화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또 지역 주민들과 꾸준한 대화를 통한 의견 수렴과 신뢰 형성, 그리고 지역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가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 생각된다.
덧붙이는 글 다음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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