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책 읽고, 콘서트도 하고~ 400여 객석에 신명이 붙었다

[현장] 새로운 정치 참여의 장, 조국-오연호의 <진보집권플랜> 북콘서트

등록|2010.12.28 13:25 수정|2010.12.28 20:12

▲ <진보집권플랜> 출판 기념으로 27일 저녁 서울 정동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조국·오연호 BOOK 콘서트'에서 조국 서울대 교수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대기자는 노련하게 인터뷰를 진행하고 사회를 봤다. 학자는 머쓱한 듯 웃었지만 현답을 내놓았다. '다시 불꽃을 피우기 위한 신명 프로젝트'라는 책의 부제처럼 <진보집권플랜> 북콘서트는 시종 즐거웠다. 3일 만에 매진된 티켓. 400여 석 규모의 객석이 가득 찼고, 공연장의 공기는 잔뜩 신이 나 있었다.

<진보집권플랜> 3쇄 기념 조국-오연호 북콘서트 열려

▲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해 쓴 <진보집권플랜> 겉그림 ⓒ 오마이북

27일 오후 8시, 서울 정동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 화암홀에서 <진보집권플랜>의 공저자 조국 서울대 교수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북콘서트를 열었다.

트위터를 통해 독자들에게 책 3쇄를 찍으면 '북콘서트'를 하겠다 했었다.  장난처럼 재잘대던 얘기였지만 책은 3쇄를 넘어 4쇄까지 찍었고, 저자들은 약속을 지켰다.

<진보집권플랜>은 제목 그대로 2012년 선거에서 진보 세력이 집권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쓴 책이다.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한 내용을 정리한 대담집이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출판시장에서, '진보'나 '집권'처럼 '빡센'(?) 제목을 달고 있는 책으로서는 드물게 고무적인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이 책의 흥행은 자칫 딱딱할 수 있는 내용을 읽기 쉽게 풀어낸 두 저자의 말 실력, 글 실력과 조 교수의 미모(?) 외에도 오 대표의 신명 나는 '트윗질'에 힘입은 바 크다. 오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책을 읽고 느낀 소감이나 격려, 비판 등을 독자와 나누어왔다. 자연히 홍보도 되고 재미있었다.

"다음 쇄에 조국 교수의 브로마이드를 넣으면 판매고가 뛸 것이다", "오연호 대표가 조국 교수보다 잘 생겼다!"는 등 재치 넘치는 트윗들이 리트윗됐다. 그렇게 수다를 떨다 보니 오 대표의 팬클럽도 결성되기도 했고(회원 수는 3명이라고 한다), "3쇄 찍으면 호프집서 조국 콘서트, 5만 부 팔리면 장충체육관, 10만 부 팔리면 상암운동장"이라는 합의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구경' 아닌 '참여'하는 콘서트, 민주주의와 닮은꼴

콘서트는 시민 합창단과 함께 부르는 노래로 문을 열었다. 조 교수는 "변화와 진보는 단지 구경만 해서는 찾아오지 않는다, 시민의 참여가 중요하다"며 시민과 함께하는 공연의 의의를 설명했다. 시민 합창단과 함께 부르는 '그날이 오면'은 의미심장했다.

▲ <진보집권플랜> 출판 기념으로 27일 저녁 서울 정동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조국·오연호 BOOK 콘서트'에서 '평화의 나무' 시민합창단이 조국 서울대 교수,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와 합창하고 있다. ⓒ 남소연


관객층은 20대, 30대, 40대에 고루 분포됐다. 예상보다 20대가 많았는지 오 대표는 놀란 눈치였다. 대학문화는 죽었지만 뜨거운 가슴팍들에 숨어 있는 진보의 씨앗마저 고사한 것은 아니었다. 오늘의 대학생들은 취업준비에 선배를 잃고 기업자본에 참여할 판을 빼앗겼지만 어떻게든 씨앗을 싹 틔울 마당을 찾아냈다.

법전을 사러 서점에 갔다가 <진보집권플랜>을 샀다는 대학생이 무대에 올라왔다. 조 교수는 그에게 법전을 선물했다. 하이힐을 사려고 모아둔 돈으로 책을 세 권 사서 주변에 나눠줬다는 여성에게는 상품권을 보내주었단다. 오 대표는 "집 사려고 모은 돈으로 책을 샀다는 분이 있는데 어떻게 해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난감해했다. 객석은 웃음바다가 됐다.

두 저자가 나눈 대담에서는 오 대표의 재치와 노련함, 조 교수의 학문적 식견이 돋보였다. 조 교수는 "냉정한 비판은 필요하지만 자학을 해서는 안 된다"며 "희망, 낙관"을 강조했다. "암울한 현실이 20대를 88만 원 세대로 만들기는 했지만, 88% 투표하면 세상은 88% 바뀔 수 있을 것"이라는 발언은 청중의 갈채를 이끌어냈다.

민중가수 손병휘가 기타를 치며 노래했고, 두 저자와 같은 동네에 산다는 소설가 공지영 씨가 출연해 우정을 과시했다. 스트라이프 니트스웨터에 어그부츠로 젊은 패션 감각을 뽐낸 공 작가가 "오 대표보다 2년 선배"라는 말에 객석은 자지러졌다. 트위터를 통해 모인 북콘서트 준비위원 30인이 발랄한 율동을 선보이기도 했다.

▲ <진보집권플랜> 출판 기념으로 27일 저녁 서울 정동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조국·오연호 BOOK 콘서트'에 소설가 공지영씨가 참여해 이야기를 풀고 있다. ⓒ 남소연


오 대표는 '백만송이 장미', 조 교수는 '다행이다'를 각각 열창했다. 오 대표는 "어제(26일) 노래방에 가서 이 곡을 리허설해 봤는데 38점이 나왔다"고 웃었다. 조 교수는 "3일 전부터 연습한 거라 제멋대로 부르더라도 이해해 달라"며 무반주로 노래했다. 노래 실력은 38점이라도(물론 그것보다는 훨씬 잘 불렀다) 관객과의 교감만은 100점 만점이었다.

오 대표는 "왕이 되기를 포기한 행복한 영주가 되지 말자, 다시 한 번 불꽃을 피우자"는 조국 교수의 표현을 책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문장으로 꼽았다. 조 교수는 "<진보집권플랜2>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하루빨리 (진보 세력이 집권해서) 그 책을 쓸 필요가 없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한편 시민참여저널리즘의 허브인 <오마이뉴스>에서 주최한 행사답게 공연장 곳곳에서 시민기자들이 취재했다. '오연호의 기자만들기' 수강생들도 눈에 띄었다. 긴장한 표정의 초보 시민기자들은 어눌하지만 참 아름다웠다.

이미 불은 다시 붙은 듯하다. 활활 타올라서 다 태워버리는 일만 남았다.

▲ 27일 저녁 서울 정동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조국·오연호 BOOK 콘서트'에 다양한 연령층의 독자들이 참석해 공연을 즐기고 있다. ⓒ 남소연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