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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국립공원, 43번째 생일을 맞았지만...

한국 최초 국립공원, 지자체마다 케이블카·댐 설치 추진으로 '몸살'

등록|2010.12.29 16:26 수정|2010.12.29 17:40

▲ 12월 29일은 지리산 국립공원의 43번째 생일이다. 하지만 지리산은 케이블카 설치 추진 등 유례없는 난개발에 직면해 있다. 사진은 29일 눈 쌓인 지리산 천왕봉 모습이다. ⓒ 지리산생명연대 제공


지리산 국립공원이 생일을 맞았다. 1967년 12월 29일 한국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43번째 맞는 생일이다. 하지만 지리산은 케이블카 설치 추진과 지리산댐 건설 논란 등으로 유례없는 몸살을 앓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지리산 국립공원에 접한 4개 지자체(전남 구례, 전북 남원, 경남 산청·함양)가 저마다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들 지자체의 계획대로라면 지리산 노고단·반야봉·제석봉(천왕봉)에 케이블카가 설치되는 희한한 사태가 벌어질 지경이다.

지리산 국립공원에는 한반도 식물종의 약 30%가 살고 있다. 특히 고유생태명인 '지리'가 붙어 있는 식물도 지리고들빼기, 지리괴불나무, 지리말발도리, 지리고추나무, 지리회나무 등 23종이나 있다.

또한 지리산 국립공원에선 한국 최초로 대형 포유류 복원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이다. 환경부는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의 최적지로 지리산국립공원을 선택하고, 해당 지역을 '국립공원특별보호구'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우스운 것은 이렇게 국립공원 보호에 앞장서야할 환경부가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문제에서만큼은 철저히 개발론자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 10월 1일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효시켰다.

개정된 시행령은 자연보존지구 내 케이블카 거리규정을 2km에서 5km로 연장하고, 상층부 정류장의 높이를 9m에서 15m로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모든 국립공원의 정상까지 케이블카가 올라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환경생태운동단체는 물론 전문가, 산악인들까지 나서 "국립공원을 보호해야 할 환경부가 거꾸로 국립공원에 본격적으로 케이블카 설치를 촉진하는 법안이나 발효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 지리산 국립공원의 43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지리산권 시민 종교인선언문을 해강(실상사 주지) 스님이 낭독하고 있다. ⓒ 지리산생명연대


이와 관련 지리산권시민사회단체협의회와 지리산종교인연대는 29일 지리산 국립공원의 43번째 생일을 맞아 케이블카를 추진하는 4개 시·군(구례, 남원, 산청, 함양)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또한 '지리산을 바라보며 걷기'를 진행했다.

이들은 "민족 신앙의 상징이며, 지리산 국립공원 생태계의 핵심지역에 케이블카를 건설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한 환경부와 지리산국립공원을 일시적 돈벌이 대상으로 삼고 있는 일부 지자체는 성장과 돈만을 중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리산 국립공원에 케이블카가 건설된다면 민족의 영산, 어머니산 지리산은 더 이상 국립공원일 수 없으며, 우리 세대는 역사와 미래세대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라며 케이블카 설치중단을 촉구했다.

지금은 잠시 수면 아래로 잠복해 있지만 지리산댐 건설 문제도 여전히 지리산 국립공원을 파괴할 수 있는 뇌관으로 작동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지리산댐 건설을 주도해오던 경남 함양군수가 낙선했다. 하지만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지리산 인근의 넓은 수역에 중소형 댐을 추가로 확보해 인근 서부 경남에 피해를 주지 않는 방안이 중요하다"며 지리산댐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소관 부처인 국토부 장관이 걸핏하면 지리산댐 건설을 언급하고, 정부가 관련 예산 확보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은 함양과 남원 지역주민들을 무시하고 선거로 드러난 민심에 역행하는 일"이라며 지리산댐 건설을 백지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어리석은 사람도 머물면 지혜로워진다는 지리산(智異山). 금강산, 한라산과 더불어 삼신산의 하나로 알려진 겨레의 영산(靈山) 지리산이 난개발이라는 아둔한 폭거 앞에 시름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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