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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만에 터진 감탄 "헐~ 대박이다"

CJ도너스캠프, 12월에 '올레길 걸으며 만나는 나, 너, 우리' 열어

등록|2010.12.29 21:02 수정|2010.12.30 07:38

▲ CJ도너스캠프에서 주최한 제주올레 캠프 '올레길 걸으며 만나는 나, 너, 우리'에 참가한 학생들이 송악산에서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과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 김동환


논어 술어편에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라는 구절이 있다. 세 사람이 길을 갈 때면 그 중에 배울만한 스승이 한 명은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한 해 동안 각자의 인생길 위에서 얼마나 많은 스승들을 그냥 스쳐 보냈을까.

소외된 아동과 청소년들을 위해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하는 CJ도너스캠프는 전국의 후원기관 소속 중·고등학생 30명에게 신청을 받아 지난 17일부터 2박 3일동안 제주올레캠프 '올레길 걸으며 만나는 나, 너, 우리'를 열었다. 외돌개에서 법환포구까지, 화순해수욕장에서 하모체육공원까지, 어른들이 '치유의 길'이라 칭송하는 올레길을 처음 보는 또래 친구들과 30km 가까이 함께 걸었던 청소년들을 만났다.

밥 생각나게 하는 '야간올레'를 걷다

서울에 사는 고등학생 1학년 혜정이에게 캠프 첫날밤에 걸었던 올레길 7코스는 한 마디로 "밥 생각이 나게 하는 길"이었다. 오후 4시에 외돌개부터 걷기 시작해 돔베낭길과 호근동 하수종말처리장을 거쳐 법환포구로 이어지는 길은 비교적 평이했지만 해가 진 이후인 오후 8시부터 시작해 월평포구와 강정포구, 강정리 마을로 이어지는 코스는 '서울 여고생'에게는 만만치 않은 길이었다. 

▲ CJ도너스캠프에서 주최한 제주올레 캠프 '올레길 걸으며 만나는 나, 너, 우리'에 참가한 학생들이 제주올레 7코스 강정포구에서 휴식시간을 갖고 있다. ⓒ 김동환


"길도 울퉁불퉁하고 지루하고 발은 아프고…. 정말 첨에 걸을 때는 멀쩡한 길 놔두고 왜 이런 길을 만들게 되었을까 생각했죠. 길을 걷다보니 밥이 너무 먹고 싶어졌었어요. 그런데 밥 먹고 나서 제주올레 만드신 서명숙님 강연 들으니까 그제야 올레길이 이해가 됐어요."

심리치료사가 꿈인 혜정이는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과 바닷바람을 맞으며 10코스를 걸었던 것을 가장 강렬했던 기억으로 꼽았다. 그녀는 "이번 여행에서 만난 친구들과 여러 선생님들 덕분에 꿈을 이뤄야겠다는 의지가 더 강해졌다"며 "꼭 심리치료사가 되어 선생님들 고민도 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 CJ도너스캠프에서 주최한 제주올레 캠프 '올레길 걸으며 만나는 나, 너, 우리'에 참가한 혜정이. 뒤에 보이는 건물은 제주올레 3코스 중간에 있는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이다. ⓒ 김동환


"올레길은 글쎄... 그냥 함께 걸으니 좋아요"

"왜 청소년 지도사가 되고 싶냐구요? 음… 그냥 도와주고 싶어요. 집 나가면 안 된다는 걸 가르쳐줘야죠. 집 나가면 그냥 인생에서 나가는 거에요. 쉽게 못 돌아와요."

캠프 둘째 날, 10코스 걷기에 동행한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은 아이들과 함께 화순에서부터 산방산을 거쳐 용머리 해안까지 걸었다. 이어 알뜨르비행장에서 하모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넓은 길로 접어들자, 제주 특유의 돌담으로 둘러싸인 밭들이 아이들 눈 앞에 광활하게 펼쳐진다. 앞서 걷던 고등학교 2학년 태규에게 꿈을 물었더니 "청소년 지도사요"라는 짧은 대답이 되돌아온다. 명지대학교에 진학해 청소년지도사 2급을 딸 계획이고, 2급 청소년지도사로 2만 시간을 근무하면 1급 지도사가 될 수 있다고 한다.

▲ CJ도너스캠프에서 주최한 제주올레 캠프 '올레길 걸으며 만나는 나, 너, 우리'에 참가한 학생들이 제주올레 10코스 초입인 화순금모래해변에서 퇴적암지대로 접어드는 길을 걷고 있다. ⓒ 김동환


▲ CJ도너스캠프에서 주최한 제주올레 캠프 '올레길 걸으며 만나는 나, 너, 우리'에 참가한 학생들이 제주올레 10코스 화순해수욕장을 걷고 있다. ⓒ 김동환


▲ CJ도너스캠프에서 주최한 제주올레 캠프 '올레길 걸으며 만나는 나, 너, 우리'에 참가한 학생들이 제주올레 10코스에 있는 송악산을 향해 걷고 있다. ⓒ 김동환


▲ 송악산에 오른 고등학생 2학년 태규. 등뒤로 멀리 한라산이 보인다. ⓒ 김동환


왜 청소년 지도사를 꿈꾸냐고 물었더니 "그냥 남 도와주고 그런 게 멋있어요"라고 말하는 태규. "청소년 지도사는 참 박봉이라 고민"이라고 덧붙이더니 "기자는 돈 많이 벌어요?"라고 묻는다.

송악산에 오르니 멀리 한라산이 보인다. 서 이사장이 "1년 중 이곳에서 한라산을 볼 수 있는 날이 많지 않다"고 귀띔하자 학생들이 앞 다투어 사진을 찍는다.

첫날 밤, 혼자 7코스를 질주하듯 걷던 태규 주위에는 하루 만에 캠프에서 만난 중학생 1학년 동생들이 제법 붙었다. 태규는 전주에서 온 중학교 1학년 수한이를 특히 챙긴다. 올레길을 걸으니 좋으냐고 물었더니 "그렇게까지 좋은 것 같지는 않다"며 "그런데 지금 이렇게 (애들이랑) 함께 걷고 있는 건 좋다"고 웃는다. 

▲ 제주올레 10코스를 함께 완주한 후 학생들의 제주올레 패스포트에 싸인을 해주고 있는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 인천에 사는 중학교 3학년 지혜는 카메라만 들이대면 왼손으로 브이자를 만든다. ⓒ 김동환


3일 만에 터진 감탄 "헐~ 대박이다"

"이 숲은 곶자왈이라고 불러요. 한겨울에도 푸른 숲인 곶자왈은 지하수가 풍부하고 보온·보습효과가 뛰어나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대식물과 열대식물이 공존하는 매우 특이한 숲입니다."

▲ CJ도너스캠프에서 주최한 제주올레 캠프 '올레길 걸으며 만나는 나, 너, 우리'에 참가한 학생들이 제주시 무릉리에 있는 제주의 천연 원시림 '곶자왈'을 걷고 있다. ⓒ 김동환


오전 내내 제주올레 10코스를 걸었던 탓인지 지쳐있던 성수의 얼굴이 가이드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되살아난다. 옆에 있는 기자의 팔을 흔들며 이 숲이 그렇게 된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

중학교 1학년인 성수는 수줍음을 많이 타는 '호기심 소년'이다. 캠프 첫날에는 도통 입을 열지 않더니 둘째 날이 되어 얼굴이 익숙해지자 주변에 있는 과학적인 소재에 대한 갖가지 질문들과 자신의 생각들을 방언처럼 쏟아낸다. 둘째 날 오후, 곶자왈을 걸으며 성수와 어렵게 답변을 이어가던 기자는 '우주는 왜 계속 팽창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쉬지 않고 질문을 꺼내는 성수에게 '올레길 걸어보니 어떠냐'고 물었더니 "친구들도 만나고 형들도 만나고 하니까 좋다"는 답이 돌아온다.

▲ 전주에서 온 중학교 1학년 성수. 호기심과 부끄러움이 많다. ⓒ 김동환


"헐~ 대박이다"

좀처럼 올레길의 풍경에 감탄하지 않았던 학생들이 '아끈다랑쉬오름' 정상에 오르자 탄성을 내뱉는다. 해발 198m, 비고 58m짜리 분석구인 아끈다랑쉬오름은 오름 전체가 억새로 덮여있는 것이 특징.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들판에 가득한 억새들이 파도처럼 움직인다.

▲ CJ도너스캠프에서 주최한 제주올레 캠프 '올레길 걸으며 만나는 나, 너, 우리'에 참가한 학생들이 아끈다랑쉬 오름을 걷고 있다. ⓒ 김동환


▲ 중학교 1학년 종구가 CJ도너스캠프 선생님들과 아끈다랑쉬오름을 걷고 있다. ⓒ 김동환


셋째 날은 아침부터 우도올레에 갈 예정이었지만 바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유명한 오름들을 골라 오르는 '오름올레'로 일정이 변경됐다. 구좌읍 송당리 남쪽의 앞오름 정상에 오르니 영화 <이재수의 난>에 등장하는 마을 세트를 지었었다는 크고 평탄한 분화구가 나타난다. 며칠 전 온 눈이 아직 녹지않아 학생들이 웃으며 눈싸움을 해보지만 어째 분위기가 어제만 못하다.

앞오름에서 내려와 제주올레 3코스 중간에 있는 김영갑 갤러리를 둘러본 캠프단은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서울과 그 인근 지역에 사는 학생들이 먼저 비행기를 타고 떠나면 다른 지역에 사는 학생들이 한 시간 후 떠나게 되어있는 시간표. 학생들은 공항의자에 나란히 앉아있을 뿐 서로 말이 없다.

서울행 비행기가 떠날 시간이 다가오자 태규가 수한이에게 다가와 CJ도너스캠프에서 상품으로 받은 색연필 세트를 건냈다. 공부 열심히 하라는 태규의 말에 수한이는 대답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2박 3일간 걸었던 제주올레는 공부방에서 온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 CJ도너스캠프에서 주최한 제주올레 캠프 '올레길 걸으며 만나는 나, 너, 우리'에 참가한 한 학생이 감귤따기 체험을 하고 있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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